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류산을 흔히 고성의 ‘마테호른’이라고 부른다. 바라다보는 방향에 따라 이 산의 정상부가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삼각형으로 깎아지른 듯이 솟아있는 ‘마테호른’을 닮았기 때문이다.
거류산은 ‘마테호른’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깎아지른 암벽과 큰 바위가 있는 반면 평탄하고 긴 능선이 있어 바위산과 육산의 특징을 고루 갖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산속에 들어 가 보면 깎아지른 듯이 솟아 있는 정상주변 뿐만 아니라 이외로 바위와 암벽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거류산을 종주하기 위해서는 암벽과 바위사이에 걸쳐 놓은 10개가 넘는 철사다리와 다리를 건너야 한다. 설치된 철 구조물의 녹슨 정도를 보면 많은 세월이 지났음을 알 수 있고 이것은 고성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거류산을 아끼고 가꾸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거류산이라는 이름은 걸어가던 산이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옛날 어떤 처녀가 저녁밥을 짓다가 밖을 나오니 산이 걸어가고 있어 ‘게 섯거라!’하고 소리치니 그 자리에 멈춰 지금의 산이 되었다고 한다.
거류산을 등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등산로 중에서 월치(달티)에서 출발하여 정상을 지나 옥봉과 마당바위를 거쳐 감동마을로 하산 하던지, 반대로 감동마을을 출발하여 월치로 하산하게 되면 이 산을 종주하는 것이 되고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좋다.
월치에는 고성군에서 해마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개최하는 이봉주훈련코스 마라톤대회의 40km지점을 알리는 달티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등산의 시작은 이 표시판이 세워져 있는 방향 임시 주차장 뒤로 오르면 된다.
처음 능선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서서히 경사를 더하며 40여분을 오르게 되면 암벽이 나타나고 철사다리를 만나게 된다.
암벽 곳곳에는 겨우내 가뭄과 추위로 죽은 듯이 공처럼 말려있던 부처손이 어제 내린 봄비와 따뜻해진 봄 햇살을 받아 제 모습을 찾았다.
철계단을 올라서자 확 트인 풍광이 정말 시원하다. 가까이는 당동만이 멀리는 더 넓은 고성평야 넘어 고성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벽방산이 마주보고 솟아 있다.
다시 소나무 숲속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가자 숲속 곳곳에는 ‘일엽초’가 오래된 소나무의 밑둥과 바위틈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겨울에도 늘 푸른빛을 잃지 않는 ‘일엽초’는 꽃이 피지 않는다. 그래서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인 고란초과의 ‘일엽초’는 고사리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늘과 습기를 좋아하는 ‘일엽초’가 산정 부근의 높은 능선에까지 자랄 수 있는 것은 바다와 가까운 이 곳에는 해풍이 실어다 주는 풍부한 습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엽초’도 건조한 추운 겨울이 되면 실처럼 가늘게 말라붙어 있는데 봄을 맞아 부처손과 마찬가지로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철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철다리를 건너며 즐기는 전망은 거류산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갈림길 마다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거류산 정상이 마주보이는 곳에 이르면 약간의 내리막이 있고 다시 정상을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이 시작된다. 약수터를 알리는 표시판을 지나면 무너진 산성이 돌무더기를 이루고 있는데 경남문화재자료 90호인 산성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햇볕을 많이 받는 양지인 이 곳 오르막에는 양지꽃 한 송이가 벌써 꽃망울을 터트려 따뜻한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 까지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늦추위를 피하기 위하여 부드러운 솜털 속에서 또 다른 꽃망울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양지꽃’은 위로 자라지 않고 햇볕을 많이 받으려는 듯 방석처럼 사방으로 퍼지며 자란다. 또한 장미과 식물의 특징인 5장의 예쁘고 노란 꽃잎을 지니고 있다. 누구나 이 꽃을 보면 ‘아! 어디서 많이 보아 온 꽃인데.’ 하고 알아 볼 것이다. 그렇다. ‘양지꽃’은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잘 자라고 봄에 피기 시작한 꽃은 옆으로 퍼지며 피고 지기를 한여름까지 계속하기 때문에 우리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산성터에서 정상은 지척이다. 정상에서면 거류산이 고도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사방으로 막힘이 없는 시원한 전망이 시계를 넓혀준다. 정상에 서면 거류산은 섬으로 착각이 된다. 고성 평야의 넓은 벌판을 뚫고 당항포만이 들어와 고성만으로 연결된 듯한 착각이 든다. 이러한 지형을 이용하여 임진왜란 때 이 순신장군이 당항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어 내었을 것이다.
하산은 동쪽의 감서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처음 내리막은 바위가 있는 경사가 급한 길이다.
급경사의 북사면 바위는 그냥 드러난 바위는 없다. 모든 바위가 옷을 입은 듯 푸르거나 갈색의 실타래 같은 것으로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위를 덮고 있는 것이 살아있는 식물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처손과의 ‘구실사리’라는 식물이다. ‘구실사리’는 바위 겉에 붙어서 자라는 상록다년초로서 원줄기는 구리철사같이 단단하고 붉은 빛이 돈다. 자라면서 옆으로 2개식 갈라지기 때문에 방석같이 넓게 퍼지면서 바위를 감싸고, 잎이 없는 줄기가 자라서 뿌리를 내리며 바위를 붙들고 있다.
옥봉을 비롯하여 바위가 많고 경사가 급한 하산 길 곳곳에는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마당바위와 같은 전망 좋은 넓은 바위가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당바위에서 내려다보는 당동만의 봄 풍경이 등산객을 오래 붙잡아 둔다.
등산은 감동마을 지나 도로변 주차장에서 끝난다. 전체거리는 약7km로 소요시간은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고성시외버스터미널 까지는 각지에서 오는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고성에서 거류산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군내버스는 거류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순환하며 첫차 오전 6시30분경부터 막차 저녁 7시40까지 양방향 합쳐 30회 정도 운행한다.(문의:고성시외버스터미널 055-674-0082)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진주방향에서 올 경우(남해안고속도로)
진주(사천IC)-국도 3호선-사천-국도33호선-고성읍-지방도 1009-거류(월치)
▲마산방향에서 올 경우
마산-국도14호선-고성읍-1009번 지방도-거류(월치)
주)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고성시외버스공용터미널 부근에 주차한 후 군내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편리하다. 원점회귀산행이 아닌 경우 등산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 보다 고성읍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고성군지부 부지부장
[사진설명]거류산. (위 왼쪽부터 일엽초, 구실사리, 양지꽃)
등록시간 2004-03-04 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