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18-19 정규시즌 가장 흥미로울 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오프시즌동안 영입된 단 두 명의 FA(김미연, 김세영 선수)가 너무나 크고 확실해보이는 흥국생명의 첫 공식경기.
지난 6일(월)에 펼쳐진 보령 한국도로공사컵 베트남 베틴뱅크와의 경기를 되돌아 봅니다.
■ 오늘의 흐름 살펴보기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든든하고 강력한' 라인업이 완성된 흥국생명입니다.
이날 경기도 에이스 이재영의 국가대표팀 차출 공백에 외국인 선수도 없었지만 참 아름다운 스타팅멤버가 구성되었습니다.
새 시즌 FA로 팀에 합류한 김미연(前 IBK)과 김세영(前 현대건설) 선수가 과연 얼마만큼의 활약을 해줬을까요?
1세트. 팀의 첫 득점을 기록한 김미연 선수는 파괴적이고 현란한 서브 기술로 상대팀 베틴뱅크 리시브라인을 괴멸시켰습니다.
사실 스포츠경기 리뷰를 쓰면서 '괴멸(뜻:조직이나 체계 따위가 모조리 파괴되어 멸망함)'이라는 표현을 쓸 일이 거의 없었는데요. 오늘은 딱 들어맞는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김미연 선수는 1세트 7 대 5를 만드는 서브에이스를 시작으로, 팀의 17번째 19번째 20번째 21번째 득점을 서브득점으로 장식하며 점수차를 21 대 14까지 벌려놨습니다. 상대 베트남 팀은 15번 팜티팜 선수의 공격 등으로 14 대 13까지 추격해가기도 했으나, 확실히 서브 화력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결국 '정신 못차리며 흔들리고 넋이 나가버린' 주전 리베로까지 교체해가며 타개책을 찾아보려 노력했으나 베트남 팀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 최종스코어는 25 대 16. 흥국생명 승리였고, 서브득점 차이 5 대 0, 반대로 범실 개수는 3 대 9였습니다.
2세트는 더 쉬운 흐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이한비 선수의 서브 3방으로 5 대 1까지 앞서나간 흥국생명! 여기에 김미연 선수가 다시 2개, 신연경 선수도 서브에이스 둘을 보태며 점수는 13 대 4까지 크게 벌어졌습니다.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도수빈 선수까지 서브에이스 행렬에 가세했으니 말 다했죠. 누구든지, 뭘해도 다 되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반대로 베트남 베틴뱅크팀은 교체 선수들을 활용해 계속해서 경기를 풀어나갈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더 경기력에 악재로 작용한 듯 보였습니다. 선수들이 어려서인지도 모르겠으나 리시브는 계속 흔들렸고, 간단한 공격에서조차 세터와 공격수간 호흡이 맞지 않았습니다, 여러번.
결국엔 공윤희 선수의 서브에이스로 2세트도 흥국생명이 가져왔네요. 점수는 25 대 7, 이번 세트에서 흥국이 기록한 서브득점은 "10"이었습니다.
1~2세트에서 기세가 완전히 꺾인 베트남 베틴뱅크팀은 3세트에도 경기력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앞서가는 흥국생명에 잘 따라오는 듯 싶다가도 스스로의 범실로 자멸했습니다. 반대로 흥국에서는 이번에는 신연경 선수의 서브에이스 폭발! 15 대 5까지 벌어진 점수차를 확인하고 나서 저는 그냥 그대로 중계화면을 꺼버렸습니다. 더 볼 필요가 없었거든요.
오늘 경기 최종스코어는 3대0. 흥국생명의 완승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확실히 서브에서부터 승부가 갈린 그런 경기였습니다.
먼저 김미연 선수, 원래부터 서브에 강점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정말 이정도까지나!" 오늘 경기 서브득점 9개를 바탕으로 21득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신연경 선수도 서브로만 6득점, 이한비 선수도 3개. 흥국생명이 이날 기록한 서브에이스만 21득점이었습니다(실패7개). 진짜 이런 경기는 처음 봤습니다. (상대팀은 실패만 5개)
우리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잘 먹어서 그런가요? 기술적으로도 한 발 앞서있는 것 같고, 원래부터 지금 언급된 선수들 서브가 좋기도 했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오늘 흥국생명의 서브쇼는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추가로 김미연 선수는 오늘 공격에서 뭘해도 다 되는 경기였고(기본적인 스파이크에 연타면 연타, 시간차 공격, 서브도 길게 한번 짧게 한번 기교를 부리며...), 이한비 선수의 여전한 힘(파워)도 눈에 띄었습니다(13득점).
한때 흥국생명의 상징'이었던' 김나희 선수도 오랜만에 긴 플레이타임을 가져가며 6점'이나' 올려줬고, 김세영 선수는 4득점 했지만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습니다. 상대팀이 리시브에서부터 너무 크게 흔들리다 보니까 제대로된 공격도 할 수 없었고, 이에 김세영 선수의 장기와도 같은 블로킹을 할 기회조차 없었던 오늘 경기였습니다.
조송화 세터는 다가올 시즌, 참 기대될 것 같고 또 재미있는 한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이재영 선수에 외국인선수 톰시아까지 합류해 손발을 맞추게 되면 여기저기 공을 올려줄 루트가 많이 생기니까요. 득점도 펑펑 나오고 팀 성적도 좋아지고. 흥국생명팀도 이번 2018-19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합니다.
종일 서브 이야기만 하다 끝나네요. 그런데 그게 정말 포인트였고, 서브가 전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Today's Photo
신이 난 공윤희 선수(왼쪽)와 이한비 선수 in 흥국생명
김미연 선수는 "겁나" 잘했으니까 사진 두 방. 실제로 에이스 이재영 선수의 공백을 그 수준만큼 채워줄 수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인재라 생각합니다. (미연선수가 재영이보다 3살 언니긴 하지만) 두 선수가 합체하는 그 때의 그 경기력은 또 어떨까요?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또 다른 이적생 김세영 선수(왼쪽, 38세)는 김해란 리베로(35세)와 함께 코트 안에서 젊은 흥국생명 선수들을 잘 이끌어줄 거라 기대합니다. 흥국의 약점이라면 약점인 부분! 선수들이 스스로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을 잘 다독여주며, 위기 때는 나서서 스스로 해결책이 되어주기도 하고... 확실히 좋은 선수, 필요한 선배라는 생각입니다. 흥국!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