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전 날, 온 동네를 훑고 다녀도 맘에 드는 꽃다발이 없어
부평역까지 나가서 공수해 온 것이랍니다.
졸업생들은 강당에서, 학부모들은 각반 교실에서 졸업식을 진행했습니다.
옛날처럼 운동장에서 호호 불며 달달 떨며 해야하는거 아니냐며 준희아빠가 불평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만일 졸업식 현장에 있었다면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훌쩍이고 있었을터인데
식에 집중할 수 없는 이 분위기가 오히려 제 감정을 추수리는데 큰 도움되었답니다.
강당에서 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졸업앨범과 기념도장을 하나씩 나누어 받았습니다.
준희가 더더욱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신 선생님이십니다.
준희가 뭔 짓을 해도 격려해주시고 자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답니다.
`준희와 함께 있으면 정말 즐겁습니다'고 상담 중 말씀하셨는데
생활통지표에도 학교생활을 매우 즐겁게 함 이라고 기록하셨더군요.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끝도 처음처럼, 너도 나처럼.]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건희는 여전히 사진찍기에 비협조적입니다.
뭔가 부족한 듯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우리가족이 사진을 찍고난 자리들이 바로 포토죤이 되어버리더군요.
교문으로 향하던 발걸음들이 다시 돌아와 줄을 서기 시작했지요.
이 학교로 전학한 이후 2학년때 부터 줄 곳 같은 반을 고수했던 용호라는 친구랍니다.
준희는 특수반1급등록학생이라 자동1반이었고, 이 친구는 전교1등생이라 자동1반이었죠.
공부에 대해 만큼은 둘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했기에 준희가 유일하게 관심 갖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준희의 맹렬한 경쟁심을 유독 자극했던 친구랍니다.
이 친구덕에 너무 공부에만 집착해서 가족모두를 힘들게 만든 시기도 있었는데
5학년 말 무렵에서야 준희는 이 친구와 자신이 잘 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가 한국사를 유독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 후론 친구들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점차 확산하며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즐기게된 것이죠.
집에 돌아와서 간단한 축하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이마트 피자>입니다.
졸업식 전에 이마트에 가서 주문하고 졸업식 후에 가서 찾아왔습니다.
이마트 오픈과 동시에 입장했는데
빠른걸음으로 걷는 할머니들과 여러 아낙네들의 눈치를 살피며
앞질러 지하매장으로 내려 갔건만 이미 줄이 만들어져있었답니다.
앞에서 주문하는 사람들의 내용을 들어보니 6시에 올께요, 두시에 올께요 등등.
날이 날이니만큼 큰 인심 써서 두 번걸음한건데
언제 다시 구경할 수 있을까 싶어 인증샷 눌러 두었답니다.
진짜 무지 크더이다.
진짜 무지 싸더이다.
맛도 기대 이상.
식신이 지름한 울 애들에겐 결코 크지 않은듯 한 쪽 겨우 남겨놓고 떨어지더군요.
우유1리터를 함께 들이키면서.
이 날을 맞이하리라곤 6년전엔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를 악물고 갖가지 가면을 둘러쓰고
아들 앞에서 온갖 쇼를 멈추지 않았던 그 많은 시간들.
돌이켜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절입니다.
준희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스펙삼아
열심히 열심히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할 때인것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 멈춘다는 우리만의 진리를 다시 되새기면서
상상할 수 없는 새 날들을 두팔을 힘껏 벌려 또 맞이합니다.
첫댓글 너무축하합니다.준희의 중학교 생활도 많이 올려주십시요
예~~준비중입니다.
"祝賀"합니다!
졸업은 곧 또다른 시작을 뜻하는 것이니
한번 멋지게 시작해 보자!
"하면 된다!"
"할수 있다!"
까짓거 이세상에 어렵고 무서울 것이 뭐 있어!
자! 이제 우린 모두다 같이 힘차게 출발 하는거야!
홧팅!!
준희야졸업 진심으로 해
늘 그랬듯이 중학교에 가서도 잘 할 수 있을거야
오늘 시험 잘 보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