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오지라퍼(Ogiraper)
---(팟캐스트 방송)---
http://cdn.podbbang.com/data1/chunsd/200524.mp3
---(감우(甘雨) 라디오/TV)---
http://gamwoo.tv/raincol-35/
사람들 가운데는 마음이 참 따뜻하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는 그런 유형의 친절한 사람이 있다. 이해심도 많고 가슴이 넓어서 여러 사람의 몫을 친히 혼자 감당 할 만큼 넉넉한 사람을 우리는 원래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오지랖이란 한복 겉감의 앞자락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오지랖이 넓으면 여러 겹의 옷도 다 덮을 수 있다. 넉넉함이라고 할까, 원초적 의미는 그랬다.
하지만 이 말은 요즘 썩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된다. “저 사람 오지랖이 넓어”라고 하면 좋아 할 사람은 별로 없다. 사사건건 남의 일에 간섭하고 다니면서 주제넘게 미주알고주알 말썽을 일으킨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서 남의 일에 참견하고 관심의 정도가 아니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어지간히 하세요, 네? 너나 잘하시라고요!”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SNS를 하다보면 정말 과도한 오지라퍼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니 오지라퍼라기 보다는 과도한 댓글러라고 할까? 다른 사람이 포스팅한 글에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올리거나 격려 혹은 응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사사건건 간섭하고 비난하고 심지어 욕을 사용하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댓글러가 아니라 악플러들이다.
이런 SNS 오지라퍼들 때문에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일들을 마구 자신의 페이지로 가져와서 올리거나 거기에다 자신의 견해까지 첨가해서 확인 사살까지 해 버린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살아갈 의욕을 잃고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르게 된다. 오지파러들은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항변 하겠지만 사실 이건 폭력이고 살인이다.
도벽이 병이라면 오지랖도 병이다. 도벽은 절도광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충동조절 장애다.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지만 훔치기 전에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면서 아드레날린의 분출로 인한 흥분과 성공 했을 때 찾아오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대한 즐거움 때문에 극복하지 못하는 정말 벽이 되어서 매번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오지라퍼들도 자신이 잘못하는 줄 안다. 그리고 그런 일들로 문제가 발생하면 후회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병인지라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으면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다. 간섭하고 싶고 자신이 저것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세상에 아무도 해결 할 수 없을 것같이 불안하다. 자기 딴에는 배려해 준다는 것이 정말 미안하게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배려(care)가 지나치면 우려(overcare)가 된다. 남의 일에 너무 무관심 한 것도 문제지만 과도한 오지랖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 화나게 만드는 오지랖, 이제는 그쳐야 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빌 2:4)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자기 일에 충실할 뿐 아니라 남의 일도 돌아보는 배려의 정신으로 살아가라고 성경을 말한다. 이것이 예수의 마음이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오지랖이 된다면 곤란하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조언한다.
벧전 4:15 너희 중에 누구든지 살인이나 도둑질이나 악행이나 남의 일을 간섭하는 자로 고난을 받지 말려니와
남의 일을 간섭하는 오지랖을 살인, 도둑질, 악행과 같은 레벨로 묶어서 기록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 성경들은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을 뜻하는 헬라어 “알로트리-에피스코포스”(allotriepiskopos)를 RSV는 “mischief maker” 해악을 조장하는 사람으로, NKJV는 “busybody in other people's matters” 남의 일에 아주 바쁜 몸으로 표현했다. 자기 자신도 돌아보지 못하면서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고 너무 나가는 과도한 오지라퍼들에게 “너나 잘하세요 네?”라고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