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초도'
아픈역사 잊게 할만큼 아름다운 자연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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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초도 제 1비경인 용머리 해안. 하늘에서 보면 용머리를 닮은 듯한 납작하고 너른 바위는 가족 단위 캠핑객과 낚시꾼들에게 언제나 인기다. |
- 거제포로수용소 포로 중 일부 옮겨와
- 마을사람들 강제로 삶터서 쫓겨나
- 1953년 휴전 후 3년 더 있다가 고향행
- 영화 국화꽃 향기 촬영하기도
- 청정해역 갖춰 미역·톳 생산 유명
- 배편 많지 않아 통행에 불편겪어
남해안의 비경을 간직한 채 오랜 세월동안 때묻지 않은 섬 가운데 하나가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다.
이 섬은 남쪽으로 뻗은 갯바위의 모양이 용머리를 닮았고, 나무보다 풀이 많아 용초도(龍草島)라 이름 붙여졌다. 섬 주위로 한산도와 추봉도, 죽도, 오곡도, 비진도 등이 자리잡고 있어 섬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세다.
섬에서는 한산도와 추봉도를 연결하는 추봉연도교가 보일만큼 한산도 본 섬과 지척이다.
■ 국화꽃 향기가 나는 섬
용초도는 용초마을과 호두마을 두 마을이 촌락을 이루고 있다.
두 마을은 흡사 용과 호랑이가 서로 노려 보는 모습같다.
두 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한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는
영화 촬영지로 이름 나 있다.
학교 운동장이 우리나라에서 바닷가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다.
운동장이 곧 바다 모래사장이다.
밀물때 파도가 일면 교실까지 바닷물이 밀려 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그만큼 운치있고 낭만적인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 곳에서는 2003년 개봉한 영화 '국화꽃 향기'가 촬영됐다.
고 장진영·박해일 주연의 영화로 지고지순하고도 열렬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속 비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쉽게도 현재는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확인할 수 없다.
영화가 개봉되고 난 후 그해 불어닥친 태풍 '매미'로 인해 학교가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학교 건물은 새로 지어졌고 현재는 폐교 상태다.
하지만 바닷가 해안은 이전과 그대로여서 아직도 '국화꽃 향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침 학교를 방문한 날 한 초등학생이 개와 함께 한가로이 바다 모래사장을 산책하고 있었다.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용초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이라고 했다.
목사인 아빠를 따라 섬에 들어와, 통학선을 이용해 한산초등학교를 다닌다는 학생은
"심심하기는 하지만 섬이 아름다워 지내기 참 좋다"며 웃어 보였다.
■ 한국전쟁 아픔을 간직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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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용초도의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흔적. |
이같이 평화로워 보이는 섬마을의 일상 뒤에는 남모를 아픔이 숨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설치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는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 수용 중이던 포로 가운데
악질 포로들만 별도 수용했다.
그 시절, 마을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섬에서 강제로 쫓겨 났다.
1953년 휴전이 되고서도 3년이 더 지나서야
주민들은 다시 돌아 올 수 있었지만 허허벌판이었다.
상처를 가슴 한 켠에 그대로 묻고 주민들은 억척스런 삶을 살아 왔다.
거제포로수용소가 관광지로 각광받는 반면 용초도 포로수용소는
아직도 재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로수용소의 흔적은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일부 그대로 남아 있다.
용초마을에서 마을 뒷길 숲이 우거진 산책길 언덕길을 15분 가량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당시 포로수용소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당시 섬 전체가 포로수용소였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산책길 오른편으로는 당시 포로들에게 식수로 공급하던 물을 저장했던 저수지도
숲이 우거진 채 방치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 산책길을 넘어가면 용초도 제 1비경이라 불리는 용머리 해안이 나온다.
산책길을 따라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섬 남쪽의 비경을 감탄할 수 있어 대조적이다.
해안에 자리잡은 갯바위는 하늘에서 보면 용머리를 닮았다.
납작하고 너른 바위는 가족 단위 캠핑객들이나 낚시꾼들에게 언제나 인기다.
해안가 절경도 비경인데다 낚시 주 포인트다.
■ 미역과 톳이 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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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화꽃 향기'가 촬영된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 태풍 매미 피해로 학교가 새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폐교로 남아 있다. |
용초마을과 호두마을에는 각각 60여 가구, 총 1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아름다운 모래밭과 몽돌 밭, 깎아지른 절벽처럼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이 섬은 미역 주산지로 유명하다.
호두 마을을 중심으로 미역 양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미역 천지'다.
물 좋고 조류가 좋은 청정해역이라 이 곳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맛이 쫄깃쫄깃하기로 전국에 이름나 있다.
매년 겨울철 미역 생산이 이뤄진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자연산 '톳'으로 유명한데, 마을 선착장에서
톳을 햇볕에 말리는 모습이 정겹다.
용초마을은 가두리양식업이 활발하고 노인들 대부분은 고구마, 시금치 등 텃밭을 가꾸며 생활하고 있다.
용초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40분 거리지만 섬을 찾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여객선은 오전 7시, 오후 2시 하루 2회 운항한다.
오전 7시 배는 통영항~용초도~죽도~좌도~비산도~화도를 거쳐 다시 통영항으로 입항한다.
그래서 용초도 까지 소요 시간은 40분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오후 배는 거꾸로 운항해 통영항~화도~비산도~좌도~죽도~용초도~통영항으로 운항한다. 이 경우 용초도까지는 1시간 50분 소요된다.
따라서 섬에서 1박을 하지 않을 경우 오전 7시 배를 이용해 섬에 들어갔다가
오후 3시50분 배로 나오는 코스가 유일하다.
그만큼 섬 주민들도 육지 나들이가 쉽지 않다.
통영에 볼일이 있을 경우 오전 배로 나가는데만 섬을 빙빙 둘러 1시간50분 걸리며,
오후 배로 들어 오는데도 1시간 50분이나 소요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 "직항로 개설, 활기 줄 것"
■ 용초마을 추갑숙 이장
용초마을 추갑숙(45·사진) 이장은 섬 마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이장이다.
80여 명의 섬 주민들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당당히 이장에 선출됐다. 마을 주민 중 유일한 초등학생인 반은서(11) 양을 제외하면
나이가 가장 젊다.
추 이장은 "주민들이 섬에 활력을 불어 넣어 보자는 취지로
젊은 사람을 이장으로 선택해 준 것 같다"고 겸연쩍어했다.
올 1월 선출돼 이장 경력은 미천하지만 의욕 만큼은 넘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교통 문제 해결을 꼽았다.
하루에 2번, 그 것 또한 직항로가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의 섬 방문과 섬 주민들의 육지 나들이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직항로 개설을 강력 주장했다.
해안도로 연장도 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현재 용초마을에서 호두마을까지 해안도로가 개설돼 있을 뿐 섬 뒷편(남쪽)으로는 도로가 중단된 상태다.
해안선 길이가 8㎞로 적당해 해안도로 연결시 섬 도보나 하이킹 코스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섬 남쪽 곳곳이 갯바위 절경인데다 해안도로를 돌면서 한산도 비진도 등
인근 섬들을 바라보는 비경은 또다른 볼거리다.
추 이장은 또 섬을 찾는 탐방객을 위해 자연친화적인 등산로 개설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개설한 '바다 백리길'이 용초도로 연장 추진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삼천포(사천) 출신인 추 이장은 부산에서 줄곧 생활하다 15년 전 용초도가 고향인 남편을 따라 섬으로 들어 왔다. 처음에는 섬 생활이 고단하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섬이 그렇게 편하다고 한다.
섬에서는 남편과 함께 민박과 낚시배를 운영하고 텃밭을 일구느라 하루 해가 짧을 정도다.
추 이장은 "섬이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더 이상 외면받아서는 안된다"며
"교통 편의 제공와 자연친화적인 개발 등에 행정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