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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황은숙 박사와의 만남 원문보기 글쓴이: 한부모
홀로 아이키우는 ‘Single Daddy’ 24만 가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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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선 매일 867쌍이 결혼하고 352쌍이 이혼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는 한 학급의 30%가량이 ‘한 부모 가정’일 정도로 이제 엄마나 아빠 중 한쪽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한 현상이 됐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엄마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mom) 가정이 100만5000가구, 아빠가 키우는 ‘싱글 대디’(daddy) 가정이 24만2000가구다. 5년 전인 2000년엔 싱글 대디 가정이 22만4000가구였다. 1만8000가구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앞에서는 비영리단체인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주최로 대규모 캠페인에 참가한 1천 여 명 싱글 대디·싱글 맘 가족들은 “사회적 편견이 문제일 뿐 우리는 가족간의 사랑을 더 진하게 확인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가구의 10% 정도가 한부모 가정으로 돼있고, 그 원인을 보면 사별이 아직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부모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ㆍ자녀 양육의 어려움ㆍ사회적인 편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혼이 늘면서 한동안 ‘홀어미’(싱글 맘)의 힘겨운 생활 이야기가 쏟아졌 나왔지만, 아직도 이혼한 부부의 자녀 양육은 엄마들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적 이유로 가출하는 주부도 늘어나고 있고, 이혼 후 자녀 양육을 거부하는 엄마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홀아비’(싱글 대디)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통계청 집계로, 이혼과 아내 가출 등으로 남자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가정은 24만 가구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싱글 맘 못지않게 싱글 대디에도 이제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싱글 맘이 주로 경제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대다수 싱글 대디들은 그뿐 아니라 가사·자녀 양육·교육 등 익숙지 않았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느라 또 다른 어려움을 느낀다.
잠시나마 직장을 접고 육아와 가사에 전력을 다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바탕도 워낙 적은데다 드러내놓고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싱글 맘이 부각되는 것과는 달리 싱글 대디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이혼을 받아들이는 남자와 여자의 마음가짐의 차이에도 있다. 이혼을 한 후 여자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자기 내면을 추스르며 외부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반면, 남자들은 체면과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실패’했다는 생각에 가급적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사고의 영향 탓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고충은 엄마보다 훨씬 크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황은숙 소장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고통은 상상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사별이 아닌 이혼으로 싱글 대디가 된 경우 “남자가 오죽했으면 마누라가 애까지 버리고 갔을까”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전국적으로 모자(母子)보호시설은 40곳이 있으나 부자(父子)보호시설은 단 한 군데도 없어 보육시설에 맡기기도 어렵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그들을 받았다가 돈 안 내고 도망갈 수 있다며 전세나 월세 구할 때도 집을 잘 안 내준다.
서울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이기도 한 김양희 중앙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편부(偏父) 가정은 일반적으로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며 “어머니 모성애와 아버지 부성애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한다. 장진경 숙명여대 생활과학대 교수는 “싱글 맘이 경제력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면 싱글 대디는 양육기술 부족으로 고통받는다”고 덧붙였다.형평이 좋지않은 경우, 사회로부터 관심과 일정부분의 도움을 받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양육환경이 싱글맘과 싱글대디가 틀립니다. 싱글맘은 자녀의 자칫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성 행동으로 갈등을 겪습니다. 싱글대디는 생활과 관련된 양육, 즉 아이에게 옷입혀주고 먹여주고 목욕시키고 학교 보내고 학교선생님과 면담하는 부분들이 아버지에게는 더욱 큰 어려움이 되고 있습니다.”
황은숙 소장은 “어쨋거나 한부모가 없다는 것이 아이에 대한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한부모문제를 상담하러온 숫자는 몇 천 건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직장포기하고 양육에만 매달려
싱글대디에도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아버지가 아이를 키울 때에 할머니 등 가족 중의 일원의 도움을 받으며 아버지가 양육하는 경우와 직장까지 포기하고, 정부의 극빈자 보조금이나 소액의 부업만으로 자녀양육에만 전적으로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정부보조금을 못받는 차상위계층은 이런 식으로 그동안 애써 번 돈을 아이 양육비로 전부 소진하기 일쑤다.
실례로 컴퓨터 수리업을 하는 양창호(40·서울 독산동)씨는 초등 2년생 딸과 둘이 살고 있다. 경기 불황에 빚이 늘어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차압까지 들어왔다. 부인은 2001년 홀연히 가출했다. 아이를 월~토요일 24시간 맡아주는 어린이집에 보내며 돈을 벌었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모든 게 변했다. 낮 1시면 집에 오는 딸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고, 일자리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방학은 ‘공포’ 그 자체였다. 양씨는“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는 심정을 알겠더라. 내 소원이 저녁에 혼자 밖에 나가 걸어보는 것”이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보험 영업사원인 이강희(37·서울 합정동)씨에겐 여섯 살 아들이 있다. 2004년 싱글 대디가 됐는데 아이는 할머니(63)가 키운다. “어린이집에서 월요일이면 지난 주말에 부모와 같이 했던 일을 얘기한다. 다들 엄마랑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지어낸다더라. 엄마 자랑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친구들을 미워한다.” 이씨는 엄마가 없어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11세ㆍ8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은수(가명·39·서울 봉천동)씨는 한부모 가정 연구단체에서 운영하는 월 정기모임에 2004년부터 다니고 있다. 둘째가 정신지체 2급으로 다른 싱글 대디보다 더욱 사정이 어려운 김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도움을 받았다. 다른 아빠들이 아이 때문에 어떤 고민을 하고, 또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들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싱글 대디들은 “가정을 지키려는 아빠의 의지와 눈물겨운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합의 이혼 뒤 초등 4년 아이를 2년째 혼자 키우고 있는 김병석(43)씨는 “아빠와 아이, 단 둘이 사는 게 무슨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행복을 일궈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둘은 알아가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모자보호시설’ 낙타 바늘 들어가기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와 국가가 건강한 법이다. 한부모 슬하가 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허전한 자리가 있게 마련이다. 주어진 여건 하에서 정부와 민간단체가 최대한 건강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되고, 특히 한부모 가정을 위한 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한부모가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노정되는 맹점은 정부지원을 받는 경우가 극소수라는 데 있다. 모자복지법 아래서도 극소수만 혜택을 받고 있다. 말하자면 차상위 계층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혜자의 폭을 넓혀야 하는데, 전체에서 5~6%만 혜택을 받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85%가 대부분 수혜를 못받고 있다는 얘기다.
“수혜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부모의 소득으로 판단하는데, 만약 이혼하고 부모 집에 가서 아이가 살 경우, 엄마ㆍ아빠가 소득이 없어도 부모가 재워주고 입혀주는 것까지 전부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립하고 싶어도 자립할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자동차 배기량 1500CC이상 차량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돈 한 푼 못벌어도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황은숙 소장은 “지원할 수 있는 대상과 폭을 넓혀 주었으면 하지만, 양육비나 학자금 지원은 유명무실하고, 5세미만의 아동에게 5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고작”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5만원을 갖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리고 초ㆍ중등이 의무교육이라며 지원이 전무하고, 고교생은 입학금과 수업로 면제가 전부다. 그래서 한부모로 아이키우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모자보호시설을 마련해 입주토록 하고 있는데, 이 시설은 전국에 40개 정도가 지어져 있는데, 한 동에 20가구 정도가 들어가 산다. 따라서 전체 수자를 합해도 80가구밖에 안된다. 한 동에 다세대 주택처럼 공동주택을 지어, 방을 한칸씩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설마저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미입주자들은 대부분 수입이 대부분 50만원에서 70만 원 정도인데, 여기서 20~30만원씩 월세를 내니 생계유지비 마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부모가정은 대부분 공동시설에 들어가길 바라지만, 전국적으로 이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몇 달이나 아니면 일 년 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마디로 모자보호시설 입주가 ‘낙타 바늘 들어가기’처럼 어렵기만 하다.
입주를 바라는 한부모 가장들이 자기사업을 계획할 경우에는 국가에서 창업(복지)자금을 빌려주기도 하는데, 문제는 연대보증인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증인 구하기가 쉽지 않아 식당보조원ㆍ간병인ㆍ일용직 등 막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자녀가 많을 경우에는 큰 평수에 들어가야 는데,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입주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우울증 自殺로 이어져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 이혼 후에 겪게되는 정서적인 혼란부분이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ㆍ상실감마저 느낀다. 상담이나 부모교육, 그리고 의료적인 서비스가 들어가야 치유가 되는데, 전혀 이러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여성이 자녀를 보살핀다는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한부모 가정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따라서 이들 아동들은 한 부모의 부재로 인한 역할수행의 혼란ㆍ심리적 고독ㆍ애정결핍ㆍ또래집단으로부터 따돌림ㆍ감정표현의 어려움 등 정서적인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정파탄으로 인한 부모의 혼란스러움이 자녀에까지 영향을 미쳐 불안정하게 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가 시급한데도, 의료비 지원이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와 집단상담(부모교육)이 무료로 제공돼야 한다”는 황은숙 소장은 “편부모 가정이 발생했을 때에 이를 위한 ‘한부모지원센터’가 있다면, 일년 내내 순환상담이 가능할 것이고, 특정지역에 사는 한 부모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서 상담이나 교육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이 교육에 참여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녀교육에도 도움을 주게 되고, 주거교육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이다.
한부모만 전담할 전문가 필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母父子特別法이 있다. 그런데 외국의 입법례는 한부모를 위한 정책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라는 큰 틀 안에서 다뤄진다. 우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질병이나 장애있는 가정으로 한정하고 있기에 한부모 가정의 혜택을 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에만 모부자복지법이 있는데 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우미를 파견한다는 규정을 두어 아버지의 양육을 도와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부모가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센터가 있다면, 도우미 파견역할까지 가능해진다”는 황은숙 소장은 “현재 새로운 복지상담사가 한부모가정을 도와주고 있지만, 노인ㆍ아동복지 등 그 영역이 너무 넓다. 한부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특히 한 부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상당히 어려워하고 ‘한부모가정지도사’라고 하는 보다 세분화된 사회복지사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에서는 평소 복지분야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사회복지사ㆍ교사ㆍ상담사, 그리고 목회자들을 교육해 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받은 사람은 1천 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황 소장은 “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영역 안에서 한 부모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상담할 수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고, 이처럼 나홀로부모 가정을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교사들은 한부모 아동들을 지도하고, 국가차원에서 양성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10%나 차지하는 한부모에게 많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이런 과정을 운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인데, 요구를 해도 수용이 안돼 민간차원에서 하고 있다”는 그녀는 “모자복지법 내에서 지원혜택을 넓이고, 선정기준도 완화하고, 전문서비스를 제공할 한부모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그들이 요구하는 직업교육을 한 센터에서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국에 있는 한부모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직업이나 교육상담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이 가능할 것임”을 덧붙였다.
글로징 코멘트
이혼율 증가와 함께 ‘한 부모 가정’도 급속히 늘고 있다. 그리고 싱글 대디 역시 어엿한 하나의 가정이다. 물론 이혼이 자랑스럽고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 역시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홀로 된 아빠와 아이들도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는 우리들이 보다 따뜻한 애정의 손길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취재 _ 오성환 기자
뉴스매거진 2006.8.15.