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광 주 떠나던 날
"이크! 늦었당!!!" 일어나 보니 6시였다.
6시 30분에 동방에서 만나서 광천 터미널로 떠나기로 하였다. 어제 약간의 음주가 있었고 집에서도 새벽 2시까지 안잤기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 버렸다. 어머니께 5시 30분에 모닝콜을 요청했건만...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머리도 못 감고 동방에 도착했다. ㅋㅋ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있었으니..그의 이름하야 박 치 호 ..그래도 우리는 7시에 광천 터미널로 향하였다.
올해 부터는 강릉까지의 직행 고속버스가 생겼기 때문에 그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8시 30분 출발에 예상 시간 다섯 시간 반.
버스를 탄 후 잡지보다 자다 ,잡지 보다 자다를 계속 반복하다가 신탄진을 지나 새말 휴게소에 들렀는데 이게 왠 떡인가. 서울에서 속초로 가는 차를 막바로 갈아 타게 된 것이다. (두당 5천원씩 더주고) 실로 우리로서는 시간 절약의 효과가 있는 좋은 소득이었다.(원래의 예정 대로라면 강릉에 도착한뒤 다시 속초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이러면 약 2시간 정도가 더 소요된다. 그러니 후배들아 새말 휴게소에서 한번 두리번 두리번 거려봐라..^^)
그리던 속초시에 도착한 시간 2시 30분경.(아~ 그리워했던 속초여!!!) 간단히 중국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야영장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야영장에 들어온 시간 3시 30분이었다.
헉!!! 드디어 설악산으로 들어왔다라는 설레임도 잠시. 우리 앞에 보인것은 '새 하얀'벌판의 C지구 야영장이었다. 그야말로 며칠간의 눈이 쌓여 생긴 'ground zero'의 드 넓은 벌판!!!
"이제 부터 텐트 사이트 다지는게 문제네 T.T" 도회의 한숨 소리 만큼이나 깊게 눈은 쌓여 있었다.
옆 텐트에서 '눈 삽'을 빌려서 열심히 '노동'을 시작했다. 허리 굽혀 눈을 치우기 시작한지 어언 1시간...차츰 마른 땅이 보이고 텐트를 칠만한 넓은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한 다음에 저녁 식사후 우리의 노동을 기념(^^)하기 위해 시원한 맥주 한잔씩을 했다. 하이트 맥주의 '녹색'불이 선명하게 들어와 있을 정도로 차갑고 시원한 맥주의 그맛!!! 동계와서 눈속에 넣은 뒤에 먹은 그 맛은 아무도 알 수 없으리라!!!
원래 내일의 일정이 대청을 친후에 한계령으로 내려 가는 것이었지만 이정도의 눈을 러셀할 인원이 안되었으므로(전반기에는 나, (31기), 치호(32기, 대장), 도회(33기) 이렇게 3명밖에 없었으므로) 다음날은 토왕폭 정찰을 하러가기로 기약하며 잠을 청하였다.
1월 20일 토왕폭 정찰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해먹었다. 6~7인용 텐트에 3명만 살고 있으니 오손 도손한 맛이 있어 좋다. ^^ 밥, 설겆이 같은 것도 알아서 각자의 역할 분담을 하게 되고...무엇보다도 게으른 사람이 없어져서 좋다.
이것 저것 챙기다가 (혹시라도 몰라서 바일, 보조자일 정도의 빙벽 장비만 챙겨 갔다) 시작한 산행 시간이 8시 30분. 어제 텐트 사이트 다지는데 열을 올리다가 깜빡 늦어서 관리 공단의 허가를 안 맡았기 때문에 다시 30분을 허비한 후에야 산행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 시작. 7번 버스를 잡아 타고 소공원으로 향했다. "와~ 설악산이다!!!" 라고 마음 속에서 부르짖는 소리!!!
영하의 설악산...눈 속에 그 웅장한 자태를 감춘 우리들의 멋있는 '설 악 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간단히 기념 촬영을 하고 싶었으나 애들이 들어오는 후반기 이후에 다같이 모여서 '곰' 앞에서 찍기로 하고 토왕폭으로 향하였다.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출발한지도 어언 1시간. 벌써 몸에 땀이 나고 더워지기 시작한다. 나도 토왕폭은 예과 2학년(99년)때 이후론 처음인지라 기억을 더듬어 더듬어 나아갔다.(물론 길은 너무나 잘 나있어서 아무 탈 없이 갈 수 있었다.)
다시 약 한시간 정도 나아간 다음에 우리는 토왕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 웅장함!!! 그 거대함!!!...을 기대하였으나 올 겨울은 수량이 적었나 폭포가 그리 잘 얼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전에 왔을때는 오른쪽 루트에 거대한 고드름이 있었고, 토왕폭 하단의 상부부분도 바위가 안 보일 정도로 잘 얼어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98년 토왕폭 사고(경북대학교 산악회 사망자 ?명을 기억하고 있을려나...)에 대한 이야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다른 팀이 힘겹게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목포대, 해양대 연합팀이었는데 97학번 용기 형이 최고 레벨로 이끌고 있었다.
그쪽 팀은 동계반을 끝내고 온 터라 등반을 목표로 하고 왔었다. 하지만 빙질이 안좋은 관계로 등반은 포기하고 잠깐 이야기 나누고 있었는데 적십자 구조대 산악회에서 또 올라 오신다.
이 팀은 실제로 등반을 하였던바 멋있는 폼과 유연성, 그리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목포대, 해양대 연합팀과 간단히 술 한잔 하고 돌아오고(이에 대해 그 팀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텐트로 돌아와 다시 내일의 산행을 기약하였다.
1월 21일 BC~대 청
"오늘은 대청이닷!"
그래..실로 얼마만에 오는 설악산이던가...(물론 하계때도 오긴했다. 난 지금 동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만에 가보는 정상인가. 실로 날이 안 좋은 날에만 가는 정상이기에(쩝..뭐 항상 그런식이었다.^^)
오늘같이 화창한(물론 날씨는 추웠다. 이 날 광주에는 폭설이 내렸다고 전해지는데 맞는감?) 이런 날에 대청봉에 간다는게 꿈 같이 느껴졌다.
일찌감히 준비를 하고 나선 시각 9시. 최대한 머리를 굴리고 굴려(가령 저녁도 떡꾹으로 먹기로 하고, 각종 반찬은 다 안 가져갔다.) 짐을 줄였다.
"야 배낭 좀 예쁘게 싸라, 도회야!" 아직도 '바보 배낭'을 싸는 도회를 놀리며 워킹을 시작했다.
소공원, 비선대, 잦골 입구, 양폭까지는 별 탈 없이 잘 온지라 '오늘 한계령까지 넘어가자!'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그건 모든 회원들이 아시겠지만 농담이다.)
그런데...문제는 며칠 전 많은 눈이 내려 생긴 양폭~희운각 코스였다. (내 기억으로는 원래 희운각~소청 코스가 경사도 있고 더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똑같은 것은 없다. 힘든것 빼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하산을 했다는 표시를 나타내는 흔적인양 글리세딩이 잘 되어있었다. 이게 올라가는 우리에게 쥐약이 될 줄이야...ㅠ.ㅠ
힘들게 힘들게 올라서서 공룡능선과 만나는 곳에서 사진 한판씩 찍고(이 곳이 절경이다. 잊지마라..^^) 희운각에서 점심을 먹었다.
방금 공룡을 뛰고 왔다는 다른 산악회를 보며 (인원이 7명이었다. 우리도 그정도 되면 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라면 점심을 먹고 다시 대청으로 출발한 시각 2시...
예상외로 소청까지는 빠르게 진행하여 대청에 도착한 시각 5시였다. 원래 비박할 장비를 다 가져왔으나 내일의 한계령 산행의 쾌적한 산행을 위하여 중청산장에서 자기로 했다.(대청봉 아래에 있는 산장의 이름은 중청 산장이다. 세상에 태백산맥이 없듯이 대청 산장이란 없다.^^)(예비일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으므로 비박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영하 16도여도 자리 잘 잡으면 안 얼어 죽고 살 수 있다'는 우빈생각 ^^)
맛있는 떡꾹 저녁을 먹고(사실 이때문에 다음날 아침 떡꾹이 좀 식상하긴 했다.) 힘들게 가져온 족발을 뜯으며(이건 정말 치호 어머님께 감사 드린다.) '곡차 한잔'을 아쉬워하며 잠을 청했다. (산장은 인터넷으로만 예약이 가능하며 1인당 5천원이다.)
1월 22일 대청~한계령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으나 날씨가 흐려 일출은 못 보고 (일출 시각 7시 40분) 그냥 기념 사진만 찍고 다시 짐을 챙겨 한계령으로 향하였다.
예상한대로 사람의 자국이 있어 산행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한계령 삼거리(한계령으로 내려 갈 것이냐 아님 대승령을 통하여 소위말하는 서북주 종주를 하고 십이 선녀탕으로 갈 것이냐를 결정한다)에 도착한 시간 11시였다. (이날은 일출을 보고 9시에 출발하였으니 지도 상의 시간대로 된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침에 대청의 일출을 포기하고 더 빨리 진행한다면 그날 서북주도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3인의 사나이였으므로...^^)
하산을 시작한지 2시간만에 한계령에 도착하였다. 치호의 아슬아슬한 계단에서의 글리세딩 이야기를 들으며 한계령 휴게소에 내려오니 다시 눈때문에 한계령 입산 통제가 되었다. (이번 겨울은 참 운이 좋다. 우리가 딱 내려오니 통제가 되다니..그리고 통제가 계속되는 내일은 우리의 예비일이다.)
2시 30분 한계령발 속초 차를 타고 BC로 돌아와 보니 어느덧 5시다. 내일 예비일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1월 23일 예비일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날!!!
오늘은 이색적으로 점심에 고기 부페(뷔페가 맞나? 원어는 buffet이며...캐나다에서는 실제로 이말 안쓰고 다른 말쓰는 걸로 기억한다.(All you can eat인가?) )에 가기로 했던바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길을 나섰다.
속초시내에서 가장 급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목욕탕을 찾는 것! ^^ 개인적으로는 6일째 머리를 못감았던 터라(앞서 말했듯이 출발하는 날 늦게 일어났으므로...그 때 내 꼴은 광주에 돌아오던 날의 꼴만큼은 된 것 같다.^^)
목욕탕을 찾아들어가 말끔히 씻고 나와 고기 부페에 도착한 시각 12시 30분...이야기하며 꾸역꾸역 먹기 시작한지 어언 두시간 반만에
자리에서 일어났으니 아마 진 기록일 것이다. ^^ (처음에 갔을때 점심 시간이라 많았던 사람들 다가고 한참 후에야 우리가 나갔으니 아마 주인이 궁시렁댔을껄..^^)
후반기에 들어오는 4명과 연락이 잘되어 강릉까지 들어 왔다는 보고를 받은뒤 속초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체류하고 있었으나 4명 모두 전화기를 꺼 놓는 바람에 속초에서 랑데뷰를 하지못하고 BC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예비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전반기 끝-
기록 후기: 글을 쓰다 보니 '장기 등반 보고서'라는 형식과는 좀 동 떨어지게 '기행문' 형식이 되어 버렸다.(하지만 이것도 내 스타일이니 이해 바랍니다~) 앞으로라도 기록을 담당하는 후배들은 산행 시각, 구간구간등에 대한 느낌등을 좀더 자세히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