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데파트 앞 버스정류소는
7번 국도의 시작 또는 종점
우리집은 종점이었어
산7번지 처음보는 마이크로버스가
똑같이 생긴 집에서
똑같이 생긴 아이들을
실어 날랐어
똑같은 책가방을 메고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이 생기지 않은
한 여자 아이를 좋아하뎐 어느 날
내가 전학 온 것처럼
그 아이도 전학을 가버리고
나는 인생이 무언가 오면
가는 것이라고 비정한 것이라고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하루는 종점에서 시작되었어
아침이면 늘 신발이 젖었어
밤새 파도가 다녀간 거야
파도는 7번 국도를 타고 온다고
그래서 종점에 내려
처음에 이상했던 일이 계속 일어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
아무도 도망치지 못한 하루가
말라 비틀어진 화분 사이로 걸아가면
아저씨 제발 화분에 물 좀 주세요
글쎄 파도가 화분만 적시지 않는구나
공허한 대답처럼 버스가 다시 오면
젖었다 마른 행주처럼
종점에서 시작되는 아침
젖은 신발을 신고 다니면
세상이 질척거려
자꾸 달아나고만 싶어
7번 국도를 달리면
바다를 볼 수 있을 거야
파도를 만나면
내 젖은 신발을 두고 올거야
다시는 젖은 신발을 신지 않을 것이라고
똑같이 생기지 않은
여자 아이를 닮은
다 큰 여자가 국수를 마는
집을 나선 날
종점에 버스는 한 대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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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파도는 7번 국도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최주식
시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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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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