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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쟁 스파이 맡은 미국 출신 가수
프랑스의 20센트 동전에 새겨질 조세핀 베이커(1906~1975)는 미국에서 태어난 프랑스 댄서이자 가수입니다. 1920년대 파리에 돌풍을 일으킨 미국 흑인 문화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검은 비너스'라고 했어요. 베이커는 10대 때부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댄서로 활약하다 19세였던 1925년 프랑스 파리로 진출했습니다. 그녀는 곧 프랑스에서 아주 인기 있는 연예인 중 한 명이 됐죠.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독일이 프랑스를 침략했어요. 프랑스 정보국은 프랑스에서 최고로 유명했던 여성 베이커를 스파이로 기용해 독일 쪽 정보를 캐내도록 했어요. 베이커는 프랑스의 스파이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며 "내게 마음을 준 파리 사람들을 위해 내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됐다"고 했다고 해요. 곧 베이커는 프랑스 저항군의 일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이탈리아와 일본 대사관에서 열리는 외교 파티에 참석하는 등 간첩으로 활동했어요.
1944년 10월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독일군이 쫓겨나면서 베이커는 프랑스 공군 제복을 입고 당당하게 파리로 입성했어요.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종 도뇌르(Legion d'Honneur)를 수상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베이커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인권 시위에 참여하려고 미국을 여러 번 방문해 민권 운동에도 기여했어요. 그는 1975년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미국계 프랑스 시민이자 연예인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애국자를 기리는 파리 판테온에 안장됐답니다.
"읽기는 즐거워"… 영국 돈에 담긴 소설 구절
프랑스 50센트 동전에 새겨질 '퀴리 부인' 마리 퀴리(1867~1934)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이지요. 또 그는 1995년에 파리 판테온에 안장된 첫 여성입니다. 마리는 원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지만 24세였던 1891년 파리로 유학을 가면서 프랑스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물리학자 피에르 퀴리와 결혼해 부부가 함께 방사능과 방사성물질을 발견하는 성과를 냅니다. 부부는 새로 발견한 화학원소 이름은 마리의 고향인 폴란의 이름을 따서 '폴라늄'이라고 짓기도 했어요. 마리는 1903년 남편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1911년 노벨 화학상을 단독으로 받았어요. 그녀는 노벨상을 받은 첫 여성이며, 두 가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여성 과학자의 모델이지요.
소설 '오만과 편견' 같은 작품으로 서양 문학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은 영국 10파운드 지폐에 초상화가 실려 있습니다. 2017년 사망 200주년을 기념한 것이죠. 초상화 아래에는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결국 읽는 것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고 선언한다!(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 이 문장은 오스틴이 문학에 끼친 영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튀르키예 50리라 지폐는 2009년부터 파트마 알리예 토푸즈(1862~1936)의 얼굴을 새겨 발행합니다. 19~20세기에 소설가로 활동한 그는 튀르키예와 이슬람 세계에서 최초 여성 소설가로 인정받았답니다. 그는 작품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며 사회 변화를 추구했답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