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9월 8일(목)자 30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유레카]에 구본권님이 "커피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쓰신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구본권의 [유레카]
커피하우스
구본권(한겨레신문 기자)
커피전문점이 부쩍 늘었다. 커피 맛의 차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차 한잔을 매개로 친구나 연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자, 사색과 토론의 자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 홀로 커피전문점을 찾아 작업공간이나 공부방으로 삼는 이들도 많다.
아라비아 이슬람권에서 마시던 커피가 17세기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생겨난 커피하우스는 근대 시민사회 형성과 떼어놓을 수 없다. 기록에 따르면 1739년 런던에만 551개의 커피하우스가 있었고, 작가, 주식거래인, 무역상인, 법률가, 정치인 등이 몰려들어 토론하고 정보를 나눴다. 당시 런던을 방문한 한 프랑스인은 “커피하우스는 누구나 와서 정부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다양한 신문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영국식 자유의 모태”라고 표현했다. 공론장(public sphere) 이론을 내건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그 기원을 17~18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커피하우스와 살롱에서 찾았다.
커피를 대상으로 공정무역 운동이 활발한 것도, 커피하우스라는 공론장에 모인 소비자 특성과 연관있다. 최근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편법으로 지급을 피해 나간 사실이 밝혀졌다. 살가운 대화와 열띤 토론이 오가는 문화공간에 비정한 노동현실이 있었다.
커피전문점의 인기 메뉴인 카푸치노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특징이지만, 이탈리아어에서 온 이름도 유별하다. 청빈과 형제애를 추구하는 가톨릭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일파로 갈색 수도복을 입은 카푸친회 수사들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알려진 ‘빈민의 아버지’ 아베 피에르 신부가 카푸친회 소속이다. 형제애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를 목표로 수행하는 카푸친회의 이름이 한국의 커피전문점에서 무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