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43. 生死, 삼계 안과 밖 어디서 받을 것인가
43. 두 가지 죽음
〈원문〉
승만 부인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두 가지 죽는 것이 있사오니,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하면, 하나는 분단(分段)으로 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사의 하게 변역(不思議變易)하여 죽는 것입니다. 분단으로 죽는 것은 허망한 중생을 두고 한 말이요, 부사의 하게 변역하여 죽는 것은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나 대력(大力) 보살들의 마음대로 태어나는 몸으로부터 위없는 보리에 이르기까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죽는 것 중에 분단으로 죽는 것이 없어졌으므로 아라한·벽지불의 지혜를 일러서 태어나는 일이 다하였다 하고, 더 해야 할 수행이 남아 있는 과(有餘果)를 증득하였으므로 범행(梵行)이 이미 섰다 하였고, 범부인 인간세상 사람·천상의 사람으로는 이루지 못한 것이고, 일곱 가지 학인(學人)들로는 앞서 끊지 못하였던 허망한 번뇌를 끊었으므로 지을 것을 이미 이루었다 하고, 아라한·벽지불의 끊은 번뇌로도 다시 뒤의 몸(後有)을 받지는 아니하므로 뒤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였을망정 온갖 번뇌를 모두 끊었고, 온갖 받을 몸을 모두 다하였으므로 뒤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떤 번뇌는 아라한·벽지불로는 끊지 못할 것이 있는 까닭입니다.”
〈강설〉
번뇌를 끊고 생사를 해탈한다는 것이 불교 수행의 목표이다. 생사 해탈은 윤회를 벗어난다는 의미이며, 때로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태어나고 죽는 것이 인연에 의한 생멸법 현상인데 이 장에서는 나고 죽는 생사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분단생사와 부사의변역생사를 말하는데 분단생사는 중생들이 육도를 윤회하면서 유루(有漏)의 선악업을 인(因)으로 하고 번뇌의 장애(煩惱障)을 연(緣)으로 하여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 안에서 거친 과보를 받는 것을 말한다. 그 과보가 수명의 장단이라든지 신체의 대소 등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분단(分段)이라 한다. 이러한 분단을 받아 윤회하는 것을 분단생사라 하고, 변역생사(變易生死)는 삼계 안에서 윤회하는 몸을 여의고 성불할 때까지 자기의 수행 정도에 따라 삼계 밖에서 받는 생사를 말한다. 미계(迷界)를 벗어나 오계(悟界)에 이르기까지의 사이에 해당하는 생사를 말한다. 몸의 형태나 수명에 어떤 한계가 없는 생사이다. 번뇌가 없는 선정과 서원의 힘에 의해 미묘한 작용이 불가사의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부사의변역생사(不思議變易生死)라고 부사의를 앞에 붙여 말했다. 성문이나 벽지불 대력보살 등은 변역신의 상태에서 생사를 받는다 한다. 이 변역생사는 의생신으로써 생사를 받기 때문에 분단생사와 다르므로 실질적인 생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삼론종(三論宗)을 세운 길장(吉藏: 549~623)이 〈승만경〉을 주석한 〈승만보굴(勝鬘寶窟)〉에는 분단생사와 변역생사를 설명하기를 분단생사는 몸의 형태에 구별이 있고 수명에 한정된 기한이 있어 오래 살고 빨리 죽는 차이가 있으나 변역생사는 몸 형태의 구별이나 수명의 길고 짧음이 없고 다만 심신(心神)이 찰나마다 서로 전해지면서 앞에서 변하고 뒤에서 바뀐다고 하였다. 곧 심신(心神)이 찰나마다 변하고 바뀌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하였다. 다시 말해 자신의 뜻대로 받는 몸이기 때문에 심식(心識)으로 이루어진 의생신(意生身)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무명주지의 번뇌를 완전히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변역신으로 삼계 안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보살행을 닦아야 무상보리에 이르며, 무명주지번뇌는 오직 부처님만이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하였다. 분단생사는 헛된 생사로 번뇌에 사로잡힌 중생의 죽음인 반면, 변역생사는 업에 얽매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뜻에 의해 생을 받기 때문에 비록 번뇌를 완전히 다하지는 못했지만 번뇌에 의해 끄달림을 받지 않는 의생신으로 범부의 생사 경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