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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아저씨를 알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새벽에 컴퓨터를 하다가 인터넷 방송을 들었던 것이다.
아저씨의 방에는 사람이 2명 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새로운 손님을 반가워했고, 내가 중학생이라는 사실에도 평온했다.
어른스러웠지만 내가 하는 모든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맞장구도 성실하게 쳐주셨다.
나는 점점 아저씨의 방을 찾게 되었고, 고정 손님이 되었다.
그 때 아저씨는 내 나이의 정확하게 두 배였었다.
아저씨의 방송은 아무것도 안 하는 방송이었다.
아저씨는 그냥 멍하니 방송을 켜두고 사람들이 오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고 수다를 떠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송이었다.
손님이 아예 없을 떄도 많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목소리가 굉장히 좋았고,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손님이 없을 때를 굉장히 좋아했다.
아저씨를 독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나는 아저씨랑 핸드폰 번호도 교환을 하게 되었다.
새벽에 나는 심심하면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저씨 역시 귀찮은 기색 없이 받아주셨다.
아저씨는 가끔씩 자기 어릴 때 이야기도 해주셨다.
아저씨는 부산 분이셨는데, 어릴 때는 완전히 시골에서 자라서
밤에 누워서 별을 보기도 하고 누렁이랑 뒷마당에서 뛰어놀았다는 둥의 이야기도 해주셨다.
가끔 아저씨는 본인의 추억에 너무 심취해서 내 반응은 살피지 않으시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땐 아저씨의 나긋하면서도 들뜬 목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기도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 끊긴 건지도 모르겠는 전화기가 달구어진 채로 내 귀에 찰싹 붙어있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나랑 통화하는 걸 좋아해주셨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집과 학교 학원을 무한반복하는 시스템이 되었고
나는 자연스레 아저씨와 멀어질..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저씨는 아직도 새벽에 나와 틈틈이 통화를 해주셨고,
나는 아저씨에게 고등학생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징징댔다.
아, 나는 아저씨와 만난 적이 있었다.
아저씨가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다고 하셨을 때 나는 아저씨를 한 번 뵙고 싶다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아저씨는 다 늙은 아저씨가 뭐가 보고 싶냐고 핀잔을 주셨지만
역시 나의 투정에 아저씨는 나를 밤에 만나기로 해주셨다.
처음에는 그 날이 그렇게 기다려졌었는데..
막상 만나는 날 아침이 되자 뭔가 무서워졌었다.
무서운 사람이면 어떡하지?
그리고 아저씨를 이성으로 본 적은 없었지만 또 동시에
배가 볼록 나오고 머리가 빠진 볼품없는 아저씨가 있으면 어쩌지 하는
굉장히 철없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밤이 돼서 아저씨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는 삼십 분을 일찍 도착했었다.
근처 편의점 안에서 나는 초조하게 기다리며
앞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들리는 모든 발소리가 아저씨일 것 같았고,
지나가는 모든 남자들의 뒷통수가 아저씨의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약속시간도 넘어가고 있었다.
초조함은 짜증으로 변질되었고, 나는 결국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는 뛰어오고 있다고 헉헉거리며 전화를 받으셨고,
나는 편의점 창문 바깥으로 웬 뚱뚱한 아저씨가 전화기를 들고 뛰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의 환상속 아저씨는 뭔가 미중년일 것 같았다.
나는 늘 그를 이정재와 비슷한 느낌으로 상상하고는 했는데,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 오자 꽤나 실망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편의점에 들어왔는데,
그제서야 나는 약간 안도할 수 있었다.
아저씨와 다른 목소리였다.
동시에 스스로가 무척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따르던 아저씨였는데, 외모가 별로라고 하면 어떠한가.
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말투와 성격이 좋았다.
그와 사귀고 싶다 혹은 잘되고 싶다라는 느낌도 없이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와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겠다고.
기분좋게 다시 전화기를 제대로 잡고 아저씨에게
"저, 편의점에 있어요."라고 말하며 문 밖을 보는 순간,
모자를 쓴, 그리고 아저씨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앳돼보이는 남자가 편의점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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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고 불러야할까?
하지만 나는 늘 그를 아저씨라고 불렀기에 아저씨라고 칭하겠다.
아저씨는 키가 많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키도 결코 큰 편은 아니었기에 나보다 머리 하나는 거뜬하게 컸다.
그리고 그는 꽤 말랐었다.
얼굴은 희었고, 약간 날카로워보이는 인상이었다.
내 상상 속의 부드럽고 상냥해보이는 아저씨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저씨가
"오래 기다렸지"라고 말을 하는 순간
모든 어색함은 사라졌다.
아마 아저씨의 목소리 덕분이었을 것 같다.
아저씨는 나를 카페에 데리고 가서 핫초코를 사주셨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첫인상과 다르게 아저씨는 굉장히 다정했고, 눈을 마주치면 계속 웃어주셨다.
아저씨는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보인다 생각했는데, 웃을 떄는 주름이 패여서 관록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자 입이 트여 또다시 그날 하루 있었던 일부터 아저씨를 기다리면서 있었던 일들까지 모조리 떠들어댔다.
아저씨는 웃으며, 하지만 언제나처럼 진지하게 내 모든 얘기를 들어주셨다.
그렇게 카페에서 시간이 지나고 나는 금방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저씨도 바빴고, 나도 해야 할 학원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가끔씩 아저씨가 서울에 일이 있으실 때는 나에게 연락을 해주셨다.
그냥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아니면 산책을 하기도 했다.
만나는 장소는 늘 버스를 타고 약간 나가서 있는 곳이었다.
부모님이나 학교 친구들의 눈을 벗어난 곳.
지금 생각해보면 꽤 위험한 일이었다.
인터넷으로 만난 남자를 겁도 없이 따라가고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만나다니..
하지만 아저씨는 끝까지 나에게 손도 대지 않으셨다.
그냥.. 착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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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등학교 1, 2학년은 아저씨와 함께 보낸 저녁들로 채워졌다.
아저씨는 나한테서 학교 얘기를 듣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자기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허세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싸움을 잘 하고 학교를 빠지고.. 술 담배..
그 때도 그 얘기들을 들으면 약간 비웃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건 우리 아빠나 아저씨나 비슷하구나.
아저씨가 하는 말의 전부를 믿지는 않았다.
아저씨도 가끔씩은 머쓱해하시며 내가 자기 말을 안 믿는걸 안다고 말하시기도 했다.
아저씨는 나에게 한 번도 무슨 일을 하는 지 말해주지 않으셨었다.
나도 처음에는 물어봤지만 아저씨가 굳이 말해주지 않으셔서 더 깊이 묻지 않았다.
아저씨가 과거의 영광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인터넷방송을 할 만큼 여유로우니 딱히 멋지거나 자랑스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합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남을 해치지는 않는 일"이라고 했었다.
그게 무슨 일이었었는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아저씨한테 최근에 다시 물어봤지만 여전히 아리송하게 답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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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고3이 되었다.
그러자 집은 나의 대학진학에 관해서 굉장히 진지해졌다.
나는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고, 엄마 아빠 두 분 다 욕심이 많으셨기에
매일같이 학원과 과외를 다녔고, 아저씨에게 연락을 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만나는 건 아예 불가능해졌고, 가끔씩 우발적으로 새벽에 전화를 걸고는 했었다.
아저씨는 내가 전화를 걸 때 마다 통화료가 많이 나온다며 끊고는 본인이 다시 걸어주셨었다.
그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아저씨랑 통화를 하면 늘 끝에는 울고 말았었다.
아저씨는 나보고 꼭 좋은 학교를 가서 멋진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럴 때 나는 늘 약간의 속상함이 삐져나왔다.
아저씨를 내가 좋아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아저씨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멋진 남자 만나서 연애해야지"라는 표현을 쓰면
약간 툴툴거리게 됐다.
전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아저씨한테 "내가 여자로 느껴지진 않나요?"라고 물어봤었다.
처음에는 농담식으로 말했었다.
그 때는 무슨 객기였는지 모르겠다.
아저씨는 나에게 한 번도 이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고,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이라던가 심지어 누가 예쁘다는 식의 이야기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의 연애관이 궁금했던 것 같다.
아저씨의 대답은 "네가 열 살만 더 많았으면 모르겠네"라는 식의 굉장히 두루뭉슬하고도 어른스러운 말이었다.
나는 그 때도 꽤나 삐죽거렸다.
아저씨에게 호감이 있기는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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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6월 모의고사 전후였던 것 같다.
그 때 아저씨는 나랑 통화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툭 뱉었다.
"네가 대학 가면 나는 아마 잊혀지겠지?"
그 말이 그 때 왜 그렇게 마음 아팠는지 모르겠다..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거의 5년을 알고 지냈는데 설마 그렇게 사람이 바뀌겠냐고 호언장담했다.
아저씨는 슬퍼하지도 않았고, 계속 무덤덤한 말투로 말씀하셨다.
"너는 앞으로 더 멋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예쁜 나이야. 아저씨는 잊혀질 거야."
이 말 때문에 나는 더욱 더 아저씨에게 정성을 담았다.
나는 절대로 아저씨와의 이 끈을 놓고 싶지 않았고, 이런 말을 하는 아저씨가 어딘가로 사라질까봐 꽤 걱정스러웠다.
정말 아저씨와 나는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이 핸드폰 뿐이었는데,
아저씨는 그 시기에는 일 때문인지 연락도 자주 되지 않았고, 나 역시 매일 연락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연락이 오랜 시간동안 안 오면 굉장히 불안했다.
그래서 한 번 통화를 하면 두 세시간씩 연락을 했고, 어떨 때는 아침해가 뜨는 것을 보고 부랴부랴 엄마에게 들킬까 전화를 끊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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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나는 여느때처럼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는 받지 않으셨다.
하지만 익숙했다.
아저씨는 늘 바쁘셨고, 나중에 밤이 되면 다시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새벽은 왔지만 아저씨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저씨가 많이 바쁘신가보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른스러워보이고 싶었다.
나만 아저씨에게 목을 메는 것 같아보이기는 싫었다.
일주일이 꼬박 지났다.
이미 '쿨한 척'은 끝난지 오래였고
수십통의 전화와 그 때마다 나를 맞이해주는 소리샘언니.
문자도 엄청 보냈었던 것 같다.
걱정스러운 말투부터 화내는 것, 그리고 체념
심지어 약간의 구걸도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가 마지막 통화에 아저씨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행동을 했나?
아저씨가 나를 완전히 차단해버린 걸까?
무엇을 하고 계시길래 문자 한 통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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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사이에 수능을 치고, 간절히 원하던 학교는 떨어졌지만 적당히 수시로 넣은 학교를 합격했다.
정말 매일매일이 너무나도 자유로웠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고
수시 오티와 새터를 가서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뒤섞여 놀기도 했다.
엄마는 나에게 계속해서 핸드폰을 바꾸라고 했다.
주변 친구들도 내가 카톡이 안 되니까 불편하다며 피쳐폰을 쓰는 나를 늙은이 취급하고는 했다.
하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핸드폰을 바꾸지 않았다.
내가 번호를 바꾸면 아저씨가 나를 못 찾을까봐 바꿀 수 없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유는 하나였다.
수신함에 새로운 문자가 올 때마다 아저씨의 문자가 하나씩 밀려나서 지워지는게 슬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에도 계속 밤에는 피쳐폰으로 아저씨의 문자를 복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저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나는 한 번의 연애를 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결국 서로 이해를 할 수 없어 헤어졌다.
헤어지고 난 후에 아저씨에게 문자를 다시 보냈다.
답은 없었지만 나는 늘 아저씨에게 추석, 아저씨 생일, 설날, 내 생일,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등등
장문의 문자를 보냈었다.
물론 답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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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약 한 달 전, 나는 갑자기 아저씨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끝이 아름답지는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뭔가 극적으로 아저씨가 나타나서 해명을 해주고는 그 사이에 나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고 말해주며
서로 만나서는 와락 끌어안고 행복하게 끝나길 바랐다.
그리고 내가 이런 글을 쓸 때는 끝의 결말이
'그리고 지금 그 아저씨는 제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네요'와 같은 실없는 해피엔딩이길 바랐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강 머릿속에 아저씨와의 지난 일들을 되짚어보는데
슬픔보다는 뭔가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더 컸다.
그만큼 시간이 지난 걸까?
그 전에는 아저씨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허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정말 꿈같다.
내가 그런 일이 있었던거였나?
이렇게 삼류 소설 같은 일을 겪었나 내가?
그렇게 새벽까지 뒤척이면서 약간 오글거림에 이불을 차기도 하면서
아저씨의 기억을 매만져가고 있을 때
문자가 한 통 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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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였다.
진짜 아저씨였나?
내가 열 한 글자의 번호를 다 외운 아저씨였다.
그냥 그 두 글자를 보고 멍하게 있다가
혹시나 빠르게 답을 안 하면 아저씨가 다시 사라질까봐 급하게 답장부터 했다.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뭔가 두려웠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목소리가 아닐까봐?
그 목소리가 변했을까봐?
그 목소리로 할 말이 무서울까봐?
'왜 그랬어요?'
라는 답밖에 할 수 없었다.
아직도 뭔가 꿈 같았다. 이제 깨어나면 어쩌면 아저씨라는 것도 없지 않을까.
나는 자주 그런 상상을 하고는 했다.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꿈이고,
나는 사실 일곱 살 먹은 유치원생일거라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일곱 살이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정말 돌아왔다.
아저씨는 '세금으로 밥을 먹고 왔다'고 했다.
예전같았으면 그게 무슨 뜻인지 계속 물어봤겠지만
나도 이제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냥 침묵했다.
아저씨가 하는 일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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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나에게 자기가 예전에 살았던 집 얘기를 해준 게 기억나냐고 물었다.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살던 집은 별이 엄청 많이 보였고
강아지를 두 마리 키웠고
뒷동산에서 놀았고
친구들은..
가족은..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이 얘기를 울면서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문자보다 전화를 좋아했기에 전화를 하고 싶어했지만
내가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거절했다.
그렇게 아저씨와 나는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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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변했다.
아저씨도 이를 느꼈다.
아저씨도 내가 변했다고 했다.
그게 가장 슬펐던 것 같다.
아저씨는 내가 아저씨를 잊을 거라고 했다.
나는 아저씨를 잊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를 졸업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어느 날 아저씨랑 연락을 하던 도중
아저씨랑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처음 느꼈다.
귀찮음.
귀찮음.
귀찮았다.
아저씨랑 연락하던 게 그렇게 행복했었는데..
아저씨의 연락을 받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아저씨는 너무나도 행복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데..
나는 거기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말았다.
스스로에게 분노를 느끼며 나는 애써 아저씨에게 잘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새벽, 아저씨가 슬프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 때 잠에서 깬 나는 짜증을 느꼈다.
그리고는 펑펑 울었다.
아저씨가 슬프다는 연락을 했는데
처음 든 감정이 걱정이 아닌 짜증이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내가 아저씨로부터 멀어진다는 그 사실에
그 어떤때보다도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는 아저씨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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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여전히 어른스러웠다.
"너는 내가 알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어른스럽고 대견한 애야. 잘 지낼 줄 알았어."
나는 그 사실에 더 울었다.
"다 큰 처녀가 아직도 어릴 때 장난감 갖고 노는 건 아니잖아"라고 아저씨는 말을 하셨고
아저씨가 어떻게 스스로를 그런 장난감에 비유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저씨는 화를 내지도 않았고, 섭섭한 티를 내지도 않으셨다.
아저씨는 아직도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고 계셨다.
늘 그걸 바라고 계셨다고 한다.
"내가 전에 말했잖아, 네가 열 살만 더 많았어도 내가 좋아했을 거라고. 아니면 내가 열 살만 젊었어도 그랬을 거야.
그런데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할 자격도 없고 뭔가를 바랄 수도 없어."
이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아저씨와 나 역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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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아저씨랑 저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요.
아저씨와 제 사이가 끝이라는 건 그 애매한 기류..가 사라진 거구요
이제는 정말 오빠랑 동생같아요 ㅎㅎ
저는 좋은 사람들 만나고 맘에 드는 사람도 만나고 있구요
아저씨도 선 보러 다니신대요.
저는 아직도 제가 아저씨를 좋아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굉장히 격한 감정이었긴 했지만 그게 단지 사춘기 때라서 타올랐던건지..
아니면 정말 아저씨를 좋아한 건지
이 글을 쓰면서 아저씨한테 물어봤었어요
처음에 제가 어땠었냐고
그러니까 어린데 엄청 어른이려고 노력하는 게 귀여웠고
그러다가 점점 진짜 어른이 되는게 눈에 보였대요
그 때부터 아저씨도 감정이 헷갈리셨나봐요
뭔가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못 한 말도 많지만
제 글솜씨가 별로라서 전달이 잘 안 되네요
사실은 상상도 해봤어요
이 이야기를 뒷부분은 지어내서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버릴까
나랑 아저씨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뭔가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가상으로라도 아마 저랑 아저씨는 안 이어졌을 것 같아요 ㅎㅎ
정말 새벽에 안 주무시고 이런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처음에는 댓글 반응 신경 안 쓰고 내 할말만 해야지 싶었는데
너무 잘 읽어주셔서 제가 다 부끄럽네요.
좀 더 재밌게 좋은 내용을 들려드리고 싶었지만
현실이 참 안 아름답군요 엉엉..
다들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세요!
현실적이고 몰입이 잘 되는 글이라 가져왔어요
문제시 빛삭=3
첫댓글 그 정도면 집만 가까웠어도 나이차 한번 극복해보고 시작할 수도 있는건데 ㅎ
몰입쩐다.....대박이에요.................. 사춘기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면서 현실성 있는....
감사합니다 찬 사랑했어요
오~ 진짜 아쉽지만 그래도 훈훈한 결말이네요~ 진짜 나이차이만 어케 되었으면 지금쯤 그 누구나 바랫던 옆에서 코골고 자고 있네요 이런 결말이였을수도 있었을텐데~ 진짜 뭔가 보기 좋네요~ 잘봤어요 ^^
와... 좋은 글이네요ㅜㅜ
길어서 내렸는데 댓글이 좋네요
나중에 읽게 댓글좀 부탁드려요
댓글이여♡
정말 몰입해서 읽었어요~^^
와 ㅠㅠ 왠지 모르게 잔잔하게 감동적이에요. 둘이 비록 연인으로서 이어지진 않았지만 친구로라도 예쁘게 남아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아뭔가 가슴한켠이 아련하네여...
슬퍼요. 조금 공감돼서. 궁금한게 있는데 저 둘의 관계는 언제부터 끝난걸까요? 아저씨가 오래 못보게 됐을 때부터? 아니면 여자가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니면 귀찮음을 회복하지 못해서?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2222 그런데 나이 비슷한 커플에게도 있을 수 있고 또 나이 비슷한 커플에도 그 권태로움을 사랑이 아니었다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죠. 그냥 저 경우는 서로 사랑한거 같아요. 나이차 때문에 사귀지만 못했다 뿐이지..
글 뒤에 조금 더 있네요 후기같은..
헐 짱조아..
아저씨 아니네 많아봤자 33-4인뎅..
음 뭔가 좋네요 글이..!
ㅠㅠ왜눈물나징.... 예쁜데 슬프다..
나중에 읽게 댓글좀요!
댓글이요!
으앙ㅠㅜㅜㅜ소설같아!ㅜ
헐 되게 예쁜글 같아요 저도 답글 좀 주세요!
답글이요!
[오유펌]아저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15살이었다.
댓글이요!
아..
아련해 ..ㅜㅜ
읽는내내 왜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요...ㅠㅜ...아휴
유쾌방 앞으로 끌어갈게요!
네~~ 예전 글에 댓글 달려서 놀랐어욯ㅎ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7.03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