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우리나이가 중풍이라는단어가 낯설지않다/가까운주변에도...
나를 포함한 우리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되었면 ...
<금오 김홍경선생의 제자가쓴 글인데 꼭필독>
우리들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는맘이다 그외 필요한게 무언가?
살다보니 건강이 최대의 행복인거같다.
.. - 중풍은 원래 심풍(마음에 부는 바람)이다 -
[ 중풍을 통해 본 한의학의 원리 ]
어느 날,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분의 아내가 수심
이 가득한 얼굴로 부축하고 있었다. 굳이 진맥을 해 보지 않아도 병증을 짐
작할 수 있었다. 중풍 환자였다. 노인분들에게 중풍이야 드물지 않은 질병이
라 여길지 모르지만 눈이 부리부리한 그 할아버지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차근차근 진맥을 하며 관찰하고 곁에 계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유별난 점. 할아버지는 성격이 몹시 급한 분이었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중풍을 맞기 직전에도 할아버지가 급한 성격을 다스리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딸이 결혼하면서 할아버지가 하자는 대로 안 한
게 죄였다. 괘씸한 딸년 때문에 길길이 뛰다가 그만 쓰러지셨다고 한다. 그
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할아버지의 따님 편으로 기울어 갔다. 심지
어 할아버지의 따님이 어떤 식으로든 시집을 가 버리기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보기에도 할아버지는 성격이 너무 급했다. 불보다 더 뜨거운 게 있다면
아마 그 할아버지의 성격이었을 거다. 그런 아버지를 아침, 저녁으로 뵙느니
얼른 시집 가기를 백 번 잘한 건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 몸
인데도 불구하고 뭐 그리 급한 일이 있는지 엉덩이가 들썩들썩 한시도 가만
히 앉아 계시지를 못했다.
침을 맞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젊은이라고 해도 침을 맞고 나서는 어쩐지
나른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중풍을 맞은 그 할아버지에게는 침도 안 통했다.
침을 다 맞았으니 일어서야겠는데 도저히 미적거릴 틈이 없었나 보다. 급한
성격에 벼락같이 벌떡 일어서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런데 몸이 뜻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갑자기 ‘우악!’ 하고 기합을 넣으셨다.
그리고는 전광석화처럼 일어서시는 게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서 멍청히 쳐
다보기만 했다. 침 구멍도 놀랐는지 피가 송송 맺히고 있었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벗어 둔 양말이 문제였다. 할아버지에게는 그걸
미적미적 꿰 신을 시간이 도대체 없었다. 다짜고짜 움켜쥐더니 차라리 맨발
로 걸어나가셨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의 소매 끝을 붙잡고 통사정했다.
“할아버지. 제발 매사를 느긋하게 하세요. 화가 나도 좀 참으시구요. 안 그
러면 또 풍 맞습니다.”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던 할머니의 대답이 압권이었다.
“안 그래도 두 번째 맞은 풍이유.”
한의원에는 어떤 환자들이 많이 올까? 통계를 보면 손목이나 발목을 삐끗한
염좌 환자와 목이나 척추를 다친 디스크 환자 등 관절 질환을 앓는 사람 그
리고 중풍 환자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 가운데 중풍 환자는 치료 기간도
제일 길고 또 치료하기도 힘들다.
중풍은 질병의 역사로 따져도 제일 고참이며 병증으로 따져도 가장 크고 심
각한 병에 속한다. 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괴롭혀 왔고, 앞으로도 몇
세기 동안은 더 괴롭힐 걸로 예상되는 녀석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중풍은
인간에게만 있는 병이다. 개가 중풍에 걸렸다거나 고양이가 풍 맞아 쓰러졌
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도 없다.
어찌 보면 중풍은 인간에게 의식과 뛰어난 지능 그리고 예민한 감성을 주신
하늘의 강한 제어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풍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순하게 쓰지 못할 때 병
으로 내리는 큰 벌이 바로 중풍이다.
중풍에는 왜 뚜렷한 예방약이 없을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
면 그 궁금증이 풀릴지도 모른다. 원광대 한의대를 다니던 때였다. 중풍을
꼭 심풍이라고 부르는 교수님이 계셨다. 처음에 나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
를 못했다. 심장에 바람이 들어갔다는 말인가? 그럼 무지막지하게 웃는 병에
걸렸다는 소린가? 아무튼 그냥 심풍이라는 증세가 있으려니 하고 강의를 들
었다.
그런데 강의가 진행되면서 가만 생각하니 심풍이 바로 중풍이었다. 그 사실
을 감 잡고 나서도 나는 그냥 흘려 보냈다. 음-, 중풍을 옛날에는 심풍이라
고 했나 보군. 저 연세 지긋하신 교수님은 옛날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심풍
이라고 부르시는구나. 그렇게 그 강좌는 끝났다.
그 뒤, 금오 스승님을 만나고서야 나는 심풍이라는 병명의 정체를 알았다.
중풍은 ‘마음에 부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그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중풍
이란 이런 놈이었다.
당뇨병이 있거나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너무 높아 피가 탁해지면 혈관 벽에
노폐물이 쌓인다. 원래 고무처럼 탄력 있어야 하는 혈관벽에 노폐물이 끼면
굵기가 좁아지고 탄력성도 줄어든다. 혈관의 탄력성을 이용해 혈관 끝의 모
세 혈관까지 피를 보내던 심장은 우리 몸의 말초가 질식사하는 것을 막기 위
해 딱딱하고 좁아진 혈관이라고 해도 힘닿는 데까지 혈액을 밀어낸다. 이것
이 바로 ‘고혈압’이다. 혈관 벽의 불순물은 강한 혈류를 타고 말초로 흘러
가다가 폭이 좁아지는 뇌의 모세 혈관 같은 곳에 몰려 선다. 그러나 온몸의
끝까지 살려 내기 위한 심장의 노력 앞에 장애물이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막혀 있는 뇌의 모세 혈관마저 뚫겠다, 뚫고야 말겠다고 덤비는 혈류에게 정
복당하고 만다. 그때 발생한 엄청난 압력이 막힌 곳 뒤에 남아 있는 모세 혈
관을 폭파시켜 버리고 만다. 이때 터진 피가 뇌 조직에 퍼지고 응고되면서
뇌 기능의 일부를 마비시킨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 설명이 길었지만 이것이 서양 의학적 관점에서 본 중풍 기전이었다. 아
주 일목요연하고 납득하기 쉬운 이론이었기에 나 또한 의심 없이 수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이미 상황이 종료된 육체의 결
과에 초점을 맞춘 관점이었다.
그런데 심풍의 본뜻을 들었을 때 그와 같은 기전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진짜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람은 왜 불까? 중학 시절 물상 시간을
돌이켜 보자. 한쪽 방에는 더운 공기를 가득 채우고 옆방에는 찬 공기를 가
득 채운 뒤 두 방 사이에 있는 문을 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활동이 왕성
한 더운 공기가 찬방 쪽으로 밀고 들어간다. 그 와중에 공기의 이동이 생기
고 그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바람’이다. 즉 더운 것과
찬 것이 갑자기 섞일 때 강한 바람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멀쩡히 앉아 있다가, 중풍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내거나, 남편이 죽거나 사기를 당하는 등의 큰 충
격을 받았을 때 빈발한다. 이유가 뭘까?
원래 마음이란 차거나 덥다고 표현할 수 없는 세계다. 평상시의 마음이란 차
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상태인 것이다. 다만, 기분이 좋다, 기분이 나쁘다고
말을 한다. 기분(氣分). 기운 기(氣)에 나눌 분(分)이다. 원래는 그냥 기
(氣)일 뿐인데 그것이 자기한테 좋게 나누어지면 “기분이 좋다.”, 나쁘게
나누어지면 “기분이 나쁘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뉘기 전에는 차
지도 덥지도 않은 참 싱겁고 덤덤한 것이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 사기, 강하게 상한 자존심, 직위의 강등 등 충격적이고 열받는
열기가 몰아치면 사태가 심각해진다. 마음에 난데없는 돌풍과 회오리가 몰아
치고 심장 박동과 혈압이 마구마구 상종가를 쳐 댄다. 원래 뜨거운 것은 위
로 올라가는 법. 회오리의 열기가 우리 몸의 제일 고층에 자리잡은 머리로
올라가며 어찔하게 뒤흔들어 놓는다. 중앙 조절 장치가 기능을 잃어 몸이 넘
어간다. 쿵!
정말로 진정한 의미의 중풍 원인은 바로 심풍이라는 명칭 안에 다 들어 있었
다. 나를 찾아오신 성격 급한 할아버지는 이 심풍 기전의 산 증인이셨다. 굳
이 그 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나이 들어 너무 몸이 노쇠해 중풍에 걸린 노인
분들이나 사고로 뇌를 다쳐 중풍에 걸린 사람들을 제외하면 중풍 환자들은
대체로 성질이 급하고 고집 세고 참을성이 없다.
물리치료실을 이용하는 교통사고 환자, 수술 회복 환자, 중풍 환자 가운데
물리치료사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환자들이 중풍 환자들이다. 간호사들 역
시 고생을 바가지로 한다. 원래가 스트레스를 잘 느끼고 짜증을 잘 내는 성
격 때문에도 발병하는 간암 환자와 중풍 환자들은 진찰하기 전 미리 심호흡
한 번 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불같이 급한 성격에 휘말리지 않
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렇게 급하고 짜증 잘 내는 성격을 느긋하게 바꾸지 않는
한 중풍의 완치는 어렵다. 심지어는 ‘중중풍’에도 걸리게 된다. ‘중중
풍’이란 내가 만든 말이다. 중풍에 한번 걸려서 웬만큼 치료해 놓았는데 또
솟구치는 성질을 못 참고 혈압을 올리다가 한 번 더 중풍을 맞고야마는 더블
중풍을 말한다. 앞에서 소개한 할아버지가 바로 ‘중중풍 환자’의 전형이
다.
나는 더블 중풍에 걸린 그 할아버지를 느긋하게 치료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할아버지는 일곱 차례 오시더니 그예 발길을 끊어 버리셨다. 하
긴, 평소 할아버지의 성격으로 봐서 일곱 번도 대단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 할아버지야 워낙 급한 성격이 원인이었지만, 요즘에는 예전보다 이런 중
중풍 환자들이 훨씬 많다. 세상 일이란 게 점점 혈압 오를 일만 늘어나서 그
런가 보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저혈압이 큰 행복인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오랜 시간 심장을 혹사시키는 마라톤 선수들에게 적합한 이상적인 신
체 구조는 저혈압에 1분당 맥박수 40회 정도라고 한다. 정상인의 맥박수는
72회 정도이다. 아무튼 중중풍을 맞으면 의성 허준 선생이라도 고개를 내젓
게 된다.
중풍이 왜 생기나? 뇌혈관이 막혀서. 왜 뇌혈관이 막히나? 피가 탁해서. 왜
피가 탁해지나? 당뇨나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왜 당뇨가 생기고 콜레스테롤
이 높아지나? 운동을 안 해서. 왜 운동을 안 하나……. 이런 식의 중풍 원인
찾기는 핵심 없이 겉만 도는 꼬리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누구는 당뇨에 고
콜레스테롤증인데 중풍 없이 잘 살다 가고, 누구는 당뇨도 콜레스테롤도 없
는데 중풍에 걸려 여생을 고생하다 가는가.
환자가 지닌 병세에 앞서 마음에 부는 바람이 미풍인지 태풍인지 알기 전에
하는 중풍 치료는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바로 이것이 중풍에 예
방약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사람이 화날 상황을 언제 맞이할지 어떻게 아
는가? 성격 급한 사람은 몇 시에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그걸 약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해서 중풍은 치료제는 있어도 예방약은 없다.
그러나 ‘심풍’이란 말이 지니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뜻과 이치를 되새겨
보면 그 안에서 예방법을 찾아낼 수는 있다. 애초 병 이름을 ‘중풍’ 대신
‘심풍’이라고 했으면 환자도 많이 줄었을지 모를 일이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우리 한의원의 모토이다. 물론 중풍이란 병에만 국한시키는 작은 뜻이 아니
다. 하지만 중풍만큼 이 표어와 찰떡 궁합인 병이 없다. 심호흡 크게 한 번
해 보고 잠깐 멈춰서 구멍 난 고무 풍선처럼 날아다니는 마음을 한 번 바라
보고, 마음에 휙 하고 부는 바람이 있다면 느긋이 식힐 줄 아는 여유를 배웠
다면 20세기의 중풍은 그저 기운 없어 생기는 노인병 정도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답은 여기에 있다. 중풍 정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걱정하지 말자.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면 그저 삼장법사가
손오공 보면서 나무 관세음보살, 하듯이 '심풍' 이라고 한번 되뇌어 보자.
마음에 불어닥치는 중심 기압 1천 헥토파스칼짜리 광태풍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자.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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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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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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