겨울, 화석정(花石亭)에 올라/ 지성찬
화석정 올라서서 하늘을 바라보네
그 아래 흐르는 도도한 물길 따라
언제나 낮은 데로 흐르는 강의 힘을 보았네
한여름 소리 높았던 들풀들은 어디 갔나
자랑하던 꽃잎들도 소리 없이 떨어지고
한 폭의 바람 속으로 낙엽들이 쓸려가네
흙에 뿌리 박고 살아가는 풀과 나무
그 속에 살아가는 벌레와 짐승들이
이 겨울 잠을 자면서 묵시록(黙示錄)을 다시 쓰네
돌도 오래되면 꽃으로 피는 걸까
멀리 선 산맥들이 달려가는 하늘가에
내일은 또 어떤 꽃이 피고 또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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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핀 풀꽃 같구나/ 지성찬
친구 문상을 하고
돌아오는 저녁나절
해는 지고 사방은
안개로 지워졌는데
홀로서
걷는 이 길이
너무 한적하구나
하늘로 먼저 간
그리운 님 불러본다
이우종 이창연
박용삼 김영길
인생은
어제 핀 풀꽃 같구나
가고는 다시 못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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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열매/ 지성찬
필요치 않은 가지는
사정없이 잘라 버리고
수많은 꽃이 피어도
남을 꽃은 살펴 고르네
칼날에
베인 상처가
열매에 비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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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지성찬 시조집/ 겨울 화석정에 올라/ 문학공원/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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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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