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禦寇 4 우리의 성격과 삶을 통째로 바꾸는 치료방법
宋人有曹商者 爲宋王使秦 其往也 得車數乘 王說之 益車百乘 反語宋 見莊子曰 夫處窮閭陋巷 困窘織屨 槁項黃馘者 商之所短也 一悟萬乘之主而從車百乘者
商之所長也
莊子曰 秦王有病召醫 破癰潰痤者得車一乘 舐痔者得車五乘 所治愈下 得車愈多
子豈治其痔邪 何得車之多也 子行矣
飜譯
宋나라 사람 중에 조상(曹商)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宋나라 임금을 위하여 秦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그가 떠날 때에는
몇 대의 수레였으나 秦나라 임금이 그를 좋아하여 수레 백대를 더 보태어 주었다. 그는 宋나라로 돌아와
莊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옹색한 골목의
궁한 집에 살면서, 곤궁하여 짚신이나 짜고, 목덜미는 삐쩍
마른 채 부황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저로서는 잘 못하는 일이지만, 단번에 만승의 임금을 깨우치고
백 대의 수레를 뒤따르게 하는 일은 제가 잘하는 일입니다.”
이에 莊子가 말했다.
“秦나라 임금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불렀다오.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낸 자에게는 수레 한 대를 주고, 고름을 빨아낸 자에게는 수레를 다섯 대를 내렸지요. 치료하는 방법이
하천 할수록 내려지는 수레는 더욱 많았지요. 그대는 어떤 방법으로 그의 치질을 핥아 고쳐주었기에 수레를
그렇게나 많이 얻었소? 당장 가 꺼지시오!”
紬繹
莊子는 몸을 다룬 책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을 다룬 책이다. 따라서 莊子의 모든 이야기는 마음과
생각의 차원에서 해석하여야 그 숨은 깊은 뜻을 찾아낼 수가 있다.
‘秦나라 임금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불렀다오.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낸 자에게는 수레 한 대를 주고, 고름을 빨아낸 자에게는 수레를 다섯 대를 내렸지요. 치료하는 방법이
하천 할수록 내려지는 수레는 더욱 많았지요. 그대는 어떤 방법으로 그의 치질을 핥아 고쳐주었기에 수레를
그렇게나 많이 얻었소? 당장 가 꺼지시오’
秦나라 임금은 마음의 병이 심해져 의원을 불렀는데 첫 번째 의원은 살을 갈라서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내는 인간의 근본으로 접근하는 치료를 시행하였다. 모순을 만들어내는 마음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그 핵심을 끄집어내 秦나라 임금을 치료했으나 秦나라 임금은 그 의원에게 달랑 수레 한 대를 주었다.
두 번째 의원은 秦나라 임금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냈다.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秦나라 임금에게 위안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
의원에게 秦나라 임금은 수레 다섯 대를 내렸다.
의원의 치료하는 방법이 하천 할수록 더 많은 수레를 내렸던 것이다. 秦나라 임금은 자신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은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사람에게는
많은 수레를 내렸던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금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이 아닌 위안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교회나 절에 가서 위안을 받고, TV의 각종 힐링 프로그램으로 위안을
삼고, 현실이 힘들기에 과거인 학생 시절의 동창들을 만나 또 위안을 받고, 각종 동호회를 찾아 다니며 아주 얕은 동질감으로 위안을 받고 살고 있다. 위안의
삶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위안은 일시적인 위안일 뿐이다.
秦나라 임금은 자신에게 큰 위안을 준 宋나라 사람인 조상(曹商)에게 수레 백대를 주었다. 그리고 조상(曹商)은
자신의 능력을 莊子에게 뽐내었으나 인간의 본질과 삶의 본질을 아는 莊子는 그것을 모르는 曹商에게 이렇게 호통을 친다.
‘당장 가 꺼지시오!’
인간의 성격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관념(觀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觀念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 먼저 우리가 觀念과 성격을 형성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오음(五陰)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을 말하는데,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색(色)은 환경, 여건, 상황 등 우리가 받아들이는 외부여건을 말한다. 수만 가지의 외부여건이
육경(六境; 눈, 귀, 코, 입, 피부(촉각) 및 기억)을 통하여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수(受)라고 하며, 이것이 원인이 되어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상(想)이라고 하고, 그 생각에 따라 우리의 몸은 반응하게 되는데 이를 행(行)이라고 하며, 수많은
행동과 경험을 통하여 우리는 다시 삶의 기준을 스스로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식(識)이다. 따라서 오음(五陰)의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은
우리 삶의 전 과정이며,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우리
삶의 역사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고,
이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인격을 형성하며, 그렇게 자신만의 삶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觀念은 자신의 새로운 경험 또는 책에서 얻은 지식을 통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觀念을 조금은
수정할 수 있어도, 과감하게 觀念을 없애거나 크게 바꾸는 것에 대하여 매우 두려워하고, 또한 익숙하지 못하다. 우리 몸에 썩은 부분이 있다면 그 썩은 부분
이상을 통째로 도려내야지 썩은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지, 그 일부만을 도려낸다면 우리의 몸은 계속 썩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우리 자신이 완전한 自由와 지극한 행복(至福)만이 존재하는 참 삶을 살고 있지 못한다면 그 원인을 밝혀내 그 원인을 통째로 도려내야지만 비로소 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문제에 해결하기 위하여 위안적 또는 사상적 접근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삶을 사는 모습이 좀처럼 바뀌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가 위안을 한다고
해서 고 통의 원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다 하여 사상가 또는 철학가의 말을
따른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觀念을 모두 깨부수어 버리면 우리의 성격은
완전히 바뀌게 되고, 우리의 삶 또한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것이
이 이야기에 나오는 첫 번째 의원의 방법이다. 누구에게 위안을 얻거나 약간의 관념을 수정하는 정도로는
우리의 성격과 삶은 절대로 바뀌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이야기에 나오는 백대의 수레를 얻은 曹商의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