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세 개
수필가 정임표
수필가 조경숙 선생께서 아래 글을 대구수필가협회 카페에 올렸습니다. 선생은 그날그날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소소한 이야기들을 형식에 구애 없이 올리고 있습니다. 본인은 카페 활성화 차원이라지만 독자는 나는 훌륭한 수필이라고 여기며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어물전에 가서 갈치.오징어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제 앞에 키도 작고 여리여리한 몸매의 할머니 한분이 두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본인 몸 하나 움직이기도 쉽지 않아 보여 어디까지 가시는지 물어봤습니다.
지하철 타고 신천역 가신다고.
내 짐도 만만찮은데 제가 지하철까지 들어드릴까 했더니 미안해 하시며 한보따리를 내미셨어요. 걸음이 느린 할머니와 발마추어 지하철까지 같이 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따리를 풀더니 참외 세개를 주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사양해도 기어이 제 보따리에 넣어 주셨지요.
그분을 안아드렸어요.
더위에 무거운 것 들고 나오시면 큰일 난다며 건강조심 하시라며 돌아서는데 왠지 마음이 짠하지 뭡니까.
제 짐을 핑계로 댁까지 들어드리지 못한게 영 마음에 걸립니다.
오늘은 참외 세 개』
나는 이 이야기에 아래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불기심) 평소 연로하신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두 분을 모시던 조 선생님의 참 효심이 가녀린 몸매를 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이름 모를 할머니에게로 옮겨간 것입니다.
자기 몸도 못 가누는 할머니가 무슨 사연이 있어 그 무거운 짐을 들고 가셨는지 독자로서는 무척 궁금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참 마음으로 배려하는 그게 중요한 것이겠지요. 조경숙 선생님은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는 분이시라 훌륭한 수필가가 되실 것입니다. 내가 내 본심에 진실할 때 참 사람 곧 진인이 됩니다. 세상에는 진인이 되는 길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자기 마음을 보는 눈이 떠지지 않으면 진인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道眞골이라는 어느 산골짜기에 진리의 길을 찾아 최초로 정착한 분이 계십니다. 최초로 마을 이름 지은 그분이 진짜 도를 만났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마을에서 대를 이어 태어나는 그 누군가가 진리의 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이 수필은 좋다. 저 수필은 아니다."고 평하는 경우가 있는데 참 마음이 담긴 수필과 참 마음이 담기지 않은 수필을 구분하는 것일 뿐입니다. "가짜 칭찬에 춤추는 고래가 되면 참 작가가 되기는 글러 먹었다"는 후배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자주 올리는 것도 작가의 첫 걸음이 참 마음을 볼 줄 아는 안목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짧은 수필을 읽고 코카콜라 창업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일반 게시판에 올려 두겠습니다. 훌륭한 수필가님에게 드리는 저의 참외 선물입니다. ^^』
그 약속대로 글을 올립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실은 아니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진다는 것은 모든 인류가 이런 삶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신학교 근처에는 매일같이 길가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초라한 행색의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노인의 옷차림은 낡고 허름했으며,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수심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행인들은 그를 그저 흔한 노숙자나 구걸하는 노인으로 생각하며 차가운 눈길을 보내거나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며 지나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그 신학교에 다니던 한 가난한 청년은 달랐습니다. 청년은 매일 아침 등교할 때와 등하굣길에 그 노인을 마주칠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할아버지, 식사는 하셨어요?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청년은 늘 먼저 다가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안부를 물었습니다. 때로는 주머니를 털어 따뜻한 캔 커피나 빵 한 조각을 건네기도 했고,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노인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아 조곤조곤 말벗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노인은 청년의 다정한 말에 그저 빙그레 웃거나 짧게 대답할 뿐이었지만, 청년은 노인의 쓸쓸한 눈빛 속에서 온기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은 수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하던 청년은 늘 노인이 앉아 있던 길모퉁이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할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혹시 할아버지가 편찮으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주변을 수소문하고 다녔지만, 아무도 그 노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청년은 가슴 한구석에 아쉬움과 걱정을 안은 채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신학교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청년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값비싼 정장을 입은 한 신사가 청년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당신이 OOO 신학생이 맞습니까? 저는 법률사무소에서 온 변호사입니다."
청년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습니다. 변호사는 조용히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청년에게 건넸습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한 노인분의 유언장을 집행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분은 생전에 당신에게 이 유산을 남기겠다는 유서를 작성하셨습니다."
변호사가 건넨 서류를 열어본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유언장을 남긴 사람은 다름 아닌, 매일 길가에 초라하게 앉아 있어 자신이 말벗이 되어주었던 바로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초라한 노숙자인 줄로만 알았던 그 노인의 진짜 정체는 바로 세계적인 기업 '코카콜라'를 창업하고 경영했던 엄청난 자산가였던 것입니다.
노인은 말년에 진정한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에 회의감을 느끼고, 자신의 부와 명성을 숨긴 채 허름한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겉모습만 보고 멸시하고 지나칠 때, 아무런 대가 없이 오직 인간적인 따뜻함과 사랑으로 자신을 대했던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 가난한 신학생이었습니다. 노인이 남긴 유언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나를 외면하고 비웃을 때, 아무런 조건 없이 나의 말벗이 되어주고 나를 인간으로 대접해 준 유일한 청년에게 나의 모든 주식과 유산을 상속합니다. 이 청년이라면 내가 평생 일군 재산을 가장 가치 있고 선한 곳에 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난했던 신학생은 하루아침에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의 자산가이자 코카콜라의 대주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생긴 엄청난 부에 취해 방탕한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인의 믿음대로 신학교를 졸업한 후 훌륭한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려받은 유산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전 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복지 재단을 설립하는 데 모두 사용했습니다. 평생을 사회봉사와 헌신에 바친 그의 삶은 수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며 오늘날까지 아름다운 미담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재로 우리나라에 이런 실천을 하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유한킴벌리를 창업하신 유일한 박사님입니다. 나는 조선생님께서 평소 올리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조경숙 선생님의 참 마음을 봅니다. 일상의 모습에서 참 마음을 읽습니다. 그게 훌륭한 수필입니다. 매일 끝말잇기나 한 줄 자취에 올리신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묶으시길 권합니다.
나보다 한 살이라도 젊은 후배 문인들께 고합니다. 시장에 가서 참외 하나 살 때도 속이 물러 있으면 당장 바꾸러 가는 게 인심인데 가짜 마음을 주렁주렁 담아서 책을 묶고서는 읽어달라고 보내오면 누가 귀한 시간에 그런 불량품을 읽겠는지요? 참외 세개를 주신 할머니는 조 선생님의 참 마음에 감동한 것입니다. 할머니를 꼭 안아준 조선생님도 할머니의 참 마음에 감동한 것입니다. 내가 수필 문단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참 마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문학세계 뿐이기 때문입니다.(2026. 7. 17 제헌절날 아침에)
첫댓글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신 것 같습니다. 코카콜라 일화는 전혀 몰랐습니다. 코카콜라 이야기가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귀한 참외도 잘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