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아웃사이더 매월당 김시습
“고금의 서적을 눈만 거치면 다 기억하였고, 도道와 이理의 정밀하고, 미묘한 것도 들여다보고 사색하는 공부가 없음에도 또한 요령을 깨닫는 일이 많았었다. 대개 그 하늘에서 얻은 것이 진실로 초월하게 영매하고 훨씬 뛰어났으니, 재질才質의 아름다움은 비록 상지上智의 다음이라 하여도 가할 것이다. 그가 생각하던 것을 걷어 치워 깊이 간직하고, 홀홀히 가고서 돌아오지 아니하며, 명교名敎를 포기하고 불교로 탈바꿈하여 병든 것도 같고 미친 것도 같이하여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한 것은 또 무슨 뜻이었던가?
그가 한 일을 찾아보면, 시를 쓰고서 통곡하고, 나무에 조각하고서 통곡하며, 벼를 베고서 통곡하고, 고개에 올라서면 반드시 울고, 갈림길을 당하면 울었으니, 그 평생에 가졌던 깊은 뜻의 소재는 비록 쉽게 들여다 볼 수가 없으나 대체의 요지는 다 그 평평함을 얻지 못해서가 아니었던가? 그 초연하게 고답高踏하는 태도로 온 세상을 흘겨보면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휘파람 불며 거만부리고, 물질 밖에서 방랑한데에 이르렀으며, 행동거지가 한가하고 쾌적하여 외로운 구름이나 홀로 나는 새와도 같은 것이 있어서 마음 속이 환하고 맑아 옥병과 가을 밤 달에 부끄러움이 없으니, 그 높은 풍모風貌와 아담한 운격韻格은 붓끝으로 형용하기 어려움이 이른바. 옛 사람의 이른 바.“우뚝 서서 홀로 행하는데 몇 만 년을 지나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거의 이에 근사할 것이다.“
조선의 8대 문장가중의 한 사람인 이산해李山海가 임금의 명을 받아 쓴 <김시습이 지은 <매월당집서>의 일부분이다.
윤춘년尹春年이 지은 <매월당 선생 전>의 후기에 보면 “선생이 환술幻術이 많아서 능히 맹호猛虎를 부리고, 술(酒)을 변하게 해서 피가 되게 하고, 기운을 통해서 무지개가 되게 하고, 오백나한을 청해 온다‘고 했지만, 또한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예로부터 ‘문장의 높고 거룩한 것은 객지에 떠도는 사람과 들에 묻힌 사람에게서 많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예나 지금이나 좋은 작품은 평온함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 연유로 구양수는 “시는 곤궁한 다음에 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했을 것이다.
매월당은 평생을 아웃사이더로 한도 끝도 없이 갔다. 매월당은 스스로가 고난을 자처했고, 그것을 달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어디 고난이라는 것도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시간에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 오고, 그것에서 단 한 발자국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벗어나기도 한다. 안개가 갇히듯, 소나기가 그치듯 벗어날 때, 그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경인년 칠월 초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