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29. 공감5시
제목: 춘천막국수이야기
1. 오늘은 춘천막국수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 주신다고요. 춘천의 파워브랜드는 아무래도 막국수 닭갈비가 되겠지요. 춘천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사연이 있나요?
춘천시에서 1996년에 편찬한 춘천백년사에 그 사연이 기록돼 있습니다.
춘천막국수라는 고유명사가 생긴 것은 을미사변(1895년 10월 8일 민황후(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춘천에서 의병이 일어나니 일본군이 출동하자 의병가족은 산중에 들어가서 화전을 일구며 메밀․감자․콩․조 등을 심어 생활하는 한편 시중에 이를 내다팔아 생필품을 구입하였다. 이때부터 막국수가 성행하여 춘천이 자랑스런 의병의 본거지라는 뜻에서 춘천막국수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고로한테서 들었다.(춘천백년사)
상당히 어설픈 유래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사구조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의병이 화전생활을 하였는데, 그때부터 막국수가 성행하여 자랑스런 의병의 본거지란 뜻에서 막국수가 유행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을 유추해 보면 전혀 논리에 어긋나는 것도 아닙니다. 의병들이 산중에 쫓겨 숨어살면서 화전을 일구고 짧은 기일에 농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메밀을 심어 국수를 내려 먹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춘천막국수는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그야말로 의미 있는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항일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의병들로부터 춘천막국수가 유래 됐다니, 자주 먹는 춘천막국수, 아주 새롭게 생각됩니다. 춘천의병하면 아무래도 남면 가정리가 주축이 될 것 아니에요. 혹시 가정리에 춘천막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있나요?
가정3리 쟁골이라는 곳에 가면 정말 옛 맛 그대로 만들어 팔고 있는 집이 있습니다. 가정3리 쟁골에서 팔고 있는 막국수를 먹어 본 사람은 춘천막국수가 가정리 의병 때문에 생겼다는 유래의 어설픔을 한 순간에 씻게 될 것입니다.
투박하면서도 감칠맛이 돌고, 양념의 단맛이 적으면서도 뒤끝이 상쾌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막국수에 맛들인 사람은 어디 가서 막국수를 사 먹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막국수에 어울리는 투박하면서도 취기가 바로 돌게 하는 이 집 특유의 약주를 곁 드리면 그야말로 쟁골의 팔월신선 농부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가정천을 옆에 하고 마당에 펼쳐놓은 평상에 앉아 시원한 막국수와 역시 시원한 막걸리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의 정취와 주인의 투박한 손맛까지 맛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초행인 사람은 이 집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간판이 없어서인데요. 마을사람들에게 물으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3. 보지도 먹지도 않았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 입에 군침이 돕니다. 그런데 막국수가 원래부터 춘천에서 시작했는지 궁금한데요?
처음부터 춘천에서 비롯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막국수의 원료가 메밀인데, 메밀이 춘천으로 처음 들어왔다는 기록도 없고, 유입된 시기가 워낙 오래돼서 굳이 춘천막국수가 막국수의 시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 막국수는 옛날부터 잔칫날에 내려 먹던 잔치국수였습니다. 지금처럼 밀가루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메밀로 막국수틀을 이용해서 즉석에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중반 들어 밀가루가 많이 보급되면서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잔치국수를 한 것입니다.
메밀은 산간지역의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춘천 뿐 아니라 태백준령을 중심으로 산간지역에서 많이 심던 곡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정선, 평창, 삼척, 태백 지역이 가장 적합합니다.
그런 여러 지역의 막국수가 있는데, 아마도 춘천의 막국수가 식당을 중심으로 일찍 상품화 되다보니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30년대 소양로에 방씨막국수라는 식당이 있었다는 제보에서 그 정황을 찾을 수 있습니다.
4. 상업화가 빨리 시작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어 춘천막국수가 유명해졌다는 것이네요. 그럼 왜 메밀국수를 막국수라 하는지 그 유래도 궁금합니다?
현재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는 맛이 막으로 변해서 막국수가 되었다는 설입니다. 맛이 좋아서 막국수라 했는데, 맛이 막으로 변해서 막국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거친 강냉이밥나 푸석한 메밀밥을 주로 먹다가 매끄러운 메밀국수를 해서 양념을 넣어 먹으니 그 맛이 아주 좋았을 겁니다. 둘째는 막 만들어서 막국수라 했다는 설입니다. 막걸리, 막노동, 막일이라 표현하는 것처럼 대중음식으로 막 만들어서 먹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작농의 음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셋째는 금방 만들어서 먹는 다고해서 막국수라 했다는 설입니다. 막국수 틀에 눌러 금방 만들어서 먹는다는 것이지요.
5. 맛이 좋아 막국수, 막 만들어 막국수, 금방 막 만들어 막국수, 정말 이름을 붙이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그렇듯 막국수의 종류도 다양한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막국수의 종류는 크게 먹는 방법에 따라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로 나누어집니다. 양념을 해서 국수에 버무려 먹는 비빔막국수가 있고, 육수를 잘 내어서 물에 말아먹는 물막국수가 있습니다. 통상 춘천의 경우는 비빔막국수가 많은 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담는 용기에 따라서 쟁반막국수라는 것이 생겼고, 내용물에 따라서 칡막국수니 뽕막국수니 하는 새로운 막국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6. 춘천막국수는 그럼 비빔막국수로부터 시작했군요. 막국수가 메밀의 재배지역에서는 모두 할 것 같은데, 춘천처럼 막국수를 많이 하는 다른 지역도 있나요?
통상 강원도 산간지역은 막국수와 인연이 깊습니다. 다만 그 용어가 메밀칼국수니 콧등치기국수니 누름국수니 하여 다를 뿐입니다. 콧등치기국수는 먹을 때 국수의 끝이 콧등을 치면서 입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요, 누름국수는 국수틀에 눌러서 국수를 만든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정선, 평창, 영월 등지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막국수를 축제를 열기도 하고 집단으로 막국수집이 모여 식당영업을 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의 천서리라는 곳입니다. 춘천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천서리 막국수라 보통 말합니다. 이 지역의 막국수는 춘천의 맑고 투박한 맛하고는 다르게, 고추장 같은 비빔재료로 색깔이 붉으면서 매운 맛이 특색입니다. 아울러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넣습니다. 그리고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같이 합니다.
7. 듣자니 메밀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래가 있다면서요?
메밀은 약 8세기 경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서 메밀이 들어왔는데, 처음 중국에서 조선에 메밀을 전한 것은 조선 사람들을 모두 죽게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중국인들이 메밀을 재배해서 먹어보니, 처음에는 배가 부르고 좋은데 날이 갈수록 살이 빠지고, 메밀에 있는 독성 때문에 사람이 죽어갔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조선인들을 죽이려고 조선에 메밀을 전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중국인들은 조선 사람들이 메밀을 먹고 모두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조선에 와서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모두 죽었어야할 조선 사람들이 오히려 살이 쪄서 있지 않은가? 그래서 조선 사람들이 먹는 메밀음식을 봤더니, 메밀을 먹을 때 반드시 무를 넣어서 같이 먹고 있었습니다. 무는 메밀의 독성을 풀어주는 해독제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에 메밀이 보급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메밀 음식을 먹을 때는 독성을 없애려고 반드시 무, 갓, 배추 등의 채소를 함께 넣어서 요리를 하여 먹습니다.
첫댓글 막국수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