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금품받은 혐의로 부장검사 사무실 압수수색
피의자로 입건… 檢에 수사 통보
해당 검사, 부부장으로 강등 발령
“부정한 금품 등 받은 사실 없어”
경찰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뒤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경찰이 최근 검찰 측에 수사 개시 통보를 하면서 부장검사는 25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지방 소재 검찰청의 부부장검사로 이례적으로 강등 발령이 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이틀 전인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의 A 부장검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A 부장검사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의 피의자인 수산업자 B 씨를 조사하면서 “현직 부장검사, 총경급 경찰 간부 등과 친분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 측이 A 부장검사에게 1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계좌로 이체한 사실도 파악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약속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부장검사는 주변에 “부정한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A 부장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 부장검사는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이첩받은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남부지검 소속이다.
경찰, 부장검사 불러 추가 금품 여부 추궁
檢, 경찰에 보완지시 없이 영장 청구
警, 총경급 등 로비 대상자 추가 조사
경찰은 A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은 보완수사 지시 없이 곧바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경찰이 부장검사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기존엔 경찰이 검사를 상대로 영장을 신청할 때 검사가 영장을 반려해 경찰이 반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2년 이른바 ‘조희팔 사건’ 당시 경찰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검사의 영장 기각으로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 최근엔 검사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를 통한 검찰의 제약회사 수사 누설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현직 검사 등과 관련한 녹취에 대한 영장이 반려되자 영장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한 뒤 A 부장검사를 최근 불러 수산업자 B 씨로부터 금품 등 경제적 이득을 받은 사실이 더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장검사 외에도 B 씨가 친분이 있다고 지목한 총경급 경찰 간부 등 로비 대상자가 더 있는지에 대한 수사도 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 A 부장검사가 처음은 아니다. 형사6부 소속이던 C 부부장검사는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7·수감 중)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라임 펀드 사기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C 부부장검사 등 현직 검사들에게 530여만 원어치 술을 사줬다”고 주장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C 부부장검사는 기소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100만 원 이하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A 부장검사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에 이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경찰이나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은 검사 등의 범죄를 인지하는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알려야 한다. 공수처장이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이첩을 요청하면 경찰은 이에 응해야 한다.
박종민 기자, 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