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눈꽃 여행'
雪레는 겨울, ‘덕유산’ 눈꽃 여행
“하얀 눈꽃 세상에 동화되다”
▲설천봉 정상, 스키를 타기 위한 인파 '가득'
“뽀드득 뽀드득”, 잇몸을 간질이는 멈출 수 없는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을까. 겨울의 묘미는 누가 뭐래도 눈 세상에서 뒹구는 것.
설(雪)레발을 치기 위해 무주구천동 덕유산 눈꽃 여행길에 올랐다.
무주구천동은 라제통문을 지나 36km에 이르는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까지
일컫는 말이다. 구천동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9천 명의 승려가 도를 닦았던 장소라는 말이 있고, 구씨와 천시가 많이 살아서라는 말과
9천 명의 후국무사가 수련했던 장소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아이도 신나고 어른도 신나는 설원세계
또 이곳은 오래전부터 영·호남 지방의 대표적인 산으로 북쪽으로는 금강, 동쪽으로는 낙동강의 수원이 됐다. 그러니까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의 2개도와 4개 군에 걸쳐 있는 명산이다.
덕유산이 유독 눈이 많은 것은 서해의 습한 대기가 거대한 봉우리를
넘다가 머물러 눈을 뿌려대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려면 아랫녘에서부터 올라가야 마땅하겠지만, 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에 오르는 방법을
택했다.
관광용 곤드라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요금은 성인 왕복11,000원 편도 7,000원, 소인 왕복 8,000원
편도 5,000원, 회원은 좀 더 할인된다.
▲곤드라를 따고 쉽게 설천봉에 도착~
왕복권을 끊고 곤드라에 몸을 실고 편안하게 설원을 만끽했다. 쉽고 편하게 1천 5백 22m 고지 설천봉에 도착, 무임승차한 기분을
떨치진 못했지만 마음은 이미 雪레고 있다.
‘하얀 세상’, 눈꽃 세상은 오염된 마음까지 정화시켜버렸다. 새 마음, 새 사람이 된 후 걷는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눈꽃
설천봉 정상 휴게소에서 왼쪽 50m구역에는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다. 그다지 험하지는
않지만 겨울산을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은 필수다.
조금 오르면 밑동 가지를 잘라낸 모습이 마치 돼지코를 닮아
‘돼지코나무’라 불리는 나무 곁에 다다른다. 올해가 황금돼지해라고 하는 바람에 은근슬쩍 마음속으로 소원 한 가지 빌어 보았다.
향적봉을
겨냥해 걷는 길은 눈꽃 터널이다. 햇살에 비쳐질 때면 눈밭은 영롱해지고 나목가지에 앉은 눈은 바로 꽃이 된다.
▲상고대
눈꽃도 여러 이름이 있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이면 설화, 얼음 알갱이가 매달리면 빙화, 공기 중 수분이 나무에 달라붙어 얼면
상고대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가지 웬만한 걸음으로 20분이면 족한데, 느릿느릿 30분 거리다. 주봉인 향적봉(1614m) 정상은 공간이
넓고 시야가 훤하게 틔었다. 주변 산봉우리들이 발아래 펼쳐졌다. 백두대간의 첩첩 산릉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슬프다.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가야봉, 적성산, 속리산, 마이산이 마치 손끝에 닿을 듯하다.
▲설천봉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향적봉으로..
▲덕유산 주봉 향적봉(1614m)
이곳 덕유산에도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이 유명하다. 코스가 달라 주목 감상은 하지 못했는데, 중봉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고르지 못한 일기로 인해 한 차례 눈이 뿌려졌다. 눈은 발자국을 덮고 또 새로운 발자국을 남기게 될 것이다.
덕유산 눈밭에 깊은 자국 하나 남기고 돌아섰다.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