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 빠지다 _ 부산의 오페라 문화
글 / 정 두 환 (문화유목민. 음악평론가)
16세기말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부터 출발한 오페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40년 10월 일본의 후지하라(藤原義江) 오페라단의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카르멘(Carmen)」을 발표한 것이 첫 무대였다. 오페라 가수로는 이보다 앞서 1930년에 김문보가 일본에서 오페라에 출연한 기록도 남아있으며, 우리나라 창작오페라는 1941년 안기영 작품의「콩쥐팥쥐」가 올려졌다. 우리나라에 오페라가 울려 퍼진지도 어연 78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며 그동안 오페라 공연 횟수는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오페라를 즐기는 관객 또한 많아 졌으며, 또한 지방의 오페라 문화도 많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즈음하여 부산의 오페라 문화를 한번 점검하고자 한다.
부산의 지역 오페라 역사는 관련 기록이나 상세한 자료가 많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며 부산음악인들의 증언에 기인할 정도로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전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지휘자이자 부산시민오페라단 단장이었던 배정행 선생의 증언에 의하면 1977년 부산기독오페라단(단장. 신동명)이 순수 부산오페라단의 출발이 된다고 하였다. 부산기독오페라단의 출발은 부민교회 성가대원들이 힘을 모아 「에스더」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하였지만, 이 공연은 막대한 적자로 오페라단은 좌초된다. 부산오페라의 첫 걸음이 재정적인 문제로 얼룩졌던 영향은 지금까지 관습처럼 남아있다. 부산기독오페라단을 모태로 1979년 나토얀오페라단(단장. 박두루)이 창단하게 되며. 이후, 1987년 부산시민오페라단(단장. 배정행), 1988년 부산소극장오페라단(단장. 이창균), 1996년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안지환), 이후 크고 작은 오페라단이 많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페라 활동에는 두 가지의 큰 맥이 있다. 그 하나는 외국 오페라의 국내 활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적인 내용에 중점을 둔 ‘창작오페라’로 통용되는 작품 활동이다. 전자는 주로 이태리, 독일, 프랑스 계통의 오페라 등이며, 공연방식에는 원본을 기반으로 하여 원어로 된 가사를 공연하는 것과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번역 가사로 공연하는 것, 이를 병행하여 원어로 공연하고 자막을 보내는 것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연진을 외국인으로 구성하는가 내국인으로 구성하는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함께 공연하는 것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오페라를 이야기 하면서 이러한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이야기 하는 것은 제작의 측면에서 야기되는 부분이 결국에는 관객의 이해도와 함께 관객 개발에도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관객의 이해 폭에 대하여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먼저 음악적인 요인으로 공연의 완성도 문제를 살펴보면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문학의 공연예술화』라는 작업이다. 이는 문학을 기반으로 음악이 중심이 되어 주위 다양한 예술의 영역과 함께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 오페라 작업이다. 문학이 중심이 되며 이 문학을 음악적, 특히, 성악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가사의 전달력이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이러하기에 원어로 할 것인가, 번역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음악가 특히, 성악가들은 원어로 공부를 하기에 원어로 노래하기가 유리한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관객들의 면에서도 원어로 듣고 싶은 생각이 훨씬 강할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문제는 이해도의 문제이다.
오페라가 공연되는 시간동안 대부분의 관객은 오페라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페라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자막을 내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 관객들은 시각과 청각의 따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이 또한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주요 장면을 많이 놓치기도 하면서부터 관객들은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매력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는 한국오페라를 지향하는 창작오페라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발음보다는 발성에 중요성을 두고 노래하는 성악가들의 특징상 가사전달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차이가 있다면 외국 오페라의 원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언어로 노래하는 것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듣기에 의미 전달은 될 수 있으나, 섬세하지 못하다는 면에서의 아쉬움은 비슷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사와 발음 및 발성에 염두를 두고 작곡되어야 하는 창작오페라의 경우에 더욱 많은 아쉬움이 가는 부분이다. 음악가(작곡 및 성악, 연출등)들과 함께 우리 언어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에서부터 변화를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으나 지면상 다음 기회로 대신하겠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이 큰 화두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성악가들의 노래가 아주 중요하지만, 노래만으로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연기력 또한 받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적인 묘사와 연기력을 요구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연기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관객들의 요구 조건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오페라를 주 무대로 삼는 성악가들을 비롯하여 무대 위에 등장하는 많은 예술인들은 더욱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경우 또한 접근법은 크게 다르지가 않다. 특히, 합창의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먼저 제작진에서 제기하여야 할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더욱 눈에 많이 노출되는 부분인데 오페라 전문합창단이 없는 부산의 현실에서는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할 수 있는 단체를 섭외하여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나 이 또한 녹록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오케스트라는 오페라 전반을 지탱하는 힘이다. 이는 더욱 전문적이여야 하며, 지휘자와의 호흡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대부분 오페라 공연 때마다 기획적으로 만들어져 연주되는 형태이다 보니 질 높은 공연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음악적인 아쉬움과 더불어 음악 외적인 요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음악외적으로 가장 먼저 짚어보아야 할 것은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이는 오페라를 같이 진행하는 미술인력, 의상인력, 분장인력, 연극인력, 무대인력등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 인력의 전문가 집단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오페라인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중앙에는 재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의 첫 오페라가 재정적인 문제로 좌초된 이후 현재까지 따라다니는 것이 재정 문제이다. 이는 개인 또는 단체의 능력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페라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도 이는 정부나 시에서 일정부분 지원해주는 것으로 해결해 가는 것을 보듯이 전 세계의 오페라와 관련된 곳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전문기관의 설립’이다.
다양한 장르가 만나는 오페라를 서로 상충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기관이 있어야 한다. 형식적인 기관이 아닌 전문가들이 상주하여 오페라의 모든 부분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의 이름만 있고 전문가와는 별개의 집단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님을 전재한다.) 이를 통하여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문화정책을 실시하여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나 시가 예술문화지원 예산의 목표치를 정하고 보다 세분화된 장기계획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할 때 예술문화의 생활화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한 걸은 다가가는 것이 현실화될 것이다.
부산의 오페라 현실은 결코 어둡지 않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수용하는 부산의 현실을 바라볼 때 어찌보면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때 늦은 감이 있다. 과거의 종합예술이 오페라였다면 현재의 종합예술은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감과 존재감의 실재는 공간의 현장에서 만나 감정을 교류하는 공감의 현장이 절대적인 것이다. ‘사회의 일반 구성원에게 공동으로 속하거나 두루 관계되는 것’이 공공(公共)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국가의 감독 아래 일반 사회의 여러 사람과 관계있는 일들을 처리하는 기관’이라는 공공기관(公共機關)의 의미가 만나보면 ‘국가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두루 관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한다’는 이야기에 도달한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다양한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이는 시설물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함께 가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속에서 예술문화는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의 오페라 문화는 순수예술문화의 집합체이자, 순수예술문화의 기준치이기도 하다. 모두 함께 노력하여 부산의 공연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모든 예술인들이 함께 노력하여야 하며, 오페라를 더 이상 예술인들의 영역이 아닌 예술문화 산업으로 바라보며 동참하여야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정부와 시의 관심과 지원책에 많은 부분이 걸려있으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대부분의 경우가 대동소이하므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전재로 부산오페라는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