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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13부 - 겨울비만큼 봄의 눈도 가슴아플때가 있다.
"검사 다 받고 나서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다 줄께."
"괜찮아요. 집으로 바로 갈거 아니니까 바로 가셔요 요즘 회사
바쁘다면서요."
내 아들이지만 내 도움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인지.
나를 아직도 좀 가리는걸 보고 있으면 가슴이 좀 아파온다.
그런 마음이 있어도 내입에선 어쩔 수 없이 대답이 나온다.
"그래? 알았다. 이따 집에서 보자꾸나."
늘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나를 대하는 내 아들.....
다른 집 아들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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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은 간호사들도 참 이쁘다.
간호사의 옷이 여자를 이쁘게 보이게 하는건가?
나이먹고 주책인건지.. 아님 내가 외로운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진우엄마의 생각이 들고나니왠지 좀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있을때는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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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면회소 안에 있던
화장지를 가져다가 닦아주기 시작했다.
"선배 왜 우십니까?."
"나 아니었으면 이런 고생 안했을꺼 아니야."
아마 군대가게 된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선배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들 다 가는데지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군대 말투....
이 말투에 숙희는 낯설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우린 면회소 밖으로 나와 잠시 공원 아닌 공원 같은곳을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말이 없던 그녀에게 다시 말을 꺼냈다.
"원래 갈 때 돼서 간거라고 그냥 생각해주셔야지 말입니다."
"말 그냥 편하게 하면 안되니?"
"이게 생각보다.. 잘 안되지...말...... 잘 안되네요."
내가 버벅 대는게 재밌었는지 울다말고 갑자기 피식웃더니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래도 병호 많이 남자다워졌네. 이젠 남자로 보이는데?"
"그럼 저 제대할 때 까지 저 기다려주실래요? 선배?"
이 분위기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고백아닌 고백이 튀어나왔다.
"어?"
"저 제대할 때 까지 기다려 달라구요. 애인이라고 하고
면회온거잖아요."
"그건... 그렇게 해야지 면회된다고 해서...."
"그러니까 기다려 줄꺼지요? 남자 박병호 제대해서
한숙희씨와 정식으로 교제하고 싶습니다."
"야 박병호. 너 선배한테 장난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이러면 장난 아니란거 잘 아시지겠지 말입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맘에 안 드시면 따귀를 때리시고 맘에 드시면 제 손 좀
잡아주시지 말입니다. 선배"
내 인생최고의 도박이었다....
그리고 나는 따귀 맞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오는 그녀의 손.....
그녀의 손은 내 볼을 향해 힘껏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난 눈을 질끔 감았다.
하지만 내 볼을 향해서 날아온 건 한 손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내 입술을 덮어버렸다. 기적이었다. 기적....
그 따듯했던 입술..... 싸늘한 화천의 공기도 아무리 입어도
추운 군복도 더이상 춥지 않았다.
아니 이곳이 시베리아 벌판이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입술이었기에 난 춥지 않았었을듯 했다.
그리고 그 기적이 끝나고 간신히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날 쳐다보지 않고 두 걸음 먼저 앞서 가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는 그 입술을 그 떨리는 입술을
다시 열어 말을했다.
"선배.... 손을 잡아달랬지 누가 뽀뽀해달랬습니까?"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아무말 없이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두사람 그녀와 나는 군생활동안 편지로 주로 연
애를 했었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그녀는 정말 날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제대하던 날. 이른 아침에 화천버스정류장에서
날 기다리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군생활을 기다려주던 그녀는 이미 졸업 후 취직을 한 상태였고.
내가 학교를 졸업하는 그날까지...
얼마 되지 않던 월급으로 내 뒷바라지까지 해가면서
내 졸업까지 날 또다시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쉽사리 허락하지 않으셨던
그녀의 아버지에게 무릎 꿇고 있던 그 날
그녀 역시 나와 함께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허락을 기다려 주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그녀를 기다린 적은....
결혼식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던 그 날 뿐이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우린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결혼 후 드디어 그 녀석이 태어났고
그녀석이 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미운 네 살이 되었다.
그녀는 내게 완벽한 여자였다.
진우의 엄마로써...
나의 아내로써 아이에게 되는것과 되지 않는것을 가르쳤으며
일방적인 어리광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말이다.
참 현명했던 그녀였다.
진우는 늘 밖에 있는 나보다 엄마를 따랐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난 그 당시 아들에게 단지 저녁에 들어오는 아버지란 이름의
어른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른이었다.
그래도 숙희는 진우에게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어린아이에게 가르쳤고
그것을 행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녀였다.
정말 이대로라면 평생 행복한 한 가족이 되어 그녀의 가족이건
나의 가족이건 모두에게 행복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불행은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왔다.
아이가 6살이 되던해였던것 같다.
나는 친구의 제의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당히 매력이 있는 아이템이었고 성공할 수 있을것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이번 일만 성공하면 우리도 먹고 살만해질꺼야."
"그 사람 믿을 만 한 걸까요?"
"한 번 믿어봐요."
"그래도...... 우리 결혼해서 아껴서 모은돈과 간신히 얻은
전세방까지 뺄정도로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아내는 그다지 믿음직하지 못해보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사업에 실패 한다하더라도 우린 아직 젊으니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는 말로 그녀를 설득해서 간신히
사업자금을 마련했었고 친구는 내가 투자한 부분이 많으니까
나보고 사장을 맡으라고 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동업자라는 친구는 결국 날 사장으로 앉혀놓고
여기저기서 투자금을 받아
결국 도망쳐버렸고 난....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실형을
선고 받게 되었다.
경찰에게서 도망칠까 생각도 해봤었지만 아내의 만류로
결국 서에가서 자수를 하고 진술서등을 받아 제출까지 했지만.
실형을 면할 수 는 없었다.
너무나도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던 그 친구 때문이었다.
경찰서로 자수하러 가기 전날...
"나 당신을 또 기다리게 할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쩌지?"
술을 마신 채 잔뜩 취해버린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을 꺼냈다.
"당신 기다려온 시간이 10년이에요.
거기서 2~3년 더 늘어나는 것 뿐인데 뭐가 문제가 되겠어요?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니라 진우도 같이 기다릴꺼니까.
아프지 말고 우선 다녀와요."
"미안해...... 미안해 숙희씨....."
그녀는 갑자기 내 입술에 입을 맞추더니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 지금부터 당신 기다릴껀데 맘에 안들면 따귀를 때리던지.
맘에 들면 내 손좀 잡아줄래요?"
내가 십년전 내 아내에게 했던 그 말이었다....
난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
"부디.... 내 걱정하지 말고.... 몸 건강히 잘 다녀와요."
그 다음날 경찰서로 향했고... 모든 조사를 받고 구속 수감되었다.
재판에서도 선처를 해줄 수 있을것이란 기대를 갖고 재판결과를
기다렸었다. 하지만 실형을 면하지는 못했었고 3년형이라는
실형을 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의 기다림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녀는 1달에 한 번 씩 날 면회 왔었지만
진우는 일부러 데려오지 않았다.
내가 부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올 때 마다 점점 그녀가 야위어 가고 있었다.
"일하고 진우 돌보느라 많이 힘들지?"
"진우는 큰아주버님이 잘 봐주시고 계세요...."
"그런데 왜이렇게 말랐어... 어디 아픈거 아니야?"
"아프긴요....."
"너무 야위었어..."
"여보... 나... 한동안 못올찌도 몰라요."
"왜?"
"해외가서 돈을 벌어볼까해요."
"무슨 해외? 갑자기 진우는 어쩌고."
"그렇게 해서라도 생활비를 버는게 나을것 같아서요.
큰아주버님과도 상의해서 이야기 다끝냈어요.
다행히 허락도 하셨구요."
"그래도 갑자기 그런게 어딨어..... 그나마 나 당신이
나 기다려주는것 때문에... 한달에 한번씩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렇다고 진우 데리고 손가락 빨고 살아야 되요?"
처음 듣는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2년만이라도 버틸 수 있으면."
"그 2년동안 모하라구요. 아이교육비는... 밥값은.
전기세 수도세는? 빚진거 갚아나가기도 얼마나 힘든데
지금 내 앞에서 그 소리가 나와요?"
그녀의 처음 보는 날카로운 모습에..... 난 많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를 못했다.
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아이 아빠로서의 모습조차도 자신 없는 난 한낱 죄수에
불과 했었다.....
그녀가 뒤돌아 나가던 모습에 한 번 만이라도
더 붙잡았어야 했었다.
그녀의 뒷모습 말없이 바라보았던 그 뒷모습
그리고 그녀의 잠깐 동안의 머뭇거림
그때 그녀를 한 번 더 붙잡았어야 했었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살아생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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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더 내릴 모양인가? 제법 눈발이 굵어져 가는게 보인다.
아무래도 끝나고 진우녀석 기다려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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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도 이렇게 눈이 내리던 날이었던것 같다.
들어온지 1년정도 되었을 무렵.
그녀를 보지 못한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4885 박병호씨 편지 왔는데요.”
“네? 누구에게서 온건가요? 혹시 제 집사람인가요?"
"한숙희씨가 아내분 맞으신가요?"
"네."
"맞는것 같습니다. 받아보세요."
감격이었다. 너무도 뛸 듯이 기뻤다.
편지의 발신처는 강릉으로 되어있었다.
'이 사람 왜 강릉이지? 하나 요양원? 알 수 가 없네.'
무엇인가 갑자기 가슴이 콱 막혀오기 시작했다.
아내의 이름을 확인했다.
바로 봉투를 뜯어편지를 펼쳐 보았다.
알 수 없는 정말 알 수 없는 떨림이 멈추려 하지를 않았다.
편지의 내용에는 힘들게 써내려간 듯한 단 한 줄이 쓰여 있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받아본 편지의 내용은 단 한줄이었다.
'이 사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녀의 편지를 받아본적은 없지만. 글씨는 맞다.
비록 글씨가 약간 힘들게 쓰여 있지만
분명 그녀의 글씨가 맞았다. 눈물이 흘렀다.
급하게 나는 간수를 찾았다.
"죄송합니다. 교도관님 교도관님. 저 전화 한통만 쓰게 해주십시오.
일과시간 다 끝난거 알고는 있지만 제발 전화 한통만 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내에게 무슨일이 있는것 같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난 정신줄을 놓은 사람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간수가 급하게 달려왔다.
"대체 무슨일이야?"
"제발 전화 한통만 쓰게 해주십쇼."
그는 꽤 고참 간수였고 나와도 제법 친한 사람이었다.
내 사정이야기를 다듣고 억울함도 다 이해해 주었던 사람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데 말을 해봐 이사람아."
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편지를 간수에게 보여주었다.
교도관은 편지를 보고 표정이 처음에는 이게 뭐야 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평소 내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들어왔던
그이기 때문이었는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던듯 했다. 급하게 나를 끌고 나와 주었다.
편지의 내용은
'병호씨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편지를 전해주었던 신참 교도관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전화를 받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신참교도관은
갑자기 당황하는 얼굴이 되어 내 눈빛을 피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내게 던진 한마디.....
"한숙희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믿을 수 도 없었다.
왜... 그녀가 왜.... 죽었다는 말인가?
다음날 교도관들의 선처로 귀휴를 나갈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 앞에는 큰형님이 차에타셔서 날 기다리고 계셨다.....
정신줄을 놓은것 처럼 있는 나를 추슬러 가까스로 준비되버린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들어서는 순간까지 아니길 바랬다.
절대 아니기를 바랬다. 2호실....
상주 박병호 고인 한숙희 그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까지도
아니길 바랬다. 절대 아니길 바랬다.
떨리는 몸으로 한걸음 한걸음 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다가....
"형님 아니에요 그 사람이 누워있을 리가 없어요.
왜 그사람이 죽어요. 왜? 아닐껍니다. 저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전 믿고 싶지가 않네요. 저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박 서방..."
그 곳에는 장인어르신이 와계셨다.
"아버님....."
"어서 옷갈아 입게"
"제가 왜 옷을 갈아입습니까? 그 사람이 죽었다고요?
저보고 그걸 믿으라고 하시는겁니까?
아버님 저 마음에 안들어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저 그녀랑 떼어놓으시려고 하시는거 아니십니까?
저 이런 장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돌아가겠습니다."
"병호야. 너 무슨소릴 하는거야. 사돈어른 죄송합니다..."
장인어르신께서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셨다.
그리고 내미신 하얀봉투....
그 하얀 봉투를 내미시고는 자리로 돌아가셔서
다시 잔에 술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를 따르시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것은 술이라는 이름을 빌렸던
눈물이 아니었을까....-
그 햐얀 봉투에는 그녀의 마지막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녀의 낯익은 글씨.... 분명 그녀의 글씨가 맞았다.
'사랑하는 내 반쪽 진우아빠에게....
이걸 보고 있다는 건 아마도 내가 더 이상 당신 곁에 있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겠지요?
갑작스레 많이 놀랬지요? 미안해요 속여서.... 나 암이래요.... 그것도 말기암....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내게 생겨버리다니. 살고 싶었어요.
당신과 진우와 셋이서 평생함께 웃으면서
함께 울면서 함께 싸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하늘이 허락을 하지 않는 건지.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문득 편지를 쓰는데 당신 처음 봤던 그 날도 생각이 나고 같이
옥상에서 숨어있던 그 날도 면회가서 당신 입술에 입맞추었던 기억도 모든 것이 생생하고
아직도 내 손은 따뜻한데. 내 몸이 식어갈꺼래요. 차갑게 식어 갈꺼래요. 진우아빠.
나 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당신이랑 진우랑 정말 같이 함께 살고 싶어. 그런데 그게 안된데.....
나 어떻게해? 살아 돌아오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당신에게 그렇게 모진말하고
진우에게도 엄마 돈많이 벌어서 오겠다고 했는데..... 진우에게도 당신에게도 착한 거짓말하고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게 안될꺼 같데. 그게 힘들것 같데. 나 이제 어떻게 해?
지금이라도 당신 한 번 더보러 가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지금가면 내 지금 말라있는 모습
당신 어떻게 보여줘? 그러고 나서 당신 어떻게 두고와? 진우는 어떻게해?
당신마저 그곳에 있고 나마저 없어지는거 알게 된다면 우리 진우 외톨이 되버리는 거잖아.
진우에게 어떻게 말해야돼? 나 어떻게 해? 병호씨.... 나 살고 싶어..... 나 정말 살고 싶었어.....
진우아빠... 마지막으로 부탁한가지만 할게.
진우에게 나 죽는거 이야기 하지 말아줘.....
적어도 언젠가는 엄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갖고 살게해줘....
부탁이야 진우아빠. 내 마지막 부탁이야. 내 아들 외톨이로 만들고 싶지 않아....
미안해.... 사랑해.... 손도 너무 떨리고 통증이 또....
그녀의 편지는 마무리 지어지지 못했다. 나중에 들은바로는 쓰다가 결국 격한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숙희야... 숙희야..... 숙희야...... 미안해...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나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한 구절 한 구절에 그녀의 의지와 마음이 새겨져 들어왔다.
결국 나는 장례식장 바닥에 혼절하다 시피 쓰러져 버렸다...
얼마쯤지났을까. 병원의 응급실에 난 누워있었다.
깨어나자마자 난 조용히 내 팔에 꽂혀있던 주사바늘을 뽑아버렸다.
그리고 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옷을 갈아입고 그녀의 영정앞에 서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녀의 마지막 부탁이 있었다.
"나 웃으면서 진우랑 당신이랑 지켜볼 수 있게... 더 이상 울지마."
꿈이었다는걸 알고 있다.
비록 꿈속에서 였을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져버릴 수 는 없었다.....
조문객이 뜸해질 무렵... 큰형님이 밥을 가지고 오셨다.
"형님 저 생각 없습니다. 나중에 먹을께요."
"제수씨가 차려주는 마지막 밥일꺼야.... 그러니 먹어둬...."
그 날은 내리던 눈이 비로 점차 변해져 가고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그녀를 보내고 돌아오던날...
그녀를 담당해주던 요양원의 의사도 찾아왔었다.
"한숙희씨 살고자하는 의지가 강하셨던 분입니다."
그녀가 참 고마웠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아주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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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진찰실로 보내드리고 난 다시 병원을 뛰쳐 나왔다.
그리고 꺼내든 핸드폰 희진씨의 전화번호가 바뀌진 않았겠지.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으로 희진씨에게 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수십초간 들려왔으나 연결은 되지 않았고
음성사서함으로 전화는 넘어가 버렸다.
'왜 다들 나에겐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거지. 희정씨의 일도.....
그리고 어머니의 일도.... 왜 나에겐 이야기 해주지 않는거지...
대체 왜.... '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 연결은 되지 않았다.....
학교에 있는걸까.... 난 학교를 향해 휠체어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눈은 점점 더 굵어지고 쌓이기 시작했다.
나무 이야기 12부...
첫댓글 으아.. 진우가 더 힘들게 만든 어머니의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처음엔 버리고 도망갔다고 원망했을테고..나중에 사실을 알면 엄마를 원망하면서 살게 했다고 원망하게 될텐데..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신 엄마 입장도 이해가 되기는 해요.. 그냥 진우가 너무 안쓰러워요.. 너무 안쓰럽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음편 빨리 올리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