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일요일이면 보통 너뎃명 지인들과 어울려 산행및 도보를 해 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산의 삼포를 도보하자고 약속을 하였는데 이러저러 사정을 헤아리니 두 사람만 갈 상황이었다.
이미 친숙한 두사람이기에 부담없이 약속시간 11시를 맞춰서 부랴부랴 집결지에 갔더니 보이지 않아 전화를 했다.
세번을 거듭하여도 받지않는 상황이라 저으기 의심스런 맘이 들었다. 안 오는거 아닌지? 혹시나? 가 역시나! 가 되었다.
전화 안받고 문자 답 없고. 어젯밤 한 술 시게 마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님, 밤사이 집안에 우환이 들었는지.
하여간 혼자가 된 그 막막함이라니.
갈팡질팡한 마음을 숨기려 무작정 길을 따라 걷다가 정신을 차리고 먼저 가 보았던 삼포길을 더듬어 혼자서 갈 마음을
먹고나니 다리에 힘이 생겼다. 도로에서 백사장쪽으로 길을 옮긴 후 많은 사람들 속을 혼자서 걸으며 베낭속 음식을
어떻게 혼자 먹을지가 난감하였다. 그냥 집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더 뻘쭘한 일일것 같아 혼자 온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눠 먹기로 하고 길을 걸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도 많았고 온 가족이 나들이 나온 모습들도 많았으며 삼삼오오 친구들과 어울려 나온
젊은 사람들은 더 많은 가운데 혼자서 걷자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미포쪽을 향해 가는데 어라~~~ 혼자 온 이가 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혼자 온걸보니 사진사같기도 한데 흡~~~ 너무 젊은 남자다. 자칫 주책맞은 아줌마 될 것같아
말걸기를 패쓰하고 달맞이길을 걸었다.
▲지지난주 이기대 도보에서 보았던 오륙도가 여기서도 보였다. 줌을 하여서인지 화면이 흐리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사진이나마 찍고 다니니 뻘쭘함이 더는것 같았다.
▲유난히 백갈매기가 많았고 해변에서 졸고 있는듯이 무리지어 있다.
▲철썩이는 파도가 모래를 가득 안고 왔지만은 정작 물결은 맑고 투명했다. 문득 모래처럼 무거운 고뇌를 간직한 사람에게 보이는 해맑은 영혼의 모습이 떠 올랐다. 법정스님의 이름이 맴돌았다. 여기서부터 난 혼자인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를 바람맞히고 혼자 길 떠나게 한 사람에게 내가 강건하게 살도록 내버려 둔 것에 대해 인정을 하기로 했다. 한 동안 사색하지 못하고 분요하였던 마음이 내면으로 고요함을 채우기 시작하였으니까.
▲미포쪽에서 바라다 본 동백섬이다.
▲미포항이다. 물결은 여전히 맑다.
▲달맞이 길에서 찍은 광안대교 중심의 전경이다.
▲부산의 유명한 문텐로드의 입구이다. 보름날 밤에 한 번 와 봐야지 하면서도 밤길걷기는 아직 못해본 곳이다.
▲여기서 오늘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데 내 뒤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었는데 혼자였다. 불쑥 혼자냐고 물었더니 혼자라고 하였다. 유후~~~ 드디어 밥을 나눠 먹을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ㅎㅎㅎㅎ 나도 혼자인데 일행이 오기로 했는데 오지 않아 베낭의 밥을 나눠 먹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더니 예쁜 아가씨가 웃는다.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아가씨는 대학3학년에 진학한 학생이었고 어제 부산으로 여행을 왔고 오늘 저녁에 수원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딸레미와 비슷한 나이여서 모녀처럼 함께 걸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무며.
학생은 나를 보더니 자기 엄마 생각난다고 다음엔 꼭 엄마랑 오겠다고 몇 번을 말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마음을 그렇게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청사포의 등대를 바라본 후 우리는 다시 동백섬으로 가기로 했다. 학생의 부산여행의 일정 중 누리마루와 시립미술관 그리고 조각공원을 가는 것이었는데 거리, 시간 모두 계산해 보니 그럴수가 없어서 누리마루까지는 일단 가기로 하고 길을 물어보니 길 가르켜 주는 사람이 달맞이길에 주차한 자기의 차를 같이 타고 가자고 한다. 집이 그 근처라서 태워주겠다고. 반가운 소리였다. 학생은 어제부터 부산을 마구 걸어다녀서 다리가 아프다고 하였는데 그 다리로 동백섬까지 걷기는 무리라고 여겼고 더우기 시간이 오래 걸릴듯 하니 다음 일정에 차질이 있을것 같은터에 자동차이동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누리마루 가는 길에 가로등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황혜정 음대3학년 호른 전공.
▲누리마루 입구에서 나도 찍었다.
▲정상 회의장, 이제는 개방이 되어 명소가 되고 있다.
▲창호문살로 벽면을 장식해 놓았다. 한옥의 내부 모습이 보기가 좋았고 정감이 갔다. 어쩔수 없이 나도 한국인이다.
▲누리마루 안에서 밖의 등대를 보았다.
▲누리마루 바깥의 정원.
▲혜정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택시를 타고 시립미술관을 왔다. 오고싶은 곳을 이렇게라도 와 보게되니 좋았다. 혜정이가 꼭 가 보고 싶다는 부산의 시립미술관을 난 지척에 두고도 훌쩍 못 와 본곳이다. 혼자서 길을 나서지 못하는 체질이 오늘을 계기로 은근 용기를 내어 볼 만하였다. 혼자의 자유로움을 가지지 못하니 내 영혼은 여전히 어린아이인가?
▲손의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혜정이의 엄마 전화가 왔다. 왜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한참을 통화하였고 그 사이에 난 미술관 앞의 조형물들을 찍었다. 미술관 아래에는 아이들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큰 딸이 중학생때 한참 코스프레 한다고 하였던 기억이 났다. 이젠 어엿한 숙녀가 되었고 그때의 생각을 하면 딸도 빙그레 웃을것 같다.
▲올해 비엔날레가 있어서인지 미술관은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어서 내부 전시물이 다소 허전하였다. 소개하는 사진은 부산의 1910년도 이후 모습들이다. 자세한 설명은 추후로 하겠다. 사진 촬영을 허락하여서 전시된 몇 개의 사진을 찍어왔다.
▲시력 탓인지 수평을 이루지 못한 사진들이 많다. 여기도 그렇게 나왔는데 혜정이는 예쁜대로 나와서 다행이다. ^^
▲2층 로비에 이런 동상이 벤치에 있다. 나부상이다. 뚱뚱하고 축 처진 가슴 불룩히 접혀지는 뱃살들이 마치 나를 보는것 같다. 아니 우리들 엄마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혜정이더러 엄마 팔짱을 끼라고 했더니 웃으며 손을 갖다댄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벡스코쪽을 걸어와서는 헤어졌다. 난 버스를 타야하고 혜정이는 전철로 해운대역 부근의 숙소에가서 짐을 챙겨 부산역으로 가야하고. 마음같아서는 국밥이라도 먹여서 보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않아 어쩔수가 없었다.
헤어짐은 훌쩍 헤어지는것이 훨씬 가벼운 일임을 이제서야 알고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혜정이를 보내고 혜정이도 나를 그렇게 지워버리기를 바랬다. 가두어 두고 담아두는 일이 처음엔 좋을 듯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 그안에 쌓이는 것들이 얼마나 볼품없어 지는지를 경험없이 알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경험으로 그것을 깨달았으니 쥐고있지 않고 가두어두지 않고 담아두지 않으려고 여전히 나를 채근해댄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인 습성이 언제 관성처럼 다시 쥐고있고 가두고 있고 담아두어버릴것이기 때문에.
하루를 사색하게 한 혼자의 여행이 결코 혼자일 수 없는 세상에 내가 속하여 있음을 알게 된 새로운 날이 되었다.
첫댓글 우째 이런일이?꼭이몸이빠지면뭔일이생긴다니깐ㅎ혼자뻘쭘한산잭길이될쁜한게 이쁜아가씨를만나색다른하루를보내고존경험도하고 맨날달고다니던 떨거지들잠시잊고 홀가분하게섭섭한맘도잠시뿐.....
ㅋㅋㅋㅋ 페르고양이님 댓글 댕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 놀이에 들어오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ㅎㅎㅎㅎ
아주머니안녕하세요! 저혜정이에요!^^ 드디어오늘가입했는데 글을어디다써야할지몰라서^^;
그날 잘 들어가셨죠~~~?^^ 사진보니까 더더그립네요부산이..ㅜㅠ
반갑구나 혜정~ ^^ 헤어지면서 너에게 밥을 못 먹여주고 온 게 마음에 걸리더구나. 네 여행의 자유로운 시간을 내가 뺏은것 같기도 하고 해서 더 너를 붙잡지 못했단다.^^ 이제 피로가 좀 풀렸니? 시간이 나면 또 여행오렴 ^^
아니예요~ 그때막걸리에 파전이랑 정말 잘먹었어요!^^ 다음에 또 가면 연락할게용!
다리에 알이 아직도 아프네요 ㅜㅜ,, 여름에 또 친구랑 놀러가려구요!^^
부산날씨는 지금도 푸근할까요~~?^.^
그래라~ 인생살이 긴 시간동안 좋은일, 즐거운 일 많이 만들면서 행복하게 살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