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6편)
/ 모네타
오전 내내 컴에 앉아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영화도 본
그 여자는
오후가 되자 자꾸만 앞에 놓인
핸드폰에 시선이 가며
힐끔거린다
지금쯤이면 전화 올 때도
분명 넘었는데
무슨 일 있나
앉아 있는 자리가 불편해지고
무언가 꼭 할 일이
있었는데
잊어버린 여자처럼
마음이 바빠져 온다
혹시 핸펀이 고장났나
‘에이구 그럼 빨랑 고치지
하여튼 그 남자는
늘 게을러 말썽이다‘
그 여자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핸펀을 다루고
고장나서 그 남자의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없게 했다
‘아니면 너무 바쁜가
많이 바쁘지 않으면
전화라도 한 통 주지
그 남자는 핸펀을 왜 사서
가지고 다니지‘
속으로 투덜대며 정겨웠던
주변 사물들이
괴물처럼 일그러져 보인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퇴근 시간을
쪽집게처럼 꿰뚫고 있다
언제는 그 남자의 전화 올
시간을 마음속으로
카운트 다운하면서
초단위까지 알아 맞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여자는 상상한다
내가 있는 여기가
난청지역은 아닐까
그 여자는 일어나서
가게밖으로 나가본다
벌써 가게주변은 빨갛고
노란 물결들로
일렁거리고
여기저기서 배낭을 멘
등산객들이 지나간다
어찌나 입은 자켓들이
일구동색 단풍을 닮았는지
은근이 시셈이 난다
그 남자는 가을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가을이 오면 늘 외로워하는
그 여자의 마음
가을처럼 사랑하고픈
그 여자의 가슴의 온기를
그 남자는 모를까
불어온 찬바람이
낙엽을 쓸어 그 여자의
발주변에 모여들고
서늘한 찬 기운에
마음까지 서늘해진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사랑밖에는 모른다
그 여자는 그 남자외에는
아는 남자도 없다
무심한 그 남자
그 여자의 지순한 정도 모르고
갑자기 그 여자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고
가을이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다
가을 사랑
가을같은 그 여자
맹추같은 그 남자
그 여자의 기다림이
서서히 슬픔과 외로움으로
변해갈 즈음
핸드폰이 울린다
‘그 사람 나만 보면 웃어요
내 눈에만 살아요
내입술 ..................‘
이은미의 노래가 들린다
그 여자가 기다린
그 남자의 전화이다
너무 기다렸다고 떼를 쓰고
싶기도 하지만
그 여자는 아주 점잖고
우아하게 말한다
‘바쁜 일 있어요?
기다렸는데
많이 기다렸다면 미안할까봐
조금만 기다렸다고
말할께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나! 자기 넘 사랑해
기다림은 싫어
자기 생각의 절반만
나에게 주었으면
가을인거 몰라‘
그 여자는 알럽 미투를
여러 번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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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거울을 보는 것 같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모네타님~ 명절 잘 보내셨나요?
고맙습니다
명절 잘 보냈습니다
차가 마니 막히기도 했지만...
오늘도 즐거운 시간 가지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