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생활을 주도하는 계층으로서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영역에 걸친 여성의 역할 증대는 이미 마케팅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여성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가족 소비에 있어서의 여성의 영향력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한 이미 신용카드나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 등에서는 여성을 타켓으로 한 마켓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10년 전만해도 호텔을 들어가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했던 여성들은 이제 당당히 비즈니스 등의 목적으로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비즈니스 여성 고객은 물론 힘든 업무에서 벗어나 스파나 마사지를 즐기며 휴식을 위해 호텔을 찾는 여성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 여행자가 많이 찾는 홍콩, 발리 등의 여행지의 호텔에서는 이미 이러한 여성 고객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갖추거나 여성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호텔들은 여성 고객이 추구하는 안정성과 건강, 뷰티 등에 있어서의 강점을 전면으로 내세워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에도 점차 여성을 위한 스파시설과 객실내 비품을 마련한다거나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Ladies’s Floor를 도입하여 모든 스탭들을 여성으로 배치한다거나 또는 아예 호텔 전체를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여성전용호텔까지 등장하는 등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홍콩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홍콩 호텔은 여성을 위한 다각적인 배려가 돋보이는 호텔. 늘어나는 홍콩 여성 여행자를 위해 오픈전 설계과정에서부터 배려했을 정도로 여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최근 여성 비즈니스 고객들을 살펴보면 국제적이고 독립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라는 제니퍼 폭스(Jennifer Fox) 인터컨티넨탈 홍콩의 이사는 “여성 고객들은 남들의 눈에 띄는 특별한 대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을 좀더 편안하게 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정 시설들을 설계에 포함시켰다”고 해 무조건적인 서비스가 아닌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장실과는 별도의 넓은 대리석 욕실, 넓은 옷수납 공간과 전신거울, 작은 사이즈의 목욕 가운과 슬리퍼, 화장솜, 면봉, 향비누 등을 갖춰놓는 배려를 해놓았다.
비품뿐 아니라 쇼핑을 도와주는 콘시어지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Concierge Confidential”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쇼핑을 하고자하는 여성 고객들에게 쇼핑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도와준다.
최신의 스파 시설을 이용한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도 특징적이다.
한편 일본 동경의 아카사카에 위치한 프린스 호텔은 한시적으로 여성전용호텔을 도입했던 예이다.
수입이 많고 부양할 가족이 없는 젊은 캐리어 우먼을 겨냥하여 전망 좋은 객실과 식사를 제외한 디저트, 피부 마사지 등의 서비스로 기분전환을 위해 호텔을 찾는 여성을 끌어들이고자 했던 이 마케팅은 크게 성공하여 재작년 8월부터 11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밀려드는 예약 폭주로 인해 실시 기간이 늘어나기도 하였다.
주로 모녀간, 자매간, 동성 친구들끼리 찾으며 온천욕, 피부관리를 받으려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파라다이스 부산에 ‘레이디스 플로어’ 도입
작년 7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산 파라다이스가 여성전용층을 도입했다.
백사장과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신관 8층에 배정된 24개의 레이디스 플로어에는 비달 사순의 헤어 세팅기와 아로마 목욕을 즐길 수 있는 바디 제품, 패션잡지, 화장용 볼록 확대경 등 여성을 위한 비품을 마련해두었다.
또한 체크인부터 안내, 하우스 키핑, 룸 서비스 등 모든 서비스 스탭을 여성 인원으로만 구성해두어 여성 투숙객의 마음 편한 휴식을 배려한 점도 특이하다.
또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사우나와 노천 온천 등의 스파 시설의 강점을 이용해 여성을 위한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올해에 오픈할 계획인 뷰티센터에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는 고급스러운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호텔 4개층에 걸친 명품관과 호텔 앞에 위치한 면세점도 쇼핑을 즐기는 여성 고객들에게 잇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레이디즈 플로어의 도입 배경에 대해 여은주 홍보 실장은 “여성들에 대한 사회진출이 높아지면서 비지니스 우먼들이 호텔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주5일 근무제 정착에 따라 직장동료, 친구들끼리의 미혼 여성들의 여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
또한, 부산의 외국인 관광객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쇼핑관광, 에스테 관광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여성 단체 고객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특별한 배려를 받고 있다는 점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심리도 고려하여 이러한 레이디즈 플로어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레이디즈 플로어의 주 이용고객은 쇼핑이나 에스테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20~30대 일본인 여성단체 고객들을 비롯하여 부산으로 비지니스 출장을 오는 여성 고객(주로 30대), 기업체 여성들의 연회,세미나 고객(3,40대) 들이라며 특히 일반 객실요금에 추가 요금 없이 일단, 여성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 고객층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전용 호텔도 선보여
레이디즈 플로어뿐 아니라 아예 호텔 전체가 여성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도 등장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프리엄 호텔(FreeM Hotel)은 일본 여성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인 명동에 위치해 에스테틱 서비스를 중점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호텔 내부에는 에스테틱과 뷰티샵, 쥬얼리샵, 사우나 등의 시설을 갖추어놓고 한국식 온돌룸을 마련하여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채로운 경험을 하도록 해놓은 것도 특징. 객실에는 샴푸와 린스는 물론 거품 목욕을 즐길 수 있는 버블 바스를 비치해두었다.
또한 호텔 내에 성형외과와 자미두수(紫微斗數)라는 역학점이 들어와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본인 관광객이 타겟인 만큼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설과 설비를 들여놓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특히 이러한 소규모의 호텔에 있어서 여성전용이라는 테마는 시장성에 있어 새로운 대안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전면적인 여성전용호텔이나 레이디즈 플로어가 아니더라도 늘어나는 여성고객을 의식한 서울시내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하나 둘씩 선보이고 있다.
우선 서울 강남의 리츠칼튼 호텔에서는 작년에도 실시한 바 있는 ‘리츠칼튼 레이디스 패키지’라는 상품을 올해도 2월부터 선보였다.
6월까지 진행되는 레이디스 패키지는 여성 2인을 기준으로 스팀사우나가 제공되는 프라임 디럭스룸에서의 1박에 프랑스 브랜드의 화장품인 시슬리 스킨케어 선물세트와 마리프랑스 바디라인의 바디슬리밍을 1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객실내 미니바의 맥주2캔과 체련장 및 수영장 무료 이용, 체크아웃 연장 등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
작년보다 올해는 좀더 내용을 보강하고 화장품 회사와 체형관리 회사 등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여성 고객들이 실직적인 혜택을 더욱 많이 받도록 했다는 것이 리츠칼튼 쪽의 설명. 리츠칼튼에서는 또한 호텔 내 클럽인 닉스&녹스를 이용하는 모든 여성고객에게 닉스&녹스 레이디스 카드를 발급해주어 10%의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지난 2001년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레이디스 메뉴 행사를 실시했다.
백용선 홍보담당자에 따르면 미국계 화장품 브랜드인 클리니크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주변 직장 여성들과 여성 모임 등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올해도 행사 기획을 검토중이라고 하는 그는 점차 여성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전용객실이나 플로어, 아로마 떼라피 용품 비치 등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과 시기를 보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서울 마포의 홀리데이인 호텔에서는 미용과 건강이라는 개념을 한데 묶은 뷰트니스(Beautness)센터를 2월 8일 개장한다.
홀리데이인 호텔 피트니스 매니저에 따르면 ‘뷰트니스’란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뜻하는 말로서, 신체와 정신의 조화로운 건강 상태를 찾아준다는 목표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뷰티센터와 휘트니스 센터를 결합한 총 93평 규모의 공간에서 피부 및 체형관리와 풋케어, 네일케어, 스파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뷰트니스에는 월풀 욕조와 스파, VIP룸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전문직 여성들과 인근 고급 주거지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회원제 혹은 일반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며 특히 결혼을 앞둔 신부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같은 시설은 기존의 사우나와 체련장으로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여성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마련하게 되었다고 호텔측은 설명한다.
‘무엇을’ 파는가 보다 ‘어떻게’파느냐
여성 마케팅 전문가에 의하면 여성에게는 ‘무엇을’ 파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파는가도 중요하다고 한다.
즉, 노천카페에서 커피한잔을 즐기는 여성은 커피를 사는 것이 아닌 그 분위기를 사는 것이다.
호텔이 가지는 고급스러움을 여성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 점차 치열해가는 호텔 마켓에서 여성 고객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