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 사람도 만나지 않고 홀로 있었습니다. 저녁 5시가 넘어서 밥을 해 먹었어요. 밥은 여전히 맛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시간이 스스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둔 채, 그렇게 있었습니다. 명상이란 것은 무슨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이렇게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당신이 한 말을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반듯하게 앉아,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그 자리에서, 내 몸 속에는 어느새 새로운 시간이 창조되었습니다. 그 시간은 그야말로 때묻지 않은 원시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새롭게 되고, 내 주변의 모든 삶이 그저 신비롭기만 합니다.
요즘 나는 사는 것이, 세상이 너무 신비롭습니다. 너무나 신기합니다.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목숨들이 엄청난 에너지의 덩어리들입니다. 그 에너지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내 몸에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그들 곁에 가서 그 에너지의 기운을 느끼고 받는 것만 해도 대단히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내가 무얼 하려고 마음 먹기 전에, 그 왕성한 에너지를 가진 목숨들은 내게 어떤 말을 걸어옵니다. 나는 내가 무얼 먼저 하려고 할 필요도 없이, 그 에너지가 뿜어내는 기운에 응답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데, 거기서 곧 나의 삶은 저절로 생겨납니다.
나는 내가 인생을 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나는 살아지는 것입니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에너지를 가진 목숨의 부름에 응답하면서 저절로 살아지는 것입니다. 그 부르고 응답하는 출발의 싯점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그 순환의 과정에 던져진 것이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고, 살아야만 하고, 또 살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 하루도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첫댓글 요즈음 "살아지는 것입니다"가 무언지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클수록 삶이 어그러지고, 그런 마음을 버리고 부름에 응답할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있으면 그저 술술 풀어진다는 것을 아주 조금 체험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타인의 시간에 내가 끌려다닌다는 기분이 강하게 드는지라 어렵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부름에 즐겁고, 어떤 부름을 꺼려하는지, 그 이유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잘 관찰하려고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늘어놓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엔 마음이 허합니다. 좀 더 깊숙히 고민하지 않고, 얕은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요.
좀 더 돌이키고 조금씩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강한가 봅니다. 이 마음부터 버려야할 것 같아요. 전 시간제 일이 끝나고, 연 이틀째 잠만 잡니다. 잠을 자면서도 의식은 거의 깨어있습니다. 자면서도 지금 내가 자고 있다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 명상이 되는 잠, 수면도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요즘 나도 많이 생각해보는데요. 하여튼 좀더 생각을 해서 답을 해 볼게요. 내가 요즘 초걈 트룽파의 말씀에 관심을 갖는 건 무언가 우리 삶에 직면하게 하는 그런 힘이 들어 있어서 그래요. 그래서 관심이 있는 건데요. 그리움이 자유게시판에 쓴 글을 보고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요. 정리가 되면 답을 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