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성당간다"
몇 달 전 티모테오에게 전화를 했다. 티모테오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어윤태 프란치스코 선생님 아들이다. 학교 때는 서로 얼굴도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어느 날, 서로 안부를 나누는 자리에서 가톨릭 신자이며 사목회 총무로 봉사한다는 것을 알고 한달음에 막역해졌다. 우리는 천주교 신자니까. 두사람 특히 아내는 독실한 신자로 그 바람에 선생님 내외분도 신자가 되셨다. 며느님은 초등 때부터 내 선생님 눈에 띄어 당신 집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꽤 공들이셨다고 한다.
올해 연초 선생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지만 받지 않으셨다. 이상한 예감이 있어 티모테오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들도 받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이 스쳤지만, 워낙 건강하셔서 바쁜가보다 생각하며 지나쳤다. 반복해서 확인했어야 했는데 후회되는 참 못난 짓을 했다.
이번 전화는 티모테오가 바로 받았다. 내가 연초에 전화를 했을 그 때, 선생님께서 막 돌아가신 때라고 하였다. ‘세상에! “왜 알리지 않았느냐?”라고 하니 수화기 너머에서 웃기만 했다.
세상에 너무 죄송하고 안타까웠다.
어윤태 프란치스코 선생님에 대한 참으로 감사한 기억!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가난했다. 친구 경애는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선물을 드리는 데, 가난한 우리 집과 나는 한 번도 드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은 정작 경애가 아니고 나였다. 당시 수업 시간에 호명을 받고 선생님의 여러 심부름을 하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자주 심부름을 시키셨다. 그때마다 가난한 내 어깨가 꽤 펴지곤 했다.
수녀가 되어서 초등학교 옆에서 살고 계신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큰 절을 올리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냉담을 하고 있었는데 요번 주부터 성당에 다시 갈 것이다”라고. 그 뒤 그렇게 열심히 성당에 나가시고 또 산으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시면서 연세에 비해 참 건강하신 편이셨는데 선생님도 떠나셨다. 고마우신 선생님 묘지 앞에서 다시 한번 감사를 기억하며 하느님 안에서 영원히 충만하시길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