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짐
고완수
꽃짐을 한 짐 지느라
벚나무가 불안한 밤이다
온몸으로 진 짐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헉헉거린다
거친 숨을 훅훅 내지를 때마다
뿌리로부터 빨아올린 악몽이
벚나무의 표정을 표백시킨다
꽃들의 잠꼬대가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내지른 숨이
허공 가득 쌓여 혼령처럼 떠돈다
그럴 때 허공은 절망보다 무겁다
가끔씩 내뱉지 못한 숨으로 꽉 찬 달이
한 덩이 구름을 지고 환자인양 걷기도 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짐을 벗으려는 환부가 빗방울처럼 창백하다
별들도 어둠을 한 짐씩 지느라
거친 숨을 훅훅 내뱉는 밤이다
혼자 져야하는 짐이 얼마나 무서운지
퀭한 눈동자마다 공포로 글썽거린다
고완수
충남 보령 출생. 1999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나는 자주 망설인다』, 『누군가 나를 두드렸다』 당진 석문중학교 교사.
첫댓글 뿌리로부터 빨아올린 악몽을 뒤집어 쓴 벚나무일지라도 꽃은 꽃으로 빛나야하거늘.
꽃들이 한꺼번에 내지른 숨이 혼령처럼 떠도는 아픔을 온전히 혼자 짊어져야하는 누군가!
제목에 짐을 잠이라고 적어 놓으신것 같네요^^
완수 선생님 잘지내시지요 늘 환한 모습에 가끔 뵈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