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말(外來語) 표기의 맹점.
어느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다.
“팬이 연방 공기를 뽑아내는데도 홀 안에는 고기 굽는 연기와 담배 연기가 연무처럼
자욱하다.”
이 문장에는 “팬”과 “홀”이라는 두 개의 빌린 말(外來語)이 있다.
그런데 “팬”이라는 낱말은 영어의 pan을 뜻하는 말인지 fan을 뜻하는 말인지 얼른 분간할
수 없고, “홀”이라는 낱말도 hall을 뜻하는 말인지 hole을 뜻하는 말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없고 문장 전체를 읽어보기 전에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한글보다 글자의 수가 적은 일본글자이지만 일본사람들은 fan과 pan을 [ファン]과 [パン]
으로 구별해서 표기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불편은 없다.
그들은 우리처럼 [f]든 [p]든 모두 [ㅍ]으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f]의 소리는 “ハ행”의
글자로, [p]의 소리는 “パ행”의 글자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처럼 문장을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ファン]이라는 낱말만 보고도 fan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fan도 [팬]이요, pan도 [팬]이다.
이러고도 과학적인 한글을 가지고 있는 문화국가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또 "홀"이라는 말은 hall을 뜻하는 것인지 hole을 뜻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똑같다.
이것은 발음의 문제로 hall은 [호]로, hole은 [호]로 발음되므로 한글로 그 차이점을
능히 구별해서 표기할 수 있고, 일본말로도 [ホ-ル]와 [ホウル]로 구별 지을 수가 있는데도
두 나라가 똑같이 [홀]과 [ホ-ル]로 표기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표기법에서는 장음부호(長音符號)를 쓰지 못하게 하므로 그냥 [홀]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긴소리는 긴소리대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말소리와 글자가 적은 일본이지만 원산지의 발음을 살리려는 노력이 우리보다 월등하다.
현재 정부나 학계에서는 한글의 자모를 24개로 규정하고 그 이외의 글자는 한글이 아니라
새로 만드는 글자로 치부하고 있다.
과연 [f]와 [p]의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한글을 과학적인 글자라 할 수 있겠는가?
훈민정음해례에서는 각자병서(各字竝書), 합용병서(合用竝書) 및 연서(連書)라는 활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훈민정음 속에는 이 세 가지의 활용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리글자들이 가득 들어 있는데
우리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만 다부지게 먹는다면 이 세상의 모든 말소리를 한글로 적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를 들어 [f]의 소리를 입술가벼운소리로 정의한다면 [ㆄ]로 쓸 수 있는 것이 한글이다.
만약에 [ㆄ]를 [f]의 소리로 쓴다면 이런 모양의 활자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ph의 소리가 [f]의 소리로 변하는 서양언어의 논리를 따서 []이라는 형태라는
글자를 첫소리글자로 쓰면 될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글쇠판에서 []이라는 글자도 하나의 첫소리글자로 쓸 수 있도록
인식하도록 씨스텀(system)을 바꾸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현재 Microsoft Word 2000에는 “옛 한글 입력기”라는 것이 있어서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는 물론이고 어떠한 모양의 옛한글이라도 가능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하면 적어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의 맞춤법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한글을 빼앗길 런지도 모르겠다.
한글 맞춤법에서 한글의 자모를 제한하는 것은 한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한글 맞춤법>을 개정하여 한글의 자모를 자유롭게
쓰도록 해야만 한글은 세계의 글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글 연구회
첫댓글 네 감사 합니다 ~~
좋은정보네요감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