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걷는 메타·X·틱톡… ‘무료 인터넷 서비스’ 막 내린다
빅테크들, 규제로 광고 수익 어려워지자 앞다퉈 ‘유료 구독’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이해인 기자
입력 2023.10.05. 03:00업데이트 2023.10.05. 09:17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산업이 본격 태동하기 시작한 후 지속돼 온 ‘무료 인터넷 서비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금까지 이용자들은 자신의 웹서핑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인터넷 기업에 제공하는 대가로 소셜미디어, 동영상 시청과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즐겨 왔다.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의 맞춤형 광고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각국 규제가 본격화되고,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포화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더 이상 광고로는 돈을 벌기 힘들어진 빅테크들이 앞다퉈 ‘유료 구독 모델’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규제의 역설인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시장에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이진영
◇유료화 전환 나선 소셜미디어들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는 유럽 지역에서 광고를 노출하지 않는 대신 월 사용료를 청구하는 구독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SNA(Subscription no ads·광고 없는 구독)’라고 불리는 이 구독 서비스는 매월 사용자에게 14~17달러의 비용을 청구하는 대신, 광고를 아예 노출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연합(EU)이 빅테크가 사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게 제한하는 엄격한 규제를 시행한 후 수익성 하락을 우려한 메타가 찾은 ‘우회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 정보 제공을 꺼리는 유럽 이용자들에게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와츠앱 같은 메타의 주요 서비스를 돈 내고 사용하라는 ‘강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날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중국의 짧은 동영상 앱인 ‘틱톡’도 월 4.99달러에 광고를 제거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스냅챗은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챗봇과 절친 설정 등의 기능을 추가한 월 3.99달러의 구독 서비스 ‘스냅챗 플러스’를 선보였고,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X(옛 트위터) 역시 월 8달러의 돈을 받고 ‘인증 계정’임을 표시하는 블루 배지를 포함한 프리미엄 기능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대담에서 “(가짜 뉴스를 생성하는) 거대한 봇(bot) 집단에 맞서기 위해 X를 소액의 월정액 구독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X의 ‘전면 유료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 유료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개인정보 보호 운동가 막스 슈렘스는 “(개인정보라는) 기본권은 판매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다음에는 투표권이나 언론의 자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라고 할 것인가”라며 “우리는 법원 안팎에서 이 문제를 두고 싸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브룩 에린 더피 코넬대 교수는 영국 BBC에 “사용자들은 이미 플랫폼을 무료 서비스로 인식하도록 생각이 박혀 있어, 유료 구독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트림플레이션’ 일어나는 OTT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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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처음부터 ‘구독 경제’로 시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광고를 안 보는 조건으로 일제히 구독료를 올리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림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것)’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게 된 것도 넷플릭스·디스니플러스·아마존 프라임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평균 25% 이상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WSJ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최근 마무리된 할리우드의 파업 종료 이후 콘텐츠 제작이 밀려 타격을 입었다는 이유로 구독료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 역시 광고가 없는 요금제의 가격을 최근 2.99달러 인상했고, 디즈니도 오는 10월 12일부터 광고 없는 요금제의 가격을 기존 대비 27% 인상한 13.99달러로 책정하기로 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입자 증가가 정체돼 가격이 오르듯,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서비스도 일단 유료화가 되면 가격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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