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심부 2‧28공원 여러 출입구 중 한 곳에 김윤식 시인의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시비가 세워져 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의 반독재 궐기를 지켜본 시인은 “아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 저리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때문”이라고 노래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4월혁명 현장을 목격한 당시 서울 수송국민학교 강명희 학생은 〈나는 알아요〉를 남겼다.
“아! 슬퍼요
아침하늘이 밝아 오면은
달음박질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녁놀이 사라질 때면
탕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침하늘과 저녁놀을
오빠와 언니들은
피로 물들였어요
오빠와 언니들은
책가방을 안고서
왜 총에 맞았나요
도둑질을 했나요
강도질을 했나요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점심도 안 먹고
저녁도 안 먹고
말없이 쓰러졌나요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잊을 수 없는 4월 19일
학교에서 파하는 길에
총알은 날아오고
피는 길을 덮는데
외로이 남은 책가방
무겁기도 하더군요
나는 알아요 우리는 알아요
엄마 아빠 아무 말 안 해도
오빠와 언니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를
오빠와 언니들이
배우다 남은 학교에
배우다 남은 책상에서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따르렵니다”
지금부터 2700여 년이나 옛날인 기원전 6세기 말, 로마는 최고 권력자 콘술(집정관)을 선거로 뽑았다. 당시 라틴인 남성 자유인은 15세부터 65세까지 병역 의무를 졌는데, 이들 전원이 유권자였다. 게다가 집정관 2명의 임기는 1년에 불과했고, 국회 격인 원로원을 별도로 두어 독재를 견제했다. 기원전 367년에는 집정관 2인 중 1인을 평민 출신으로 선출할 만큼 더욱 발전했다.
5월 10일은 우리나라 ‘유권자의 날’이다. 1948년 5월 10일 보통 ‧ 평등 ‧ 직접 ‧ 비밀 원칙에 따라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64년이나 지난 2012년에야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그 긴 세월이 〈나는 알아요〉 같은 시가 쓰이는 시대였던 탓에 그토록 늦춰졌던 것이다.
문제는,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시비를 찾는 ‘시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강명희 어린이는 엄마 아빠가 말해주지 않아도 안다고 했는데, 그 부모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다. (*)
첫댓글 알아야할게 많음을 알아서 소리치지는 않아도 묵묵히 웃으면서 조근조근 사근사근 얘기는 해야지요.우선 나에게 그리고 옆에 지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