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체포 (1641)
마티아스 스토메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마티아스 스토메르(Matthias Stomer, 1600-1650)는
네덜란드 중부에 있는 위트레흐트주에 있는 아메르스포르트에서 태어났고,
1615년에 로마로 건너가 이후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630년경에 메시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1630년에서 1632년 사이에는 로마에서 지냈다.
1633년에서 1640년 사이에 나폴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했고,
1641년에는 시칠리아에 정착했는데,
그는 1650년경에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메르는 예수님의 수난 장면 중에서
특히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고난을 받으신 그 밤에 이루어지는 수난 장면을
촛불을 들고 인물들을 비추는 모습으로 꼼꼼하게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마태오복음 26장 47-56절, 마르코복음 14장 43-50절,
루카복음 22장 47-53, 요한복음 18장 1-11절이 그 배경인
<그리스도의 체포> 장면을 적어도 세 작품 이상 그렸다.
1630년에서 1632년 사이에 그린 오타와 캐나다 국립미술관 작품은 로마에서,
1633년에서 1639년 사이에 그린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 작품은 나폴리에서,
1641년경에 그린 더블린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의 이 작품은 시칠리아에 그렸고,
카라바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뚜렷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등장인물도 많고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러 번 거기에 모이셨기 때문에,
그분을 팔아넘길 유다도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다는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그들은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분을 팔아넘길 유다가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두었다.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으시오.”(마태 26,48)
예수님을 체포하려고 모인 군사들은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다.
그들 중에는 더러는 중세 갑옷을 입은 이들도 있고,
17세기 시민의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 작품에는 유다가 두 번 등장한다.
오른쪽 배경에 희미한 등불을 들고 예수님께로 오면서
군사들에게 고개를 돌려 미리 신호를 일러주는 장면과
중앙에 돈주머니를 들고 예수님에게 다가가
“스승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는 장면이다.
유다의 신호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밧줄로 예수님의 두 손을 포박하고 있다.
예수님을 체포하는 현장 속에 있는 사내들은 각기 다른 표정이다.
머리에 흰 천을 두른 젊은 사내는
조심스레 예수님의 두 손을 밧줄로 결박하고 있고,
예수님 뒤에 갈색 모자를 쓴 사내는
두려운 눈빛으로 예수님의 등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고 있다.
횃불을 든 젊은 사내는 귀족 복장을 하고 다른 손에 밧줄을 들고
예수님을 제대로 결박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고,
그 뒤에 갑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군사도
예수님의 체포 장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며,
중앙에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군사는
한 손으로 예수님의 어깨를 잡고 다른 손을 불끈 쥐며
예수님이 저항하면 주먹을 날리겠다고 겁박하는 표정을 짓고,
그 뒤에 창을 들고 있는 군사는 예수님이 아무 저항 없이 체포되자
입을 벌려 깜짝 놀라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 오른쪽에 서 있는 사도 베드로는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치려 한다.
그 종의 이름은 말코스였고, 그는 땅바닥에 등불과 함께 엎어졌다.
이 장면을 오른편의 개가 바라보고 있어 긴장감을 더해준다.
그는 베드로가 내리친 칼에 오른쪽 귀가 잘렸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의 귀에 손을 대어 고쳐 주셨다.
체포되시는 예수님은 수심과 고뇌에 가득 차 있지만
고개를 숙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눈빛이다.
그분의 옷은 사랑과 겸손을 상징하는 붉은색 속옷과 갈색 겉옷이다.
그분은 저항도 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하느님 뜻에 순종하겠다는 의지를 결박된 두 손으로 표현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잡으러 온 무리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왔단 말이냐?
내가 날마다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을 때에는 너희가 나에게 손을 뻗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너희 때요, 어둠이 권세를 떨칠 때다.”(루카 22,52-53)
그래서 예수님 주변이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과 베드로의 옷은 2천 년 전 팔레스티나의 의상이지만
유다와 예수님을 체포하는 사내들의 옷은 17세기 로마의 의상이다.
스토메르는 성경의 주제를 현재에 접목하여
예수님을 배신하고 붙들고 있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현실임을 고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