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구마 줄기를 다 껍질 벗겨 먹지만 예전에는 껍질도 벗기지 않고 잎도 자르지 않고
매 데쳐서 바가지에 넣고 간장, 참기름 아니면 깨소금 조금 넣고 바락바락 주룰러 무치면
잎에서 진득진득한 코가 나왔다. 그 성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인체에 참 좋은 거라고 한다.
그 고구마 잎 줄기 무침으로 배를 채웠다.
염천에 한 바탕 웃을 이야기 한 토막.
배를 탈 때 통영수전 나온 고성 출신 2등 기관사 이야기다.
장가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와 마누라가 땡볕에서 이틀 동안 고구마 줄기를 땄다.
한 리어카나 되는 고구마 줄기를 마산 어시장 근처 농판장에 가져갔다.
양이 많으니 농판장에서 경매에 부쳐 팔리는 데 시산이 걸렸다.
그 동안 박 某 2등기관사가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건너편 막걸리집 색시가 자꾸 한잔 하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박 某도 술을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마누라가 땡볕에서 이틀 동안 고생해서 딴 고구마 줄기다.
경매가 끝날 때까지 술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
속 다짐을 하고 있는데 술집 색시는 요염하게 가게 앞에 앉아 더운데 한 잔만 하라며 자꾸 유혹을 한다.
물론 모르는 집이다. 근데 이 색시가 이래도 안 올거냐? 며 다리를 꼬고 앉아 속곳을 보여주며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목도 마르고, 딱 한 잔만 하자! 하고 갔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고 에라 모르겠다! 마시고 보니 술값이
고구마 줄기 한 리어카 값보다 더 많이 나왔더란다.
어머니와 갓 시집 온 마누라가 이틀 동안 팥죽땀을 흘리며 딴 고구마줄기인데.
그 박 某 씨도 지금은 기관장 은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