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게 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1) 저는 제 개인적인 이유로 이 방법은 '틀렸다'고, 그리고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2) 포괄적으로 기출분석이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 두가지 이유로 이 글을 씁니다. 수능 D-3에서 적합한 글은 아닐 수 있지만, 가형에서 이 문항은 매 시험마다 반드시 나오는 주제이며,
이와 관련하여 필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쓰는 글입니다.
1. 함수의 극한에서 근사 풀이법의 소개

여기서 보이는 부채꼴의 호의 길이는 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g(θ) = sinθ이고, f(θ) = tan 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θ → +0으로 점점 가까워지면, f(θ) ,θ, g(θ) 값이 서로 점점 같아지는 것에서 착안하여
생긴 이론입니다.
여기서, 근사 풀이로 푸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① sin과 tan가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풀 때, 이것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방법
② sin과 tan에 해당하는 선분을 전부 현으로 치환하여 문항을 해결한다.
①번으로 푸는 경우, 풀이방식은 기존의 계산법 풀이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②번으로 푸는 경우, 기존의 계산법 풀이보다 더 쉽게 풀 수 있게 됩니다.
2. 근사 풀이법의 적용
(2010학년도 6월 평가원 수리 (가)형 미분과 적분 30번)

이 문제에서 근사로 푸는 방법을 적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θ → +0으로 점점 가까워지면, 선분 AC의 길이와 선분 AB의 길이는 같게 됩니다.
반지름의 길이가 10이므로, 선분 AC와 선분 AB의 길이는 적당히 10θ로 치환할 수 있으며,
선분 BC의 길이는 0으로 치환하게 됩니다. (선분 AC=선분 AB이므로)
따라서 10θ + 10θ / θ = 20이 됩니다.
3. 함수의 극한의 근사에 대한 수학적 근거
이렇게 문제를 풀었을 때 답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교 1학년 과정에서, 초월함수는 다항함수들의 무한급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이를 기초로, 초월함수를 다항함수의 일부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x → +0으로 가까이 갈수록,

빨간 박스친 부분은 x에 비해 훨씬 빠른속도로 0으로 수렴합니다.
소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될 듯 합니다.

이것이 성립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근사가 답이 동일하게 나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건 고등수학에서 배우지 않는 꼼수입니다. 평가원과 사교육기관은 긴긴 싸움을 시작합니다.
4. 평가원의 1차 대응 - 2009학년도 6평 30번 (메가스터디 정답률 10%)

제가 지금까지 알려준 정보만을 가지고 이 문항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빨간색 1번과 2번을 한꺼번에 디스하는 문항을 '처음으로' 출제합니다.
이 당시, 1 - cos을 근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 문항은 상당수 수험생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답률이 말해주고 있으며, 계산으로 푼다는 개념 자체를 어려워하였습니다.
5. 인강의 1차 대응 - 1 - cos x도 동일한 방식으로 도입하다.

이에 대한 의문으로 출발하여, θ → +0으로 점점 가까이 가게 되면,

을 만들어냅니다. 이것 역시 수학적인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x → 0으로 점점 가까이 가게 되면,

빨간 박스안에 있는 부분이 매우 빠르게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위의 식이 꽤 그럴듯하게 맞게 됩니다.
6. 평가원의 2차 대응 - 2010학년도 대수능 28번

평가원은 꽤나 날카로운 대응을 합니다. 당시, 이 근사를 자주 쓰는 강사의 수강생들 다수를 멘붕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같은해 6평 27번에는 지수함수의 극한에서 이와 동일한 근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디스를 감행했고,
그 강사는 해설강의 때 그당시 6평 시험범위도 아니었던 '평균값의 정리'로 풀어냅니다.
여튼, 이 문항에 대한 모 강사의 풀이입니다.

보시면, 1/tan 2a - 1/sin 2a 라는 식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서, tan 2a를 2a로 바꾸고, sin 2a를 2a로 바꾸는 순간, 빼면 0이 됩니다.
"망했다 답이 0인가!!"
이 현상으로, 상당수가 이 근사에 대해 멘붕하게 됩니다.
인터넷 강의가 참 재밌는게, 꼭 저렇게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망해놓고 강사는 늘 뒷북 대응을 하는데, 마치 다음해에는
"원래 가르쳤던 것처럼" 강의를 합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통분하면 되지 않느냐? 나는 풀 수 있는데.
'됩니다' 근데, 통분하는 순간, 지금까지 했던 말을 결국, 전부 거스르는 풀이가 되겠죠?
지금까지 그러한 극한의 근사를 믿고 들어간 사람은 '당연히' 통분보다는 sin이랑 tan를 쉽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할 것이고요.
7. 왜 답이 안나오는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소위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애초에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가정하고 들어가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겠지요.
8. 인강의 2차 대응 ~ 현재
이 문항과 같은해 6평 27번 등 두번의 디스 이후로, 모 강사는 여기저기서 많은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 다음해에, 이 인강 강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네 그 다음 풀이는? tan x를 x로 바꾸고, 1- cos x를 1/2 x^2으로 바꿔서 풀라고 하더군요.
곱꼴에 대해서만 사용해라 등등.. 말이 많습니다.
판단은 여러분들이 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가 소설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미 벡터 단원에서는 또다른 유명강사, 현 대성마이맥의 벡터의 더하면 나눠를 강조하는 강사와
평가원과의 싸움도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07수능 가형 20번 문항에서 제대로 디스를 당했습니다. 3점짜리인데 벡터의 합 문항을 반드시 그렇게 풀라고 '그당시에는' 그렇게
강조했었고요, 하지만 더하면 나눠도 계산을 열심히 하면 '답'은 나오니까, 그 강사는 무시하고 그래도 계속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11학년도 9평에서 한번더 확인사살 시켜주었죠. 이제는.. 많이 당하시니 그만큼 지금은 '무조건'이라고 강조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당시 그렇게 가르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그 이전문제까지는 다 먹혔기 때문이죠.
수능때 다수가 멘붕한 것이 그 강사의 책임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 강사는 예측하지 못했을 테니까 도의적 책임이었겠죠.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된통 당한 다음해에 가르칠 때에는 그 꼼수를 보완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계산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계속 본인의 꼼수를 고집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2010년 연세대 논술 문제에서, 1번의 (4)번이 '근사'를 활용하면 곧바로 답을 구할 수 있는데,
당시 그렇게 풀어낸 사람 치고 합격한 사람 못봤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애초에, '논리적으로 틀린'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데 그것을 '직관'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고요.
직관은 논리적 판단/논리적 추론 없이 대상을 직접적으로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으로, '틀린 이론'에는 직관이란 말을 붙일 수 없습니다.
올바른 직관력은 수학적으로 중요하며, 칭찬을 받아야 하지만, 추측은 직관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추측'은 수학적으로 검증받아야 하며, 그 '추측'이 검증받기 위해서는 그 추측을 '다른 접근법'으로 검증받는게 아니고,
'추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추측과 결과 사이의 논리적 비약을 매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푸앙카레의 '추측'이 '아마 맞았을 것이다'라고 모두가 공감함에도, '그레고리 페렐만'이 그것을 증명한 것이 수학사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수학이란 그런 과목이고, 물론 객관식과 단답형이라는 한계를 띄고 있지만 그것을 전공한 사람이 출제하는 수리영역에서도
이러한 추측이 갖는 위험성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논술과 면접에서는 그 추측을 현장에서 증명까지 해야하므로
곧바로 합/불로 이어지게 됩니다.
수능 3일 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정직하게 푸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너가 쓰고있는 샛길은 이미 출제자가 고려하고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입니다.
출처 -오르비 "포카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