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3.
물먹인 샤인 머스캣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면 어디나 같다. 최소의 규칙을 정해 서로를 존중하고 적절한 봉사로 의무와 배려를 다 해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귀농귀촌지원센터도 마찬가지다. 29팀이 어우러져 협조적으로 살아가자면 양보와 배려가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 다 안다. 되려 모르는 게 이상하다. 대개의 사람은 60년 정도를 살면 사소한 마찰은 이해되고 용서된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스러움을 알기에 스스로 판단하여 전체에 맞춰 살아간다. 일부는 전체의 뜻에 반하지는 않으나 구속이나 얽매임이 싫어서 주변인으로 살기도 한다. 모두가 크게 불편하지 않은 한도에서 적절하게 조정되어 조직체를 이룬다.
조직에는 반드시 리더가 존재한다.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대표자 1인을 뽑아야 더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마찰은 중재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의무조차 책임이라는 옷을 입게 된다. 리더는 분산형, 집중형, 협력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어떤 유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관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부드럽게 이어주면 만사형통인데 그 또한 쉽지 않다. 조직 안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리더는 탁월하다. 먼저 나서서 조직원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줄 안다. 놓쳐버린 권리를 찾아주고 적절한 무게의 의무를 나누어 주고 가벼운 책임도 지운다. 대화 속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소수의 의견도 반영하여 다수에게 공감을 얻어내는 것에도 발 벗고 나선다. 본인의 희생에는 과감하고 조직원의 수고로움에는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행동 중심의 리더다.
2학기가 시작되어 회식을 공고했다. 여건이 허락하는 다수의 모임이 진행되었다. 튀김 닭과 양념통닭, 족발과 피자가 차려진 상에는 삶은 햇밤이 기부되어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샤인 머스캣 한 상자를 사 온 리더는 굳이 청결하게 씻겠다고 본인의 방으로 갖고 갔다. 얼마나 성가신 일인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핀잔을 줬지만 못 들은 척한다.
닫힌 방문 아래 틈에서 물이 새어 나온다. 방안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 물로 채워졌다. 싱크대에 담가둔 샤인 머스캣 위 수도꼭지에서는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다. 바닥에 펴진 요는 물먹은 하마가 되고 갖가지 개인 물품은 넘쳐흐른 물을 가득 머금은 채 조롱하고 있었을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불행이 즐거움이 될 수야 없지만 예로부터 물난리와 불구경이 제일이라 했다.
맡았으니 하는 일이다. 내일이니 온 힘을 다 쏟고 더 많이 희생하는 거다. 나는 안다. 그도 리더가 아니었으면 맘 편한 주변인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당신! 당신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그 수고스러움을 잘 알아주기만 해도 흥이난다 따뜻한 사람이다
남다른 사람이여. 존중해 주고 있음.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