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3)는 경북 영주에 있는 <화평교회>를 다녀왔다. 그 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교회였다. 나는 웬만하면 교회의 명성을 듣고 특정 교회를 방문하지 않는다. 성도간 교제의 의미가 없다면......
몇 년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LA에 있는 친구가 새들백교회와 수정교회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난 그런 교회들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다른 일을 봤다. 그 후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거기 있던 또 다른 친구가 이번에는 윌로우크릭교회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 때도 나는 거절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그 교회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잘 알고 있으리라......)
나의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고 '별나다'고 했다. 한국 목사들이 미국을 방문하면 의례 가보기를 원하는 유명한 교회들인데, 내가 방문을 거절한 것을 두고 나의 친구들은 웃으며 나를 '별난 친구'라 이야기했다. 물론 나는 전혀 별나지 않고 지극히 상식적이며 평범한 성도일 따름이다.
그런데 내가 방문하고 싶은 교회는 국내외에 더러 있다. 그 교회들 가운데 하나가 영주에 있는 <화평교회>였다. 어제 방문한 <화평교회>는 영주시 평은면의 아주 조그만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다. 중간에 목사님이 마중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찾아갈 수도 없을 정도로 깊은 산골짜기였다.
내가 그 교회에 관심을 가진 것은 목사님의 건전한 목회자세 때문이다. S목사님은 H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교회로 오신지 만 4년이 넘었다고 한다. 산 속에 묻힌 외진 초라하고 조그만 예배당과, 그 뒤에 이어져 널따란 방이 붙어 있었다. 그 곳이 사택이었다. 화장실은 도시의 수세식이 아닌 문밖에 멀찍이 따로 떨어져 있는 불편한 재래식 구조였다.
나는 지금 <화평교회>의 불편한 형편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가난한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목사님 가족의 겸손함을 말하려 하는 것도 아니다. <화평교회>의 전체성도 수는 목사님 가족을 포함해서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중 장애를 가진 분이 네 명이나 있다. 성도들의 반이 장애인인 셈이다. 정신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자 등이 함께 그 교회에 속해 있는 것이다. 목사님은 그들과 함께, 복음과 더불어 삶을 나누고 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이 있지 않은 한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살 것이라 했다. 사모님 역시 성숙한 신앙인격을 갖춘 분이었다.
요즘 목회를 시작하는 많은 목사들이 좀더 큰 교회로 가기 위한 방편으로 어려운 교회나 시골교회에 가기도 하고, 하는 수 없이 그런 곳을 가기도 한다. 마치 그것을 특별한 훈련이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더 나은 조건을 갖춘 목회지가 있으면 언제든지 떠나기도 하고, 그걸 하나님의 은혜라 자랑하기도 한다. 목회적 욕망을 꿈꾸는 것이 당연한 듯한 우리의 풍토이기에 그 교회 목사님이 더욱 귀하게 여겨졌다.
흔히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 목사님의 실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사실 매우 교만한 사람이다. 그 교만한 마음으로 인해 웬만한 신학박사, 교수, 유명한 목사라 해도 그들의 실력에 놀란 적이 거의 없다. 좀 놀라고 싶어도 놀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이만하면 교만의 극치가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내가 말하고 있는 S목사님은 이제 나이가 36세...... 나보다는 한참 후배이다. 사실은 S목사님은, 나와는 옛 제자라 부를 만한 관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S목사님의 신학적 안목을 매우 높이 사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한국의 웬만한 신학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명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내가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게 탁월한 분이 왜 불과 열명 미만의 성도들에게 매여 있어야만 하는가? 더구나 목사님 가족 빼고 네명의 장애인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말씀을 제대로 잘 알아듣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말씀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있는 훌륭한 교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설령 목사님이 그 교회에서 그렇게 한평생 살다가 주님의 재림을 맞는다 하더라도 우리 시대에는 그런 목사님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장 좋기로는 이 땅의 모든 목사들이 S목사님 같은 실력과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아예 이런 이야기가 필요 없으리라.
교회 지도자들의 비신앙적인 모습들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세속화된 교회 이야기들로 인해 마음이 무겁던 터에, 어제는 모처럼 교회의 이야기로 인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날이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그런 마음을 가지는 은혜를 누리게 되기를 바라본다.(2004. 6.4)
*본 글을 쓰신 분은 실로암교회를 섬기시는 이광호 목사이며, 실로암교회 홈페이지 신학강좌에서 퍼온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