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란 원래 독일어로 부드바이즈(Budweise)에서 생산된 맥주를 말하며, 부드바이즈는 체코의 체스케부데요비체(Ceske Budejovice)시에 대한 독일식 지명입니다.
체스케부데요비체(독일식 지명 Budweis)시의 맥주 생산 역사는 보헤미아왕인 오타카르 2세(Otakar Ⅱ)가 1265년에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맥주가 Budweiser(영어식 발음으로는 버드와이저)로 불리게 되었으며, 뛰어난 맛으로 독일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 중의 하나인 필스너(Pilsner)도 체코 플젠(Plzen, 독일식 지명 Pilsen)에서 만들어진 맥주라는 의미입니다.
독일계 이민이 설립한 미국의 맥주회사인 안후이저부시(Anheuser-Busch)사는 1852년부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제는 안후이저부시가 1876년부터 버드와이저란 상표의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2년 뒤인 1878년에는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버드와이저’ 상표를 등록하면서 발생하였습니다.
1929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The King of Beer》라는 책에 따르면 1870년대에 안후이저부시의 공동 설립자인 부시(Adolphus Busch)의 친구이자 맥주 기술자인 콘래드(Carl Conrad)가 당시 보헤미아지방의 체스케부데요비체를 방문했을 때 들른 수도원에서 맛본 맥주에 반해 수도원의 수도사에게서 받은 제조법을 미국으로 가져와 생산한 맥주가 안후이저부시의 버드와이저라고 합니다. 버드와이저는 우수한 맛으로 미국인들의 입을 사로잡으면서 안후이저부시는 단숨에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회사로 부상하게 됩니다.
그동안 소규모 양조장이나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생산해 오던 체코의 체스케부데요비체에서 본격적인 상업적 맥주생산은 부데요비츠키부드바르(Budejovicky Budvar, 약칭 부드바르)사가 1895년에 설립되면서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안후이저부시와 부드바르의 버드와이저 상표에 대한 기나긴 분쟁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운송 등의 문제로 맥주의 다른 대륙 판매가 사실상 어려웠던 1911년 두 회사는 안후이저부시는 북미지역에서만 버드와이저란 상표를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게 됩니다. 안후이저부시는 북미, 부드바르는 유럽 판매에 치중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버드와이저 상표문제는 1937년 부드바르가 미국에 자체 브랜드의 상표 등록을 추진하면서 다시 촉발됩니다.
결국 두 회사는 1939년 체코가 독일에 합병되기 직전에 안후이저부시가 부드바르에 일시금을 지불하고 대신 부드바르는 북미에 맥주를 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됩니다.
2차 대전 이후의 공산화로 체코가 서방세계에서 격리되면서 잠잠해졌던 버드와이저 상표문제는 체코가 자유화되면서 다시 부상하게 됩니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시장에 본격 진출해 있던 안후이저부시로는 유럽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으며, 이에 따라 당시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였던 안후이저부시는 90년대 초반부터 부드바르와 인수합병 등을 포함한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두 회사 간의 논의가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1996년에 결렬되면서 결국 두 회사는 세계 각국에서 상표권 소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지난 6년간 부드바르와 안후이저부시 간 86건의 상표권 분쟁에서 부드바르가 69번, 안후이저부시는 12번 승소하였고, 5번은 승자 없는 싸움이 되었으며 아직도 40여 건의 소송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표분쟁의 결과 부드바르 맥주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체크바르(Czechvar)’,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버드와이저 부드바르(Bud-weiser Budvar)’, 그 외의 국가에서는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Budejovicky Budvar)’로 판매되는 등 동일한 맥주가 판매지역에 따라 다른 상표를 갖게 되었으며, 안후이저부시는 체코,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는 ‘Budweiser’ 또는 ‘Bud’ 상표의 맥주를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최근만 해도 올해 4월에 EU 상표청(Trademark Office)은 안후이저부시의 버드와이저에 대한 EU 상표 등록을 기각하였으며, 6월에는 룩셈부르크 EU 1심법원이 부드바르의 맥주 이외 상품에 대한 ‘Bud’ 또는 ‘Budweiser’ 상표 사용을 금지하는 등 소송결과가 나올 때마다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8년간의 긴 상표권 소송 끝에 부드바르가 결국 승소해 ‘버드와이저 부드바르(Budweise Budvar)’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올해 5월부터 정식 수출도 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소비자가 충분히 두 회사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버드와이저 상표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와 두 회사가 공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