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부터 분주해졌다.
지역의 동창모임이 있어서 주방청소가 가장 우선이었고
원래 급식소로 쓰이던 조리장보다는 대형천막속의 조리장을 사람들이 선호하는데
이게 아무래도 먼지가 많이 쌓여서 사람들이 오기전엔 꼭 청소를 해야하는 것이다.
교실도, 관사도 그간 뒤집어쓰고 있던 먼지들을 털어냈다.
청소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왔다.
몇 가지 시중을 들어주고 누름꽃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간 손톱보다도 작은 조팝꽃을 말리느라고 장미와 나는 거의 새벽 두세시까지 꼬박
핀셋을 들고 색색의 꽃송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건조매트위에 놓여진 꽃송이.
A4크기의 건조매트에 보통크기의 조팝꽃은 평균 500송이, 아주 작은 건 700개 정도.
이걸 하나씩 세면서 떼어놓는 내 성격이 참 무던?하기도 하지^^*
저녁무렵에 여름수련회 문의전화가 왔다.
기술센타의 정선생이 두개의 날짜를 놓고 고민하는 하나와 겹쳐진다.
한참만에 정선생과 전화가 연결되어 가능성을 알려주었더니 당장 답사를 온다고 한다.
벌써 밤인데????
열두시가 넘도록 전화도 없고 오지도 않고
동창회를 하는 사람들은 소란스럽고....
일주일이상 서너시간밖에 잠을 못 잔 나는 거의 졸도할 지경인데 전화가 온다.
이제 용인이란다.
한시가 다 되었는데 용인이면 날더러 어쩌라는겨....
근처에서 자고 아침에 일찍 오겠다기에 잠자리에 들었다.
두시가 넘은 시간, 다시 전화가 온다.
한밤중에도 전화가 울리면 거의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는 편인데
전화소리를 들으면서도 전화기를 집어드는데 한참이 걸려 그냥 끊어지고 말았다.
전화소리와 동창회팀들이 기웃기웃 작업실 쪽의 복도를 돌아다니는 소리, 등등에
잠이 깨어서는 한참을 비몽사몽하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6시.
어제 받은 해오라비 난을 심으로 오리골에 갔다.
정말 날아가는 새를 닮은 이 꽃을 협박하다시피 50본을 구했는데
아주 까다로운 녀석이라 환경도 잘 만들어주고 관리도 잘 해주어야 하고 또 얼른 심어야 했다.
이건 예전에 키웠던, 한해만 살고 내 곁에서 가버린 해오라비 난. [순전히 관리소홀과 부족한 실력]
해오라비난을 심고 내려와 아침을 먹는다.
어젯밤부터 연결된 답사팀이 드디어 왔다.
벡두대간의 아이들도 도착했다.
인사를 나누고 구선생님과 아이들, 포수는 강으로 나가고
나는 답사팀과 일정을 논의하고....
곧이어 점심준비.
열두시가 되기 전에 아이들이 강에서 돌아왔다.
교실안에서 점심을 먹자고 조르는 바람에 우리는 다 마룻바닥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설겆이를 마치고 꽃누르미 만들기.
하도 경황이 없어서 체험중인 사진은 남기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단체사진 한장.
아이들이 돌아가고나니 정신이 몽롱해진다.
대체 그 동안 내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낸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기산으로 향한다.
한시간이 넘게 달려서 그 산에 간 이유는 얼레지씨앗을 채집하기 위해서다.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아직 씨앗은 채 여물지 않고 새파랗다.
돌아오다가 대나무친척중의 하나인 산죽의 꽃이 핀 걸 보았다.
이건 조릿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예전에 쌀의 돌을 일던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많이 쓰인 때문이다.
대나무 종류들은 꽃을 피우면 죽는데 조릿대도 아마 그렇겠지?
요게 꽃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게 벼과의 식물이다 보니 꼭 벼이삭내지는 보리이삭 뭐 그런걸 닮았다.
월요일, 꽃누르미 수업팀이 왔다.
오늘은 아크릴 컵받침등 소품만들기.
열두시에 끝이 나고 오리골 온실 주변에 풀을 뽑으러 갔다.
곧 꽃모종을 옮겨심어야 하고 또 자투리땅에 메주콩과 참깨를 심으려면
풀을 며칠은 족히 뽑아야 할 것이다.
지난번에 파종한 검은참깨는 벌써 싹이 텄다.
포트에 씨앗파종을 한다.
얼레지[요건 온실옆에 피었던 걸 채취한 거], 우리가 하트콩이라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풍선덩굴,
유홍초 종류, 풍접초.
그러고보니 얼레지만이 자생화이다.
실은 파종이 좀 늦었는데 그래서 온실에 넣었다.
유홍초는 정확히 삼일만에 잎이 다 나왔고 하트콩은 이제 한개가 막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사진이 왜 이렇지?
화요일엔 일찍 오리골에 갔다.
지붕을 씌우는 공사를 드디어 시작했는데 세사람 인부 점심은 강건너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종일 풀밭에서 쑥과 씨름했다.
새참을 가져다 주는 일은 오전과 오후 두번 다 착실히 했다.
나도 계획했던 자투리풀밭을 다 매는데 성공은 했지만
팔은 아프고 [쑥뿌리 잡아뽑느라 얼마나 힘을 썼는지....] 체온은 자꾸 내려가고
포수는 잠자다 말고 내가 숨쉬는지 한번씩 들여다보았다나....
사진으론 얼마 되지 않아보이지만 그래도 제법 넓은 면적이다.
이른 아침에 전화통화가 되어서 일정표에 없던 손님이 한팀 왔다.
이번엔 부모님까지 모시고 왔다.
이래저래 또 열두시를 한참 넘기고서야 잠자리에 든다.
다시 백두대간 아이들이 왔다.
이 모둠은 점심을 아주 잘 먹는다.
밥을 더 먹는 아이들이 많아서 열심히 준비한 나도 기분 좋고.
역시 설겆이 후 꽃누르미 체험.
돌아가고 다시 풀을 뽑으러 간다. 하우스주변 전체를 뽑으려면 아직 멀었다.
저녁을 먹고 나와 액자를 구상해본다.
다음주에 국회에서 [아마도 로비에서 하겠지만]전시회가 있으니 작품 한점을 내 달라고 한다.
마땅히 보낼만한 게 없어서 리폼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으로는 컴에 앉아 글을 써야지 하면서 그냥 잠이 든다.
목요일엔 액자를 만들었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약속때문에 미진한 것을 그냥 포장하면서 마음은 아주 많이 찜찜하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을 그냥 보낸다는게 아무래도 난 프로가 되기엔 멀었다는 생각.
저녁을 먹고는 시계 하나를 만든다.
토요일에 결혼하는 기술센타의 고선생에게 선물 할 생각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향기가 보더니 '이쁘다..' 한다.
이것 역시 너무 시간에 쫓긴것. 반성해야지.
눈을 뜨니 다섯시 이십오분.
바깥이 환하다.
흐릿한 눈을 부비며 일어나 오리골로 간다.
엊그제 풀을 뽑은 자투리땅을 정리해 참깨를 심었다.
온실안을 채워가는 야생화모종들.
제일 실하게 잘 자라는 건 노루귀와 앵초.
내려와 아침을 먹고 시계를 포장하고 작은 메모를 넣고 영월엘 간다.
일어반 수업을 벌써 두번이나 빼먹었다.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금요일에 일정이 잡혀 있어 아마도 이번 학기 일어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일듯하다.
일어 수업이 끝나고 기술센타에 들렸다.
고선생을 만나 선물을 전하고 돌아오니 부모님 산소에 풀을 뽑고 오빠들과 언니가 와 있다.
두어시간 토론이 끝나고 집에 와 잡다한 일들을 처리한다.
그러고도 책상 위는 아직 어수선하기만 하다.
내일은 또 백두대간 팀과 20명의 가족 팀과 일요일에도 백두대간....
강원도 어느 곳에는 우박이 떨어졌다는데 우리 동네는 세찬 소나기만 내렸다.
축복받은 동네다.
저 책상위를 다 정리한다면 아침이 한결 한가로울텐데 몸은 자꾸만 눕자고 한다.
닥치면 해결하는 내 스타일대로 가기로 하고 이제 그만 자야겠다.
새벽에 눈을 떠야 할텐데....
첫댓글 나도 뱅뱅 돈다고 생각했는데 은선씨에 비하면 새발의 피네ㅠㅠ
해오라비난 진부 자생식물원에서 처음보고 반한 꽃인데요... 시계도 이뻐요 압화 시계... 다 이쁜거 투성이라 샘난다^^ 예쁘게 사시는 은선씨가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