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긴장하게 했던 또 하나의 변수 '수능한파'. 하지만 실제로는 수능 당일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수능 온파(溫波)가 훨씬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2차례 치러진 수능시험 중 당일 기온이 평년(30년 평균치)보다 낮았던 경우는 2001, 2002, 2006년 등 단 3차례. 기상청 관계자는 "2002년에도 평년에 비해 1.3도 가량 떨어졌지만 유달리 추워졌다기 보다는 이맘때의 보통 날씨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규정하는 한파는 ▦아침 최저 기온이 3도 이하에 평년 값보다 3도 이상 낮고 전날 최저기온보다 10도 이상 하강할 경우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이 2일 이상 지속 될 경우다.
여기에 대입시킬 경우 수능 한파는 수능이 시작된 1993년 이후 단 한번도 없었다. 역대 수능일 중 전날에 비해 기온이 가장 크게 떨어진 2004년도 시험 전날에 비해 4.7도 떨어진 데 불과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원래 한파 개념은 산업 및 생활시설이나 농작물에 갑작스레 발생하는 추위 피해를 예상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시험이나 출ㆍ퇴근 등 사회적 활동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평년보다 시험 당일 기온이 더 높은 경우가 2000년 이후만 따져도 12차례 수능 일 중 9차례나 된다. 2000년 수능 일의 경우 아침 최저 기온은 7.9도로 이틀 전에 추웠던 날씨(0.9도)에 비해 무려 7도나 상승했다. 지난해 수능 일에도 기온이 평년대비 5.8도가 높게 나타나는 등 대체로 0.5~2도 안팎의 평년대비 기온 상승이 있었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은 "실제 추위와 무관하게 '수능한파'라는 관용어 자체와 시험 스트레스가 사람의 생각과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수능한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013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는 8일 아침 최저기온이 서울 7도, 부산 9도, 대구 6도, 광주 8도, 대전 7도로 평년과 비슷해 추위로 인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