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17일 일
대구 실내체육관은 어린 시절 태권브이를 보려고 형들과 갔던 기억이 있었다.
다 자란 지금 체육관을 보니 왠지 정이 갔다.
그러나 도장을 못찾아서 길에다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의경들에게 물어보고 드디어 찾았다.
장비를 챙겨 도장에 들어서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얼른 도복을 갈아입고 나니
세시 10분전.
기본 휘두르기가 끝나고 방사범님의 지적.
파지에서는 자루 끝이 나오면 안된다.
치기 시작할 때의 머리의 높이가 완료할 때까지 일정해야한다.
3동작, 2동작, 1동작을 하나의 동작의 부분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지
끊기면 안된다.
회원 상호간의 연무 시작.
일도만 하려고 했으나 사범님의 권유로 이도를 들고 시작.
이도 수련을 안한지 벌써 여러 달이 되어서 감각도 그렇고
팔뚝의 피로도 빨리 올 것 같아 최대한 살살 연무했다.
약 6~7명과 자유 연습을 했던 것 같은데
요즈음 이도를 들면 한계 시점이 보통 세명이다. --;
체력 안배를 한다고 했지만
마지막 몇분과는 정말 이를 악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도의 대도를 받아서 머리를 친 상대가 두 명이 있었고
처음으로 윗 찌름을 경험했는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대단한 찌름이었다.
박모 사범님으로 기억한다.
충분히 양손 찌름도 할 수 있었음에도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나의 부상을 염려해서 자제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한시간이 흘렀는데 벌써 왼손아귀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도로 했으면 그나마 잘 버텼을 텐데......
상호연무가 끝나고,
방사범님께서 타격대를 몇몇 분들을 뽑아서 치게 하셨는데
구석에서 헉헉거리던 나를 찾으셨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몇몇 분들과 시범을 보이게 하셨는데
아마 안좋은 비교 모델이 필요하셨나보다. --;
이제는 지도 연무시간이다.
마음 속으로 방규건사범님, 신용만사범님, 김정국사범님 세분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벼르고 벼렸던 다른 회원들과 대련을 머리에 그렸다.
방사범님에게 드디어 들어갔다.
이도를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일도로 하겠다고 고집.
일단 먼거리에서 머리 시도.
당연히 안맞았다.
잡았다고 생각하며 뜬 머리는 모두 받아 허리로 연결되었다.
한대 스치기만 해도 본전 뽑는 건데
겨우 포단을 스치는 머리가 한번 있었던 것 같다.
왠지 모두 이해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 한손 찌름도 시도했었다.
물론 실패했지만....
그 이후에 계속 몰려다니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의식만 있을 뿐
정작 발은 굳어버렸다.
이제는 이도를 가져오라신다.
지금도 턱까지 숨이 차오르는데...
이를 악물고 칼을 뽑으니 도무지 칠 곳이 보이질 않았다.
번번히 막히면서 올테면 오라는 식의 배짱이 사라져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팬데 또 팬다고 작렬하는 한손찌름을 경험하면서 일어날 투지마저
사라져버렸다.
내 모습을 굳이 안봐도 선무당 칼춤 추는 모양일 것이다.
겨우 살려주셔서 땡기는 배를 가지고 신사범님 대기줄에 섰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의 대련을 보면서 머리속으로 생각을 좀 해야하는데
워낙 체력의 한계에 다다라서인지 텅 빈 머리속이었다.
칼을 뽑아도 마찬가지였는데
기를 뽑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이상한 무기력감에 도무지 투지가 솟지 않았다.
뒷풀이에 들은 이야기로는 상대의 기를 흡수해버리는 능력이 신사범님에게 있단다.
몇번이나 머리를 강타한 후에 정신이 드는 듯했으나 여전히 상대 앞에서
제자리에 서있기도 힘들었다.
머리를 떴지만 상대의 중심을 잡지 못해 목에 칼이 걸리곤 했다.
더 참고 뜨면 받아허리.
그렇다면 받아서 한번 허리를 쳐보리라 마음 먹었을 때에
이미 머리는 두동강나고 없었다.
그나마 나오는 머리를 맞을 때에 상대의 포단을 스친 것으로
위안.
신사범님 역시 이도도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호구 입고 죽도로 노를 젓다가 헤엄을 치다가 그렇게 끝이났다.
빈 순간을 노리고 들어오는 강력한 머리.
내 평생 합이 15단인 두분 사범님께 연속해서 들어갈 기회가 다시 올까?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인 김정국사범님에게 들어가야할 차례였지만
불행히도 난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질 못했다.
꾸준한 수련을 못해서 이미 서있기조차 버거웠다.
좀처럼 중간에 호면을 벗어본 기억이 없지만 저 한구석에서 호면을 벗고 물을 마시고야 말았다.
다시 호면을 쓰고나서 어떤 검우님께서 대련을 청하셨는데
그 때 만약 명패를 봤으면 분명히 대련하고 쓰러져버렸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백련자득님이었는데 죄송한 마음 뿐이다.
뒷풀이...
밥+사이다+맥주한모금+버섯찌게+情.
술을 마시면 마음이 더 빨리 통하겠지만
술을 안마셔도 마음이 진실하면 그 마음은 통한다고 믿는다.
그냥 바라만 봐도 그 눈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방규건 사범님, 신용만 사범님, 김정국 사범님,
류수부쟁선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PS. 2차에서 정말 중요한 말씀을 들었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려면 매너에서 이겨야한다.
매너는 결국 예의이며
예의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다.
시합 때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 전력 분석 오는 사람들 보기 민망해 죽겠다는
말씀...
결국 검도의 기본은 예의 아닐까 생각해본다.
PS2. 방사범님의 멋진 면수건을 선물로 받았다. 나만 받은 것 같아 다른 검우들에게 죄송하지만
아마 이건 평생 기념품이 될 것 같다. ^^;
PS3. 모든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지 못했음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꼭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녹검님이 와주셔서 뭔가 빠진듯 했던 영남녹검모임이 완전하게 자리매김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녹검님이 계셔주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요.
ㅋㅋ 태권브이는 전국실내체육관을 돌아다니며 상영했던모양입니다~ㅎㅎ(저도 다른지역에서 봤던기억이 ~) 뜻깊은 연무셨네요~!! 담에 또 이런기회가 올까요? 아쉽습니다~!!! 후기 또한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녹검님 덕택에 이도에대한 맛을 느낄수있어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