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우중충하게 비가 내렸다
떨어진 솔방울들은 공기중에 수분이 많아지면 쫙 피어났다가
수분이 적어지면 저절로 오무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 솔방울을 처마밑에 매달아 놓고 그날의 일기를 예상했던
선인들의 생활 방식은 얼마나 지혜로운가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과학 발전이 최첨단을 내닫는 요즈음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아무도 그들의 예보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차라리 솔방울을 줏어다가 아파트 입구에 종종 매달아 볼 일이다
누구를 탓하랴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인으로 살아가야지
비가 내리지 않는 막간을 이용해서 청솔님은 나무를 전지하고
나는 토마토밭을 정리해서 배추모종을 심을 자리를 마련했다
그럴만한 시간이 주어졌음도 다행으로 여기는 여유로움을 갖기로 했다
무지개! 종자골 동쪽 하늘에 나타난 무지개!!
이것은 기적처럼 쏜살같이 갑자기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비가 온 후 밝은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무지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비가 갠 후라고 해서 항상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무지개를 보려면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은 상태일 때 그리고
태양을 등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태양빛이 물방울로 들어가서 반사되어 나올 수 있으므로
동쪽에 해가 있는 오전에는 서쪽에 무지개가 생기고
서쪽에 해가 있는 오후에는 동쪽에 무지개가 생기게 된다
종자골에 드나든지 벌써 6년이 되었건만 처음으로 보게 되는
무지개가 동쪽 하늘을 가로질러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양자산 북쪽 능선부터 남쪽 능선을 연결하듯 생겨났으니
그 길이와 넓이는 상상으로도 부족할 만큼 거대했다
종자골 길다란 밭을 내달리며 무지개 전체를 잡아보려고
애써보지만 마음뿐이고 혹 헬리콥터라도 타도 훨씬 뒷쪽에서
촬영한다면 가능할런지.. 아깝다 아까운 무지개!!!
산길을 달려 올라가면 어디쯤에선가 무지개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상상을 해 본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무지개가 아름다울까?
무지개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다울까?
비가 내린다고 원망하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비가 와서
볼 수 있었던 무지개로 인해서 순식간에 내 마음에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가 둥그렇게 반원을 그리며 생겨났다
후후후...변덕스런 사람아!!
종자골 매실나무가 4~5개의 정해진 가지를 튼튼하게 키워가고 있다
덕분에 가운데 중심 가지는 몰라보게 굵직한 기둥으로 변모되고 있다
물론 청솔님의 탁월한 솜씨 덕분이다 자랑스런 내 짝꿍!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짖궂게도 누구랑 짝꿍이 되고 싶은지
적어내라고 말씀하셨다.이미 그때 나는 스스로 못생겼음을 인정하고
있던 터였고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도 없던 터였지만
어찌 마음에 드는 남자 아이가 없었을까만은 그냥 혼자 앉고 싶다고
써냄으로써 속마음을 선생님에게 보이지 않았던 능구렁이 근성을 일찌기
발휘했었다 만약 지금 다시 그런 시간이 온다면 당당하게
청솔님을 써서 반친구들에게 보일수 있을것 같다. 내 짝꿍 청솔님!
전지를 해 주지 않은 다른집 매실나무들은 잔가지가 수북하게
자라나고 있어서 조경용으로는 괜찮을지 모르나 열매를 맺을
과수용으로는 낙제점수라 할 만하다
'나무를 자르다보니 확실히 감지되는 게 있어
가지가 많은 나무들이 굵기가 훨씬 가늘고 덜 자라있네.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알아내는 그 지식이야말로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진짜 거름 아니겠는가
나무를 기르는 재미와 기쁨에 흠뻑 빠진 청솔님!
머지않아 종자골 밭이 과일나무 숲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구
머지않아 종자골 밭이 매실나무 숲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저래도 좋구
모든게 소꿉장난처럼 우리 마음대로 가능하다는 점이 종자골의 최대 장점인걸
믿음직한 소꼽친구 있어서 좋다
그래서 더 신나는 종자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