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담금질로 태어나는 헤라클레스의 후예들을 올림픽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일까?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그동안 금지약물에 대해 적극 대처하지 않은 국제역도연맹(IWF)의 문제를 무척 우려하고 있다”면서 “역도의 2024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여부를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10월 29일 밝혔다.
2017년 역도계를 뒤흔든 ‘금지약물 파동’으로 IOC로부터 경고받은 IWF는 새 집행부를 꾸리고 반도핑 체계 구축 등 개혁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6월 표결에서 수구세력의 반대로 개혁안 도입에 결국 실패했다. 공은 다시 IOC로 넘어왔는데 IOC는 역도 종목을 올림픽에서 제외하는 최후의 칼을 빼 들지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힘 못지않게 기술이 중요한 스포츠
힘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포츠는 아마도 역도일 것이다. 역도(力道, Weight Lifting)는 누가 더 무거운 무게의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지를 겨루는 스포츠이다. 사방 4m인 정사각형의 경기대 위에 홀로 선 선수는 자신이 가진 온 힘을 다해 무거운 바벨의 저항을 극복하고 들어 올려 규정된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이었던 역도는 올림픽에서는 인상(Snatch)과 용상(Clean & Jerk) 경기를 진행해 최고기록의 합계에 의해 순위를 결정한다. 인상은 바벨을 지면으로부터 곧장 두 팔을 뻗은 상태까지 들어 올려서 일어나야 하는 반면 용상은 바벨을 먼저 가슴 위로 들어 올렸다가(Clean) 팔을 곧게 펴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 된다(Jerk). 한 번에 들어 올리는 인상이 구분동작을 거치는 용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인상 기록은 용상 기록의 80% 정도 수준이다.
2020 도쿄 올림픽 109kg급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진윤성이 힘차게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 IOC 트위터
역도 하면 헤라클레스와 같은 거구의 근육질 역사(力士)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힘 못지않게 기술이 중요한 스포츠이다. 선수들은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갖고 있는 근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역도 기술은 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는 가장 유리한 방법의 총화로, 기본원칙은 가장 적은 힘을 소비하여 가장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는 데 있다.
운동학과 운동역학에 바탕을 두고 역도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더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기 위한 엉덩이와 무릎, 발목 등 관절 각도와 근육 사용, 메커니즘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이와 같은 역도 기술에 적용되는 핵심 요점은 신체중심의 과학이다. 무거운 바벨을 신체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벨이 신체중심에 가깝게 움직여야 대 근육이 사용되어 더 많은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폭발적 채기와 고관절 속도가 중요
역도 인상경기는 바벨을 경기대로부터 무릎까지 들어 올리는 출발단계로 시작된다. 인체 중심의 수직 위치는 발바닥의 중간지점 또는 약간 뒤쪽에 있는 것이 좋으며, 그립의 폭은 어깨보다 더 넓게 잡는다. 전문가들은 스타트를 수행할 때 고관절을 위에서 아래 또는 아래에서 위로 움직인 다음에 바벨에 힘을 가하면서 동시에 지면에 최대로 힘을 가하여 힘차게 들어 올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바벨을 들어 올리는 순간 무릎의 각도는 80~110°가 가장 이상적이며, 우수 선수는 일반선수와 비교해 무릎의 신전이 크다고 보고된다.
그다음에는 다리를 펴고 몸통을 들어 올리며 폭발적인 힘을 가해 바벨을 수직 방향으로 최대한 이동시켜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허벅지 근육과 골반을 잇는 고관절(엉덩관절)의 가속도 크기가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한 다리의 디딤으로 폭발적인 채기(Pull) 동작을 통해 고관절의 최대 각속도가 증가하고 궁극적으로 바벨이 수직 상승하는 최고점을 높일 수 있다.
기술이 중요한 역도 인상경기 모습. 바벨을 바닥에서 머리 위로 한 번에 들어 올린다. ⓒ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체육지도자 훈련지도서』
강력한 채기 동작을 통해 바벨이 위로 향하고 있을 때 양다리를 옆으로 벌리면서 바 밑으로 스쿼트 자세를 취하여 양팔로 바를 떠받치듯이 지탱하며 앉아받기를 한다. 이상적인 자세는 발뒤꿈치가 고관절 아래에 위치하며, 발끔은 양 45°가량 외측으로 돌려진 상태에서 몸통은 요추부위에 전방경사를 이룬 아치형이다. 양팔을 곧게 뻗어 바벨을 고정시켰을 때 바벨 높이는 선수 신장의 약 62.5~70% 지점에 위치한다. (전병관 『역도 인상경기 시 성·패 동작의 운동학적 요인 비교와 훈련프로그램 개발』 참조)
이제 피날레의 순간이다. 앉아 받기를 통해 바벨의 이동을 정시시켜 균형을 잡은 다음 다리의 힘을 이용하여 똑바로 일어난다. 이때 바벨의 중심이 수직으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바벨을 들고일어나면 두 발을 동일 선상에 위치시킨 다음 다리와 허리를 완전히 펴고 정지상태를 유지하면서 성공 버저가 울릴 때까지 기다린다.
역도 기술 외에 실시간 전략까지 가미
역도 용상경기에서 바벨을 경기대로부터 가슴 위에 올려놓는 클린 동작은 인상경기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기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인상에서는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야 하지면 용상에서는 가슴 위까지만 들어 올리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다. 인상보다 용상에서 더 무거운 중량의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까닭이다. 발의 너비는 똑같지만, 그립의 폭은 더 좁게 잡는 게 요령이다.
클린 동작이 끝나면 쇄골 위에 올려놓은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저크 동작을 해야 한다. 경기에서 저크는 클린보다 실패 확률이 2배 정도 더 높은 어려운 단계이다. 양발로 지지면을 세계 차면서 그 반력으로 바벨이 위로 떠오르도록 힘을 가한다. 바벨이 순간적으로 떠올라 내리 누리는 힘이 적었을 때 재빨리 양발을 벌려 지지하는 동작을 취한다. 그다음 다리를 모아 정지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역도 용상경기는 쇄골 위로 올리는 클린(위)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저크(아래) 동작으로 이뤄진다. ⓒ 군산시 제공
용상은 인상 다음에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전략적인 중량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인상경기에서 하위권에 있더라도 언제든 용상경기에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기록이 같을 경우 체중으로 순위를 따지며, 체중마저 같은 경우에는 합계기록을 먼저 세운 선수가 이기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 진행상황을 반영하여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선수들은 인상과 용상 각각 3차례의 시도할 수 있는데, 3번의 시기에 모두 실패하면 기록은 0이 되기 때문에 아예 순위권 밖으로 떨어질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역도 남자 94㎏급에 출전해 8위를 차지했던 김민재는 7년이 지난 후 은메달을 전달받았다. 메달리스트 전원을 포함해 무려 6명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기록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같은 대회에서 역도 여자 +75kg급에 출전해 4위를 차지했던 장미란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뒤늦게 동메달을 받았다. IWF가 개혁에 실패하면서 IOC가 역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한다면 그동안 메달을 도둑맞았던 금지약물 청정국과 정당하게 땀 흘린 선수들이 이중의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