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어쩌다 어른' 김경일 교수]
우리는 언제 감동을 하나요?
긴 시간, 긴 거리.. 그런 게 들어가 있으면 감동합니다.
돈 많은 친구가 즉석에서 카드를 확 긁어서 아주 비싼 선물을 사 주면
놀라고 기쁘기는 해도 감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을 때
그것을 상대방이 오랫동안 기억해주면.. 우리는 감동합니다.
우리 남자들이 이걸 못해서 여자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겁니다.
한 3년 전에 길을 가다가 대학교 1학년 때.. 그 왜 여자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썸?
그런 좀 미묘했던 사이였던.. 그리고 좋은 추억이 많았던 여자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어요.
대략 25년 만에 만났는데,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최근 근황을 주고 받고 하다가
제가 말했어요. "너, 녹색 블라우스 아직도 좋아하는구나~"
그 친구가 너무너무 기뻐하더라구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 녹색인 걸 25년 동안이나 내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제가 너무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감동을 그 친구한테 주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 날입니다.
다른 친구한테 들었는데 그 여자친구가 자기 SNS에 이렇게 썼답니다.
자기 남편하고 20년을 살아도 느끼지 못한 감동을 느꼈다고..
저 큰 일 날 뻔 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그 SNS계정을 폐쇄하던 날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ㅎㅎ
그런데요, 반대로 저에게 이것보다도 더 격한 감동을 준 친구를 1년 전에 만났습니다.
저랑 같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한 번도 같이 다닌 적은 없지만
동네에서 늘 같이 지내던 친구입니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그런 친구들처럼..
저한테 이렇게 소중한 친구였는데.. 동성친구입니다. 이상하게 생각지 마시고요..
늘 같이 놀고 떡볶이 먹고 그렇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졸업식 3일 전에 갑자기 온 식구와 함께 사라졌어요.
그리고 25년 만에.. 그 날 만난 거죠.
어디서 만났냐 하면 강남 테헤란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다가
맞은편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속에 그가 서 있었습니다.
왕복 10차선.. 굉장히 먼 거리였지만 정말 그 친구밖에 안 보였습니다.
1초도 안 돼서 그를 알아보았는데.. 걔도 저만 보고 있었습니다.
파란불이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서로 달려가 격한 인사를 나누었고..
저는 반갑고 화도 나고.. "도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그제서야 저는 알았습니다. 그 집이 빚 때문에 망해서 우리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23년간 한국에 못 들어왔고..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빚을 갚기 위해 뼈빠지게 고생을 해야 했고..
불과 2년 전에야 빚을 다 갚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손을 만져보니까 나무처럼 딱딱하고, 얼굴은..
우리나라 사람치고 그렇게 검은 얼굴은 처음 봤어요.
얼핏 보기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어요.
"야, 경일아.. 너 아직도 추어탕 좋아허냐?"
느낌이 묘했어요. 저 정말 추어탕 무지 좋아하거든요.
23년간 그토록 심한 고생을 하고, 이제 한국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친구가
어렸을 때 같이 뛰어놀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있던 겁니다.
가슴 한 켠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런 친구가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그런 생각에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찰나, 그 친구가 한 마디 더 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추어탕 먹을 때마다 니 생각해, 임마~"
여기서 감동 안 하면 저는 사람도 아니죠.
그냥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감동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상대방이 긴 시간동안 기억해주고 있으면
우리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합니다.
그래서 그 날 그 친구가 테헤한로에서 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아세요?
저한테 놀라운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냈는데..
제가 바로 그 자리에서 그 터진 눈물과 함께
그 친구가 판매하는 보험에 가입을 했습니다. ㅎㅎ
☞ 이런 전화 받으면 느낌이 어떨 것 같으세요? <김경일 교수>
첫댓글 보험으로 대박 나시겠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