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근처 화장실에서 손을 씻우려 줄을 섰다. 다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유대인들이었고 나만 빨간 잠바를 입은 일종의 이방인이었다 . 두개의 수도꼭지가 있었는데 왠일인지 한쪽만 사용하고 있었다. 아마도 하나는 고장이 난듯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쪽 수도꼭지 옆에는 줄에 매달린 물병이 있었고 유대인들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그 물병에 받아 다시 그 물을 부어 손을 씻고 있었다. 문득 저것 때문에 한곳에서 손을 씻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옆의 수도꼭지를 눌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수도물이 잘 나오고 있었다. 비누칠을 하며 손을 깨끗이 씻고는 유유자적하게 손에 물을 닦지도 않고 물을 털며 나왔다 뒤를 보니 다른 유대인도 그냥 내가 쓰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 손을 씻는것이 보였다. 저 여인은 율법을 잘 안지키는 사람일까? 물을 털며 나오는데 시끄럽게 전기를 돌리며 손을 말리는 사람들이 보였고 다른 이들은 휴지로 물기를 닦기도 하었다. 참 깨끗하게 사는군....
통곡의 벽근처로 돌아와서 주위를 살폈다. 오늘은 장막절 여섯째날이다. 많은 유대인들이 새벽부터 나와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심히 보고 있자니 많은 수의 사람들이 통곡의 벽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 보였다. 아까 여자들이 하는것처럼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을 물병에 받아서는 왼손에 들고는 오른쪽에 한번 오른손에 들고는 왼쪽에 한번씩 부으며 물을 가득 담아 4번 이상 여러번 씻는것이 보였다. 물기를 닦을 곳이 없어서 인지 훌훌 터는 사람도 있었고 바지에 닦는 사람 옆에 걸린 수건에 물기를 닦는 사람등 다양한 모습들이었다. 따라온 어린 자녀들은 아르바 미님을 들어주며 아빠가 손을 다 씻을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들은 물통에 물을 부어 손을 씻는걸까? 그것도 여러번 .. 손을 씻는 의미는 일종의 정결 의식을 의미한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 밥 먹기전 등 등, 특히 통곡의 벽에 가기 전에 손을 씻는 의미는 부정한 것을 씻어내고 하나님 전에 깨끗하게 가는 것을 의미한다
유태인 전통에 따르면 하루에도 여러번 손을 씻게 된다. 기도를 포함해서 여러가지 종교의식 전후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절차가 있다. 신에게 가까이 가는 의식이란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식사 전후로 꼭 손을 씻는다
성경 말씀에 부정한 것을 흐르는 물에 씻으라는 말에 따라 물병에 물을 담아 오른쪽 부터 물을 부어 씼는다 . 이때 손 전체를 한번에 씻어내야한다. 물을 씻기 전후에는 기도문을 외우고 꼭 물기는 닦아내는 한다.
손을 씻는 것은 불결함과 더러움을 제거하고, 영적인 청결함을 회복하는 것을 상징한다. 그것은 2000년 전 제사장이 매일의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그의 손을 씻도록 한 성전예배를 생각나게한다
(출 30:20) 그들이 회막에 들어갈 때에 물로 씻어 죽기를 면할 것이요 제단에 가까이 가서 그 직분을 행하여 여호와 앞에 화제를 사를 때에도 그리 할지니라 (출 30:21) 이와 같이 그들이 그 수족을 씻어 죽기를 면할지니 이는 그와 그의 자손이 대대로 영원히 지킬 규례니라.
제사장이 손을 씻는 것은 성별의 행위이다. 또한 제단에 들어가기전 제사장이 손과 발을 씻는 행위는 죽음을 면할 수 있는 길이었다.
마가복음 7장 에서 유대인들은 제자들이 장로들의 유전을 지키지 않고 손을 씻지 않은 부정한 손으로 떡을 먹는것을 비판한다. 하지만 오히려 예수님은 이들이 하나님의 규례를 행하지 않고 사람의 규례를 따른다고 꾸짖으신다
(막 7:6) 이르시되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ㄱ)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청결을 위해서 손도 열심히 씻어야 하지만, 더더욱 마음을 써야할 일은 우리 자신의 마음의 청결과 영혼의 성결이다.
율법을 지키기 위하여 두개의 수도꼭지가 있음에도 정결컵이 있는 곳에서만 손을 씻고 나오는 유대인들 속에서 주님이 주신 자유함에 감사를 드린 하루의 시작이었다 . 손을 씻는 행위가 하나님의 율법이 아닌 장로들의 유전이라는 것에 마음에 자유함을 얻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