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지나 2000년,새로운 천년을 맞는 가요계는 그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음악 그 자체의 내용적인 측면을 보자면 사랑 일변도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사회참여적인 음악이 늘어나고,그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 메시지를 담으며 사회에 직접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물론 상업성에 대한 비난의 여론을 줄이고자 그런 노래를 창작하고,행사에 참여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인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또 음악 외적인 특성을 보면,메가톤급 홍보전략을 세우거나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상미를 선보이는 뮤직비디오 제작,녹음과 믹싱 기술의 발전 등 국내 음악은 내ㆍ외적인 측면에서 발전을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가요계를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
어느 누가 들어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단어.
불쾌한 닮음의 또 다른 말.. 표절(剽竊)! 이미 가요계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병폐로 인식되는 표절의 문제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져서 이제는 표절의 문제를 가요계의 어쩔 수 없는 하나의 화두話頭로 이끌어 가고 있다.
신인가수가 등장하거나 기존의 가수들이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번 노래 좋던데... 이번엔 어떤 걸 베낀걸까?"라는 말을 먼저 하게되는 것은 그런 모습의 슬픈 반영이라고 하겠다.
가끔은 가수라는 호칭보다 뮤지션이라는 이름이 훨씬 잘 어울릴 법한 사람들을 둘러싼 표절 시비는 종종 팬들에게 더욱 심한 충격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듣는 사람들은 표절을 말하고 가수와 제작자는 그것을 부인한다.
표절의 논쟁속에 던져진 노래와 가수들..... 그들이 정말 표절했을까?
표절의 정의와 판정.....
표절 (剽竊 plagiarism)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말,생각,작품 등을 훔쳐서 자신이 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음악에서 말하는 표절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주제의 동기(4/4, 2/4, 6/8, 4/5 박자인 경우에는 첫 2마디, 2/4, 2/2, 3/4, 3/8박자인 경우에는 첫4마디)가 동일하거나 흡사한 경우.
여기서 흡사하다함은 박자의 분할이 같고 두곡의 음만 다른 경우를 일컫는다.
2> 1>의 경우처럼 '주제의 동기'가 아닌 경우에는 각각의 경우의 2배에 해당하는 마디만큼을 표절로 간주한다.
즉, 4/4, 2/4, 6/8, 4/5 박자인 경우에는 4마디, 2/4, 2/2, 3/4, 3/8박자인 경우에는 8마디를 말한다.
3> 음형은 동일 내지 흡사하고, 박자의 분할만 바뀐 것을 표절로 간주한다.
예전에 사전 심의가 있을 때는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가 가요 음반 전문 심의회의 결정사항을 근거로 음반을 제작하기 전의 사전 심의와 음반을 출반한 후에 사후심의를 했다.
일단 표절로 밝혀지면 음반의 제작중단과 방송국 가요프로그램에서 방송금지 조치가 취해진다.
출반 전의 심의에 의해 표절이 밝혀지면 새로 만들면 되지만 출반 후에는 표절시비를 가리기 위해서 원작자의 제소가 있어야 한다.
공륜이 있을 때 공식적으로 표절 판정을 받은 곡은 룰라의 '천상유애'(일본 닌자: 오마쓰리 닌자)와 김민종의 '귀천도애'(일본 튜브: summer dream) 두 곡.
그러나 이것도 공륜이 직접 표절 판정을 내렸다기보다는 가요팬들의 빗발치는 비난 여론으로 가수 본인들이 판증을 반납해 음반 판매를 중지하고, 방송활동을 중단하는 형식을 취했었다.
이렇게 공륜이라는 표절 심의기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절에 있어서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표절 심의가 유명 무실해지는 반면,창작의 자유는 오히려 지나치게 제한되는 역효과를 내고 있던 공륜은 1996년 6월 7일,음반 사전 심의제의 권한을 방송 3사의 가요 심의 부서로 넘기게 되었다.
즉, 가요 표절 문제는 공륜과 같은 공기관이 개입하기보다는 민간기구가 문제 제기를 하고,공륜이 이를 판정하는 형식으로 바뀐 것이다.
방송사 자체 심의로 표절 판정을 받은 곡은 김현철이 작곡한 이문세의 '난 괜찮아',이민규의 '아가씨',이승철의 '비애', 주주클럽의 '이젠 아냐'(프렌테: Bizarre Love Triangle),'돈이 드니'(블론디: Denis),신승훈의 '날 울리지마' (Bruce springton: hungry heart)등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륜이 사라지면서 생겨난 각 방송사들의 '표절가요심의위원회' '가요심의위원회' '방송가요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이름의 자체 심의기구도 표절가요단속에 있어서 단발적인 것에 그쳐 공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표절문제가 제기되었던 H.O.T의 '전사의 후예'(cypress hill: I ain't goin' out like that)같은 곡은 문제가 제기되자 곡을 다른 곡으로 바꾸어 유야무야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분명히 밝힌다. 이 곡은 단지 '의혹'을 받았지,정확하게 표절 판정을 받지는 않았다.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언제까지나 의혹곡일뿐이다.)
이외에도 '표절의혹곡'은 끊이지 않았다.
화이트의 'say good bye'(X: say anything),핑클의 '루비'(Zard: hold me~),H.O.T의 '열맞춰'(RATM: Killing in the name),김현철의 '나를...'(T-Square: Twilight In Upper West),조성모의 'To Heaven'(Deen: ごのままきみだけおうばさらたい),핑클의 '영원한 사랑'(카펜터스: for all we know),GOD의 '어머님께' (2PAC: dear mama),클레오의 'Ready For Love'(steps: one for sorrow),H.O.T의 '나의 너' (자넷 잭슨: together again),이정현의 '와'(브레이브 하트 영화 음악중),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쉐기: 캐롤라이나),조관우의 '늪'(일 애니메이션: 오~나의 여신님중),H.O.T의 'Korean pride'(DJ Quik Speed),박기영의 'blue sky'(쉐릴 크로우: Sweet child O mine--이곡은 원래 Guns&Roses의 곡으로 쉐릴 크로우도 리메이크한 곡이다),터보의 'love forever'(skidrow: I remember you),전람회의 '유서'(일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랴퓨타 중),원타임의 'good love'(머라이어 캐리: honey),아미의 '천상천하'(스피드: my generation),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내게는 너무 예쁜 그대" (TLC: I miss you so much)등 표절 의혹이 일었던 음악임에도 이미 많은 인기를 얻었거나,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곡들이 포함되어 있어 가슴 한켠이 적잖이 시리다.(*으으으~~~)
뿐만 아니라 자기표절의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노래만 들으면 "이거 누구꺼겠군." 싶으면 십중 팔구는 동일한 작곡가의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다작으로 인한 스스로의 한계에서 빚어진 일이라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더욱이 얼마전에는 동일한 작곡가가 두 그룹에게 같은 곡을 주는 바람에 노랫말만 다르고 같은 곡을 부르는 기이한 정도를 넘어 '기괴한 정도'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음악 이상의 것에서조차 표절 시비가 일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문차일드의 [delete] 앨범은 일본 락 그룹 GLAY의 [soul love] 앨범자켓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관련기사),조성모의 [For your soul]의 앨범 커버와 부클릿은 일본의 R&B 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를 그대로 카피한 것이 아니냐는 시비가 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윤손하의 '비인'과 우타다 히카루(또?!?!)의‘First Love’ 뮤직비디오가 흡사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관련기사).게다가 티티마도 스피드의 'go go heaven'의 뮤직비디오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1집에 이어 2집 역시 스피드의 '열대야'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이다.
(보도된 바가 없어서 잠시 덧붙이자면 잔잔한 랩이 흘러나올때,까만 화면이 4개로 나눠지면서 각각의 멤버들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되면서 화면이 진행되는데 이것이 스피드의 뮤직비디오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