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편계곡
역시나 날씨는 잔비가 내렸다. 우라지게 재수 없다.
허나 원래 이곳의 날씨는 년중 250일 이상 안개에 젖어 있다고 한다.
10시가 넘어 도착한 장가계 갈림길(한곳은 금편계곡. 다른 쪽은 원가계)에서
계곡에 다녀올 1시간 40분의 자유시간을 준다.
이 계곡은 통행로에 넓게 깍은 바위를 보도 블록처럼 깔아놓았고, 경사도 매우 완만해
산책로로 그만이다. 게다가 역시 양측의 봉우리는 상상불허의 자태를 자랑한다.
쳐다 보노라면 목 디스크를 염려해야 한다.
이런 길을 가는 공식은, 우선 25분 정도 급히 계곡길을 오르면 관광객의 회귀지점이 나온다.
그 이후부터 왕복 30-40분의 호젓한 길을 아내와 단둘이 즐길 수 있다.
웅장하고 기기묘묘한 바위 봉우리 속의 인적이 없는 협곡을 걷는 기분이란...
이 길은 이렇게 평탄한 채로 3-4시간이면 반대편 매표소까지 갈 수 있으나 시간도
허락치 않고, 미스 박도 무서워 시간에 맞춰 뛰다시피 되돌아 왔다.
2차쇼핑--- 용봉 차(茶) 쇼핑
원가계
점심을 먹은 후 셔틀버스에 설치한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하는 태진아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장가계의 하이라이트인 원가계로 간다.
1분 58초에 110층 높이에 해당하는 326m를 직상승하는 3대의 고속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원가계는 또 다른 엘도라도로 들어가는 시작이다.
목을 직각으로 젖히며 바라보던 바로 그 기암절경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볼 참이다.
(상승 엘리베이타 대기장소)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셔틀버스의 대기줄이 지그자그 파이프로 만들어져 있는데,
바닥이 "싸다. 두 개 츤원"하는 밤껍질 투성이이다. 거진 100% 한국 관광객의 소행으로
날씨로 날카로워진 혈압을 더욱 높여준다.
1,000m넘는 넓직한 고지대는 원주민(토가족)들이 농사도 짓고, 살림도 하며 독립적으로
살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농사도 안 짓고, 생활비를 한국 관광객이 대 준다고 한다.
산위에는 제법 눈이 싸여있다.
짙은 안개로 시정거리가 매우 짧지만 현실을 탓할 시간이 없다.
본격적인 탐방에 들어가려면 또다시 "싸다. 한 개 츤원"하며 붙잡는 짚신 장수를
통과해야 한다. 역시 조금 더 가면 두 개, 더가니 네 개에 천원까지 내려갔다.
신발 위에 덧 신는 것으로, 신을 때 어색해 하니 원주민 할머니가 쪼그려 묶어주신다.
노인네의 미소가 마음에 스며든다.
눈이 제법 많아 짚신을 신은 것이 다행이다.
그 험한 산길, 깍아지른 절벽(3-4백m)에 어찌 그리도 단정하게 길을 냈나 궁금하다.
사람이 다닐 최소한의 공간에 잘 다듬어진 자연석을 절벽에 의지하며 최대한 절벽의
외곽으로 돌게 만들어, 어디에 있던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는 이 길도 가마꾼들이 설치고 다닌다는데, 오늘은 눈길로 장사 망했다.
가이드도 신이 나서 눈을 한뭉치 크게 만들어 바닥으로 던지는데, 정말 밑이 안보이는
직 절벽의 연속이다.
수일전에 내린 폭설과 비가 얼어, 그런 것에 대한 내성이 없는 이곳의 나무, 그리고 바위
옆에 자란 분재같은 소나무, 심지어는 내 주먹 굵기도 넘는 대나무들이 부러져 있었다.
나무 젓가락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평평한, 훈수꾼 앉을 자리도 없이 좁은 봉우리에선
신선이 바둑두기에 알맞겠다.
옛 중국의 신선이나, 무협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이, 혹은 중국인의 과장,
허풍이 모두 거짓이 아님을 믿고 싶다.
역시 설명은 삼간다.
이 곳을 보고, 경관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것은 이 산에 대한 모독이다.
옛 중국의 신선이나, 무협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이 거짓이 아님을 믿게 된다.
중간쯤에 경치가 양 방면으로 기가 찬 곳으로 오면 유일하게 조선족 내외가 장사하는
곳이 있다. 장사가 잘 되어 가뜩이나 메기같은 입이 찢어지려 한다.
작년에 누이가 홀로 10일간의 여행을 하다가 신세를 지은 집이다.
다음에 다시 와, 산 위의 토가족의 집에 3-4일 민박을 하며 절경을 즐기고 싶으면
그들에게 전화로 부탁을 할 참이다.
원래는 이곳의 도보 관광이 끝나면 셔틀버스로 천자산 지구로 이동해, 그곳에서도
관광을 한 후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것이었으나, 눈으로 인해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 반쪽밖에 못간 셈이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속살을 들어내지 않는 새색시가 교태를 부리며 다시 올 것을 유혹하는 듯한
안개낀 봉우리들에게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3차 쇼핑
원가계 날씨로 원통. 비통. 흥분으로 추운줄 모르다 장수원이라고 간판 쓴 곳에 들여다 앉히니,
몸이 나른하여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데 갑자기 기합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눈을 떠보니 차력복을 입은 녀석이 맨 손으로 자갈을 깬다고 지랄 발광을 하고 있다.
그때 결코 녀석의 눈과는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몇 번의 가격에도 장돌은 안 깨지고,
녀석은 괜히 나의 탓인 양 다시 노려 보는 듯...
아!! 여기서 내 운명을 마감하는구나.
몇 번의 발광이 계속되다 드디어 반으로 갈라졌다.
녀석이 깨진 돌을 들고 나가며 나를 보고 싱긋 웃는 듯 싶다.
깨진 자갈의 모서리가 더욱 예리하게 느껴진다.
뒤이어 장사꾼이 부황뜨는 것처럼 생긴 엉성한 것을 꺼내며, 누구 시범적으로 치료 받을
사람을 찾는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녀석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차력사가 나간 문쪽을
보며 응원을 바라는 듯 하다.
차력사 녀석의 시범때 졸은 죄로 가슴이 섬뜩한 바로 그 순간, 혜성같이 나타난 나의
천사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동행 '덜 적절'어르신이다.
조선족, 한족 장사꾼 전부 모여 그 양반 앞에 모여 갖은 수작을 다 떤다.
나 같으면 하나에 500원을 주어도 안 사겠지만, 영감님은 젊은 마누라의 눈흘김을
무시하며 "건강이 최고여어---"하시며 10개 값으로 15만원을 건넸다.
오 구세주여....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다시 비행기로 밤 10시가 넘어 상해로 돌아오니
처음의 가이드가 반겨 주었다.
오늘의 여정도 보통은 넘는 체력을 요한다.
아래 자료사진은 분명한 장가계 사진인 것을 절대 보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