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게 - 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깍아먹는
한 조각 무우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日常)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 2009년 기축년 새해,
벌써 두 번째 월요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누구의 말처럼 나이 한 살 더 먹어 가는게 그리도 서러웠나 봅니다.
몸살에 근육통에 식체 위장병에..... 피골이 상접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동안의 마구 굴린 몸뚱아리의 반란 때문이지만
그것은 한꺼번에 토해져 나오는 찌꺼기들이 막혀
저질의 동맥경화를 일으키게 된 것인가 합니다.
올 한 해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전해 온 것 같다는 편리함과
하긴 뭐 별다를 것도 없는 새해지만 그래도 웬 희망을 다 품고,
작은 일에도 화들짝 놀라는 것을 보면 내란 인간도 어지간했던 모양입니다.
어김없이 새해에는 기억 멀리 끝자락에 밀어두었던, 언젠가 꾸었을 법한 소망 한 자락을
가슴에 슬며시 올려놓게 되는가봅니다.
여전히 삶에 대한 애착의 미련이 인간이라는 허울 좋은 꺼리 앞에
이토록 당당해 지는 것은 정글 속, 강한 놈만 살아남는다는
종의 기원, 즉 우성인자인양 자처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읽어 주는 토정비결에 귀가 솔깃한 것도 이 때문이요.
새해 첫 날 까치울음소리에 은근히 미소 짓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새해에는 다짐하는 게 하나씩 있게 마련입니다.
작심삼일도 자주하면 좋다고 합니다.
그 희망과 바램이 계속 이어지며 내년 새해에는 지금을 되돌아보며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첫 날,
꺼져가는 침대 귀퉁이에 머리를 옆으로 뉘이고 벌어진 커턴 사이로 밝아오는 빛을 맞았다.
다들 엄동설한에도 아랑곳 않고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다로 산으로 떠난다고들 난리들이지만, 이런 푼수는 언감생심.... 총각시절 언젠가 홀로 자취하던 방에서 쓸쓸해하며 소주잔 기울이다 빗줄기 속에 새해를 맞이하던 그 기억이 가물가물 해 진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아무도 내게 관심주지 않은 세 명의 생명체 들이 가까이서 히히닥 들려오는 장난소리와 어지럼 속에서도 코 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와 아삭아삭 청각을 유혹하는 미친 듯 씹어대는 소리가 점점 더 서러움을 동반하고 절망으로 짓누른다.
새해 둘째 날,
윗배 아랫배가 번갈아가며 짓눌려 온다. 병원생각이 간절하나 집구석에 아들놈은 아비 아픈 것은 아랑곳 않고 피골이 상접한 애비의 얼굴 쳐다보며 네놈 입에 들어갈 음식 궁리만 한다. 화장실 손잡이가 뺀질뺀질 광이 난다. 억지로 일어나 냉장고 야채칸 뒤져 시들어 빠진 콩나물 몇 가닥 건져 식은 밥 넣고 죽 끓여 반 그릇 비웠다. 몸살약은 먹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오른쪽 어깨에서 가운데 목 뒷털미로 근육통이 옮겨 번졌다. 고대로 침대에 콕 꼬부라져 끙끙 울었다. 그 와중에 아들놈 짜파게티 삶아 멕였다. 저절로 신음소리가 음악처럼 터져나온다. 삶에 찌들어 온 몸을 쥐어짜는 소리였다.
새해 셋째 날,
찐한 파스냄새에 일어났다. 기침을 할 때 마다 골이 덜거덕 흔들린다. 주위가 조용하다. 가끔 지나가는 고물장수 소리가 머리를 때린다. 해가 솟았나 보다. 오늘이 며칠인가? 가물가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자 말자 화장실에서 또 부른다. 일어나면서 비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오늘은 기필코 병원에 가리라 다짐을 한다. 그러나 말짱 황이다! 씽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인 꺼리들이 내 부지런함을 자극한다. 부지런도 과하면 병이련가? 찬물에 담근 손목마져 아파온다. 신경통까지 생겼나보다. 씨헐..... 저녁이 되었다. 어디서 초밥과 함께 싱싱한 회를 한 접시 사온 모양이다. 납작 처박은 머리 옆으로 하여 가만히 째려보았다. 광어회 한 마리가 살아 움직인다. 가물가물 들려오는 딸년 목소리.
“아빠 아직도 아푸나?”
그 뒤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새해 넷째 날,
새벽에 일어났다. 하루 웬 종일 누워있던 터라 허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체가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질 않았다. 거실에 나와 전기히터 틀어놓고 납작 엎드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누가 쇠망치로 내 머리를 쿵쿵 빻는다. 억지 눈을 뜨고 보니 뱃살이 베게 가져다 머리에 받혀주려다 내 머리를 바닥에 놓치고 말았다. 성의없는 모든 행동들은 더 큰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직이고 싶었으나 힘이 딸림을 내 알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
새해 다섯째 날,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억수로 더러운 꿈들의 연속이었다. 일어나 속으로 그랬다. ‘로또라도 하나 사야하나?’ 그것은 아직 남아있는 일들의 잔재가 부담으로 다가왔을 때 꾸는 꿈이었다. 일 년 농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일어났다. 전기밥솥에 남을 찌꺼기 반 그릇 퍼고, 마른 생김 살짝 구웠다. 간장에 아들놈 자장면 시켜먹다 단무지 남은 것 함께 말아서 목구녕으로 밀어 넣는다. 어께 통증은 조금 가신 듯하다. 따끈한 물에 샤워를 하고 감기약 한 알 넘겼다. 속에서의 반란은 그 인타발이 많이 길어졌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에 나를 비춰봤다. 피골이 상접이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다. 전화가 울렸다. 재촉하는 목소리..... 나도 모르게 대가리 굽신거리며 전화를 받는다. 내 목소리에 기가 빠져있다. 대책없이 새벽까지 야근했다. 산송장 이끌고 집앞 굳게 잠긴현관문 앞에서 전화질과 초인종을 오랫동안 동시에 눌렀다. 꿈속에 빠진 뱃살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수세미 머리끄덩이 빨간 내복차림에 팅팅부은 얼굴로 문만 열어주고 들어가버린다. 사랑스러버 디지겠다.
새해, 여섯째 날,
새벽에 들어와 새벽에 나갔다. 서울출장, 일 보고 허우적 거리며 서둘러 돌아오는데 인터넷으로 끊은 표가 잘못됐다. 저녁 22시를 오전 10시로 끊어놓고 있었다. 히히거리고 있었다니 그러게 내게 무슨 인터넷 티켓이라니....... 대전 경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넘었다. 표값도 그렇지만 이몸의 간절한 새해 소망은 어디로 갔는가? 그래도 토정비결은 좋던데 뭐. 게맛살보다 더 맛있는 역맛살만 있어도 내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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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도 너무 좋고, 달새님 사진도 너무 좋고... 곁들여 포스트 만들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첫댓글 새해부터 아프시면 어떡해요...대구 남강 장어집(행님 이름 달아놓고)에 가셔서 장어 곰탕 한그릇 드시고 힘 내이소~~
앗~~초시님이닷!!!!!!!!!!!!!!!!!!!!!!누가 내 허락 없이 아프라캣노~~~~~~요.
ㅎㅎㅎ 새해 초 부터 액땜이란 액땜은 다 했구먼.... 전화기 놔뒀다 엿바꿔 먹으실껴????? SOS라도 치시지.....
새해 벽두에 액땜을 제대로 하셨네요. 초시님!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바이더웨이~ ㅋㅋㅋ 사랑스러버 디지겠다~에서 킥킥킥~ 분명 병상일지인데~~후후후~ 낄낄낄~(웃어서 미안해요) 재미있으신 초시님~ㅎㅎㅎ
행님...아프지 마오~~~뛰 가까예....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이소~
앗~~ 초시님이닷!!!!!! 경주 답사 때, 白 바지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노래하시던 그 모습으로 되돌아오세요~~~건강이 최고에요^^*
행님~~오랜만입니다....술 좀 줄이소~~~~~~ㅋㅋ
새해 벽두부터 아프셨던분의 병상일기는 처음이네요. 초시님 어찌 몸을 그리 상하게 하셨나요. 식구들의 병자 대하는 태도로 봐서는 이런일이 자주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2009년은 몸의 경고를 받아들이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구요. 계획하신 일 꼭 이루시고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
새해 액땜을 일찍도 하셨으니... 이제부턴 좋은 일들만 가득할것 같습니다, 초시님. 얼른 몸 추스리시고... 계획하신 일들 모두 이루시는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초시님~좋은일은 그렇게 힘들게 찾아오나봐요~~이제 올해 힘든일 다 겪으셨다 생각하시고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으세요. 부디 건강조심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바래요~~
칭구야! 살아있음을 보고하는것 보니, 아즉 안죽었네....! 오늘 하제형님 전화받았네, 얼마전 칭굴 만났다구, 대구에서 정모하믄 연락다오 기꺼이 달려 갈꺼이니~ ^^*
문디~~~ 등치깝도 몬하고사나?~~~ 모하다 아프고 그카노? 설날 오기전에 다 털어삐리소.그라고 새해에는 옴팡지게 살으소 .
절대루 아프지 마시구 2009년엔 무조건 건강하소서.^^ 오랜만의 초시님 글에 반가움 전하며~~ㅎ
인자 전딜만 한가.?? 일도 해야겟지만 건강도 좀 챙기주오... 봄날에 함 보자구~~~
이넘아 함부로 아푸모 안된다.. 좋은날에 한잔 때리자
초시 님이 아팠다니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ㅎㅎ 이번 감기가 어찌나 독한지 년초부터 저도 혼났습니다...올해도 하시는 일 잘 되셔서 몇 년전 충무로에서 사 주신 주꾸미번개 개최하세요. ㅎㅎ
초시님도 많이 아프셨구나~~ㅠㅠ...언능 털고 일어나셔서 그 귀한 웃음 나눠주세요~~~ㅎㅎ..
아직은 살아 있구랴...가기전에 설 한 번 오소.....
게맛살보다 좋은 역마살도 건강이 따라야 하거늘......어깨통증 거거이 장난아이요 병원가서 단디 나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