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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콘은? 남산, 남대문시장도 있지만 경복궁이 최우선이다.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法宮·왕이 늘 기거하면서 나랏일을 돌보는 정궁)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로 현대까지 대표성을 잇고 있다.
책은 경복궁의 탄생과정을 다각도로 추적했다. 건축학과 인문학을 융합해 저술활동을 펼쳐온 저자의 50번째 저서다.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1995년 첫 책 ‘추상과 감흥’을 발표한 이래 20년 사이 반백권의 책을 펴냈다. 건축계에서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작이다. 이번 책에선 경복궁의 건립 배경, 자연환경과의 조화, 배치미학 등을 망라했다. 그간 경복궁 관련 서적이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묶거나 건축물의 용도를 정리하는 데 그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다.
저자가 유의해서 본 것은 경복궁의 설계자가 정도전이라는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였다는 것. 바로 여기에 경복궁 탄생의 사상적 배경이 있다고 했다. 경복궁의 위엄과 기품이 바로 ‘예(禮) 정신’과 ‘예 미학’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가치를 현대에선 어떻게 감상하고 받아들일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울러 경복궁 건축을 주도한 태조·태종·세종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당시의 정황을 토대로 건축의 특징을 해석했다. 경복궁을 둘러만 보고 나오는 게 아쉬웠던 독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