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시장은 장애 아들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95년 서구청장 시절 둔산 한 가운데인 향촌아파트 옆에 장애인 시설을 세우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분루를 삼킨 어려움도 갖고 있다.
이런 박 부시장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칫솔과 세면도구만을 들고 16일 오후 서구 장태산 자락에 있는 한마음을 찾은 것이다. 박 부시장은 뇌성마비 등 중중장애인 요양 시설인 한몸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한마음측은 전했다. 엄정미 중증장애인시설 한몸 원장은 “지체 언어 등 복합장애로 버거워하는 원생에게 밥을 먹여주고 씻어주면서 하룻밤을 지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잠에 든 한 밤중에는 장애시설에서 일하는 젊은 복지사들과 토론도 가졌다고 한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여성복지사들이나 수년째 시설을 운영해온 원장이나 이사장은 오래간만에 가슴을 터놓은 대화였다고 한다. 열띤 토론을 하던 박 부시장도 한창 대화가 무르익은 토론회 말미에는 한 젊은 복지사가 울컥하는 이야기에 따라서 눈가가 붉어진 때도 있었던 것으로 유광운 이사장은 전했다.
복지시설 한마음에서 하룻밤 이틀을 보낸 박 부시장은 17일 오전 다시 칫솔과 세면도구만 들고 한마음을 나왔다고 한다. 박 부시장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쓴 최정복 기자는 “장애인에 대한 걱정들, 피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몸소 부딪히며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적고 있다. 장애아들을 둔 아버지의 가슴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다음은 최정복 기자의 블로그 내용>
대전부시장의 화려한 생일파티
대전 서구 장안동.
그 곳에 가면 용태울의 푸른 물결이 가을 달빛에 너울거리는 장태산이 있습니다.
호젓한 숲 길을 따라 오르면 끝자락에 사회복지법인 한마음이 둥지를 틀고 있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앞을 볼 수 없는, 정신이 혼미한, 아니 이 모든 장애를 모두 가진 서러운 운명의 이웃들이 모여 사는 곳 입니다.
한가위 명절이 열리는 바로 전날 오후. 그러니까 16일.
그 곳에 박성효 대전정무부시장이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왼손엔 치솔과 수건이 든 작은 가방을 쥔채로.
장애우들과 숙식을 함께하면서 하룻밤 이틀낮을 지내기 위해서요.
그는 뇌성마비 등 중중장애인 요양 시설인 한몸에서 첫 밤을 맞았습니다.
그는 지체 언어 등 복합장애로 버거워하는 원생들에게 몸을 맡겼습니다.
뒤틀린 몸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원생들과 함께 뒹굴었습니다.
밥을 먹여주고, 씻어 주고, 놀이를 함께 하면서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시간은 한가위 연휴 첫날인 17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시설 현장에 대해 너무 몰라요"
"워낙 박봉이어서 자취비 교통비 치르다보면 이동전화 요금도 연체할 정도로 힘겨워요"
"허리가 끊어질듯한 아픔이 밀려와도 참고 있는데 대전시는 있는 수당마저 깎다니요..."
그에게 20줄을 갓넘겨 앳된 여성사회복지사들의 울분이 쏟아졌습니다.
처음엔 토닥거리며 경청하던 그의 눈시울도 끝내 붉어졌습니다.
이번엔 시설 운영자들과 가슴열기를 시도했습니다.
"장애인에게 일터를 마련해줍시다"
"대덕구에 마땅한 터가 있는데 그 곳에 공동작업장을 만들면 어떨까요?"
"노인은 양로원에 들어가도 수당이 그대로 나오는 데 장애인은 시설에 입소하면 장애수당이 사라져요"
"세탁기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면 도움이 될 듯 한데요"
한마음 유광운 이사장, 엄정미 원장, 유광협 원장.
박 부시장과 이들의 토론은 거칠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하룻밤 이틀낮이 지났습니다.
유 이사장은 15년여 동안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과 숙식을하면서 함께 가슴을 터보기는 처음이라며 울컥했습니다.
박 부시장은 꼭 10년전 이루지못한 쓰라린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전 서구청장 시절 도심에 장애인시설을 세우려다 주민 반대로 분루를 삼켜야했습니다.
허지만 이제 그에게 장애인에 관한한 더 이상 눈물은 없습니다.
그는 한마음을 나서며 칠갑산에게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걱정들, 피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몸소 부딪히며 딛고 일어서야지요"
그가 조용히 한마음을 찾은 이날은 그의 장남 용현이의 스물세번째 생일 입니다.
그는 이날 여기서 자식의 생일파티를 연 겁니다.
누구도 모르게 아버지 홀로 마련했지만 그 파티는 한가위 달빚 만큼 화사했습니다.
용현이는 장애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