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입니다.
이 초하루꽃편지를 띄우는 지금은 추석 연휴의 첫날입니다.
다들 고향이나 부모님 계신 곳으로 가는 때이지만 우리는 8개월이 넘도록 여전히 코로나 상황 속에 놓여 있네요.
얼마 전 친구와 ‘카일라스 가는 길’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감독인 아들이 84살의 어머니를 모시고 티베트에 있는,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은, 성지요 고행의 순례길로
알려져 있는 카일라스 산 아래까지 가는 17,000km에 달하는 기나긴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지요.
여든 넘은 나이에도 그 긴 여정을 씩씩하게 걷고 때론 잔걸음으로 뛰기도 하고,
흔들리는 차와 기차 속 잠도 잘 주무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들은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삼십 대에 홀로 되신 어머니는 시골집에 사실 때도, 그리고 이 첫 해외 나들이 중에도 일기를 쓰시지요.
음악과 어우러진 일기의 여러 대목들과, 대자연 앞에서 부처님께 드리는 겸손한 기도와
또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고 걱정해 주는 모습 등에서 저는 간간이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도 그 분을 보는 내내 ‘삶은 참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 분은 여름이 가장 좋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 안 나지만 쓸쓸함을 주는 가을보다는 더운 날 오히려 삶에의 충만감을 느끼시나 봅니다.
그런데 전 가을이 좋습니다.
문득 이제 세상에 와서 63번째의 가을을 허락 받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햇살이 빛나는 매일매일이 감사합니다.
읽고 느끼고 쓰고 감동받기도 하고 분개하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며 살아있음이 행복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 하나를 덧붙입니다.
며칠 전 미루어둔 신문들을 읽다가 알게 되었지요.
제철소의 펄펄 끓는 쇳물 용광로 속으로 청년이 떨어져 목숨을 잃은 사고가 딱 10년 전 9월의 일이었음을...
‘제페토’란 이름의 누리꾼이 그를 기리며 쓴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가 있었는데,
가수 하림이 그 시로 노래를 만들었고, 최근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음을...
10년 동안 그대로인 노동 현장의 변화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음을...
서부 탄광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했을 때 잠깐, 또 잠깐... 그러면서 10년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제페토'가 쓴 깊은 공감의 시들이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집이 되어 나왔고
그걸 읽고 관련 글을 바람재 사랑방에 올린 것이 2016년이었는데 저도 잊고 지냈습니다.
다시 함께 관심을 가져서 매년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안전 미비로 사망하는 일을 이제는 막았으면 좋겠습니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전문.
https://www.youtube.com/watch?v=aqG17UCj32E
https://www.youtube.com/watch?v=xCdKV81Di0Y&list=RDMMxCdKV81Di0Y&start_radio=1
며칠을 이 노래 속에서 지냈네요.
추석 민족 대명절이 코로나 확산없이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2020년 10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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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카페의 '우리풀 우리나무방'에 올라온 사진들 중에서 골라 날짜순으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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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 파란하늘꿈 님 (9.1)
어리연 / 어진내 님 (9.1)
남개연 / 주이 님 (9.3)
통발 / 주이 님 (9.3)
자라풀 / 주이 님 (9.3)
네가래 / 주이 님 (9.3)
물질경이 / 파란하늘꿈 님 (9.4)
물매화 / 산으로 님 (9.7)
낭아초 / 해란초 님 (9.7)
물봉선 / 파란하늘꿈 님 (9.11)
도깨비바늘 / 달희 님 (9.13)
사마귀풀 / 파란하늘꿈 님 (9.13)
땅꽈리 / 파란하늘꿈 님 (9.15)
누린내풀 / 파란하늘꿈 님 (9.16)
칸나 / 제주큰동산 님 (9.17)
야고 / 제주큰동산 님 (9.20)
쑥부쟁이 / 산으로 님 (9.21)
백당나무 / 산으로 님 (9.21)
처진물봉선 / 안여사 님 (9.22)
세뿔투구꽃 / 산들꽃 님 (9.24)
쑥방망이 / 산들꽃 님 (9.24)
첫댓글 가지 끝에 걸려있던 햇살
활개 치던 이파리도 결국은
마지막 잎새가 되어
사라지는 이승에서
위로받는 가을
간절한 외로움도 함께하면
더 없는 축복이 되는 가을입니다.
팔순 노모와 고행의 길 함께하는 아들...
'사람이 태어나서 결국은 죽게 된다'는 숭고한 의미...
삶 그 자체에서 의미를 읽고
긍정적인 가치로
승화시킨다면 값진 삶을 사는 것일까요?
시인 제페토의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숭고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과 소외된 이들의
감정을 회복하게 만드는 글들이 먹먹한 세상에서
때론 숨을 쉬게 만듭니다
10월 초하루
쫀득하게 잘 쪄진 송편 맛으로
하루 시작합니다
방울님. 편지를 쫀득하게 잘 쪄진 송편 맛으로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다 함께 공감해 주셔서 든든합니다.
제페토 시인의 저 시집을 읽으면 시인이 어떤 사건에 대해 지은 시이다 라는 설명이 있고
그 사건을 찾아 읽으면 맘아픈 일들이 많지요.
아기곰이 쓸개즙을 뽑히면서 지르는 비명에 쇠줄에 묶여있던 어미곰이 괴력같은 힘으로
그 쇠줄을 끊고는 아기곰에게 달려가 아기곰을 끌어안아 숨을 멎게하고 어미곰은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었다는 기사도 나오지요. 거짓말 같지요?
추석연휴에 초하루편지를 받았네요ㆍ
가을편지라 그런지 마음에 더와닿아요ㆍ
연휴에도 일히시는 많은 고마운분들중에 하늘님도 넣어드릴께요 ㆍ
모두모두 건강한 명절 보내시길 ~~~
고맙습니다. 자목련님.
왜 그런지 아직 추석연휴가 끝나지 않은 것 같고 연휴 중인데 아직 전 일하는 느낌이네요.^^ ㅎ
한가위 아침이네요.
초하루 편지를 보면서 시월 달력도 펼쳐 보구요.ㅎㅎ
차례 지내고 두리둥실 온가족 둘러 앉아야 하는데 허전합니다.
그래도 높고 푸른 하늘을 위로삼아
건강한 모습을 스스로 뽐내봅니다.
바람재 꽃님들 행복한 한가위 되시고
가을하늘님 늘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세요♡
행복한걸님도 추석을 잘 보내셨나요?
오늘 가을하늘도 너무나 맑고 높았지요?
다른 어떤 나라에선 태풍이 덮쳐 난리도 아닌데 우리나라의 가을은 평화롭네요.
얼른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한가위 아침 한달이 무사했음과, 본격적인 가을을 맞는 마음으로 편지를 읽었습니다.
어른 되고 보니 명절이 더 쓸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늘 맑은 하늘 보니 기분은 좋아집니다.
모두 편안한 명절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맑고 푸른 날 주이님은 카메라 들고 어딜 가셨을까요?
늘 갑자기 뜬금없이 이게 무엇인가요? 하고 물을 때마다 잘 대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길요.
그냥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젠 열정이 식어버린 가슴과 조금만 움직이면 지쳐서 쉴자리를 찾는 자신을 돌아봅니다
내 인생의 가을임을 느끼며
사랑도 미움도 서서히 사그라드는걸 봅니다
모든게 눈 돌아가게 휙휙 변해가는 세상에서 정작 변해야 하는것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슬픔입니다
가을하늘님
늘 고맙습니다
콜라맘님 말씀처럼 이렇게 쉬이 변하는 세상에서 국회는 왜 필요한 법을 제때 제대로 만들지 않을까요?
영화 속 할머니가 건강한 것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고 부럽기도 했지요. 지금부터라도 콜라맘님도 저도 지금의 건강을 잘 지켜가도록 우리 노력에 노력을 합시다요!
명절 잘 보내고 계신지요?
이지상 6집 '나의 늙은 애인아'를 샀어요. 거기에 '그 쇳물 쓰지 마라'가 나옵니다.
슬픈 그 노래 몇 번 들었지요.
먹고 살기 위한 벌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목숨을 가벼이 잃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빕니다.
노랫말도, 곡도 슬프지요.
가수 하림씨가 노래는 잘 못 하는 것 같은데 만들기는 참 잘 만드는 것 같지요.
여당이 다수당이 되었으니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여러 가지 필요한 법들을 이젠 제대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를 읽으니
살아간다는 것의 슬픔이 콕 명치 끝에 박히는 것 같네요.
우리나라 자본주의를 야수 자본주의라고 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완고한 기득권 세력과 물신주의, 금욕주의를 넘어선
사람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대동사회는 끝내 요원한 일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따박따박 한걸음씩 올바른 길로 지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빌어봅니다.
또,
'카일라스 가는 길'의 노모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하며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아드님과의 여행도 아름다웠지만 그 연세에 그 건강과 혼자서 살아온 삶을 어쩜 그렇게 평화로이 보실 수 있는지...
제페토씨가 세상 어디에선가는 그 건강하고 따뜻한 눈으로 또 댓글들을 쓰고 있길 바랍니다.
누구의 자식으로 식구로 살아가는 우리는
물건이나 농산물을 너무 가벼이 돈과 교환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사로에게 귀한 삶들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계기가 되기를..
이후의 삶들은 좀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추석 같지않은 추석날이 지나고 이어지는 연휴에 즐거워하며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지난 날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편하게 살 수 있음을 고마워 합니다. 당장 우리 공장에서도 무거운 것들을 들어주며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점심 한 끼라도 잘 해 먹이려고 노력합니다. 그 들이 없으면 내 일상이 힘들어짐을 잘 아니까요.
일하는 분들에게 점심 한 끼라도 따뜻이 먹이는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아들이 일하는 곳의 점심도 창너머님의 마음처럼 만들어서 나오는지라 제가 감사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티벳인들의 성지순례는 티비로 봐도 참으로 지극정성입니다.
오체투지로 삼보일배를 하시는데 덧대어진 곳도 성한곳이 없으니...
전 울어머니 지극정성 기도하시는 모습만 봐도 눈물나던걸요.
내가 아닌 자식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덕분에
오늘 저희 무탈하게 살고있는 듯 합니다.
나영님의 어머니의 기도의 힘으로 나영님이 그리 평화로이 지내시나 봅니다.
늘 멋지고 편안해 보이시는 나영님이지요.
살아있는 동안 자식을 위한 부모의 기도는 그게 어떤 모습으로든 자식에게 가겠죠?
어떻게 그런 사고가.......
그렇죠 그 쇳물을 어찌 쓰겠습니까.
어릴 때 경주박물관에서 에밀레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전설이 너무나 비열하여서
종이 전시된 주변을 뱅뱅 돌다 왔었습니다.
그 사고의 순간을 생각하면... 뭐라고 말할 수가 ...
어쩜 그 쇳물 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안전장치 하나를 안 할 수가 있는지요.
그걸 처벌하는 강력한 법이 없다니요?
에밀레종에 대한 전설을 전설로만 들었던 것 같은데 왜요님은 어릴 때 그런 마음이셨다니 역시...
아, 명절 인사를 잊었습니다.
추석 잘 쇠십시오.
다행히 저는 엊저녁에서야 추석인 줄 알았고요,
오늘은 벌써 명절이 하루 지난 터여서
마음도 크게 동요되지 않았씁니다.
추석을 잘 쇠었습니다. 라고 답하기가...
여러 가지로 불편했지요.
마스크 쓰고도 결국 음식나누기도 했으니 코로나 걱정에... 2주 정도 지나야 안심일 것 같습니다.
추석 명절은
잘보내셨어요
63번째 가을을
맞이하셨군요?
모자의 긴 여행이 감동
또 감동입니다
신문에 읽은 그쇳물?
참 ~~어떻게
진퇴양난입니다
그렇다고 자동차도
바늘도 만들지
말라는 건?
노래도 자꾸 들어보네요
또 벌써 10월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세월 억수루 빠릅니다
다시보는 야생화들
눈맞춤하니 행복합니다
자동차도 바늘도 아예 만들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 죽음을 안은 그 쇳물만이라도 그냥 쓰지 말고 이렇게 하자는... 노래처럼 슬픈 이야기이지요.
추석 잘 쇠셨는지요.
생명은 분명 축복이며 선물인데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지요.
그럼에도 기쁠때도 슬플때도 감사합니다 하고 되뇌이지요.
가을이 오는 꽃편지 감사히 받습니다^^
네. 자주자주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요.
더구나 질병이나 가난까지 겹친 사람들에겐...
또 이 코로나가 이렇게나 사람들을 힘겹게 하다니요.
꿈님은 추석 잘 쇠셨죠? 이렇게나 답장이 늦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